돈키호테 도시, 스페인 알마그로서 펼쳐진 한국 전통 탈춤
풍자·해학 담긴 우리 전통 탈춤, 폐막작으로 선봬 큰 호응
국립부산국악원은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원장 신재광)과 ‘알마그로 국제 고전극축제’ 재단의 초청으로 2022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탈춤을 7월 27일과 28일 오후 9시에 스페인 알마그로 국제고전극축제 폐막작으로 선보였다.
47회를 맞는 알마그로 국제고전극축제는 스페인 부흥기였던 황금 세기의 문학작품을 계승하기 위해 카스티야 라 만차 지방의 알마그로시에서 열리는 유서 깊은 예술 축제이다.
7월 한 달간 개최된 이번 축제에는 세르반테스, 칼데론 등 고전 작가들의 작품과 전 세계의 우수한 연극·무용 등 50여개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6만여명의 관객이 축제를 찾았다. 이번 공연은 국제적 명성을 인정받고 있는 세계적인 축제에서 우리나라의 전통 탈춤을 통해 민족 고유의 문화 정체성과 예술적 가치를 알리고, 세계 인류가 향유하는 문화유산으로서의 한국 전통 탈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유네스코 등재 무형문화유산 탈춤
한국 전통의 풍자와 해학, 그리고 화해와 조화 정신이 담긴 우리 문화 선보여
국립부산국악원은 부산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탈춤을 국내 무대에서 선보여 왔으나, 해외에서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스페인 알마그로에서 첫선을 보인 ‘탈춤놀이’는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복미경 예술감독이 연출하고, 김기원 수석 단원이 조안무로 참여해 부산의 대표적인 전통연희인 수영야류를 스페인 현지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각색한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수영야류의 길놀이, 양반 과장, 할미·영감 과장, 사자무 과장 총 3개 과장과 화합의 의미를 담은 대동놀이로 구성해 선보였다.
서민들이 계급사회와 가부장적인 문화에 대해 풍자하고 비판하는 내용을 재치 있는 재담과 영남지역의 특징인 덧배기춤으로 표현하며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담아냈다.
▲2015년 이후 9년 만에 소개되는 한국문화
알마그로의 유서 깊은 마요르 광장을 가득 메운 현지 관객의 환호로 만들어진 화합의 장
400년 전 지어진 꼬랄 데 랄스 꼬메디아스 극장 등이 있는 알마그로의 중심지인 마요르 광장에서 펼쳐진 ‘탈춤놀이’는 관객들이 야외 광장을 가득 메우며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익살스러운 탈춤에 이어 판굿을 선뵈며 다양한 한국 전통연희를 즐긴 관객들은 42도의 더운 날씨를 이길 만큼 열화와 같은 환호와 갈채를 쏟아냈다. 특히 공연 앵콜로 진행한 대동놀이에는 광장에 모인 관객들이 장단에 맞춰 함께 손을 잡고 춤추며 화합의 장을 이루며 장관을 이루었다.
폐막식 공연에 참여한 스페인 대통령실 문화국장은 “한국의 탈춤은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어 서로 소통하고 모두를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예술이다”며 극찬했다.
알마그로 국제고전연극제 재단 대표(타니아 스웨인)도 “아름다운 ‘탈춤놀이’ 공연을 축제에서 선보이게 돼 너무 감사하다”라며 “공연은 한 마디로 ‘경이롭다’ 라는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고 하며 찬사를 보냈다.
한국의 탈춤을 관람하기 위해 스페인 전역에서 몰려온 관객들도 “언어의 장벽이 있음에도 연기, 춤, 리듬과 제스처를 통해 이야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고, 마드리드에서 찾아온 관객은 “탈춤의 아름다움을 스페인에서 볼 수 있어 매우 기뻤으며, 이 작품이 스페인 전역에서 공연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며 공연에 대한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우리 문화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세계무대에 알리는 계기
알마그로 국제고전극축제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탈춤놀이’ 공연을 유치한 신재광 문화원장은 “세르반테스, 로페 데 베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나라인 스페인에서 우리의 문화유산인 탈춤을 알리게 돼 뜻깊다”는 소감과 함께 “앞으로도 현지의 유명 축제들과 기관들에 우리 문화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알리고자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정엽 국립부산국악원장은 “영남의 전통 탈춤을 고전극의 고장인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고, 참가한 세계인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아 매우 기쁘다”라며 “풍자와 해학을 통해 사회적 화합을 이끌어 냈던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우리의 전통 탈춤이 현지 관객들에게 인상 깊은 작품이자, 한류와 K-콘텐츠의 뿌리문화로 인상 깊게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남취재본부 김철우 기자 sooro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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