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의대 6년간 매년 평가…탈락시 폐교도 가능
"급격한 증원에도 의학교육 질 유지해야"
지역 의대, "정부 지원 없인 통과 못해"
의대 교육의 질을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입학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30개 의대에 대해 앞으로 6년간 매년 주요변화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의대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정부 지원 없인 의평원 평가를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의평원은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주요변화평가 계획 설명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안덕선 의평원 원장은 "의대 정원이 두세배 늘어난 대학의 경우 교수들뿐 아니라 학생들, 일반 국민들까지 제대로된 교육이 가능할까에 대한 우려를 많이 표명했다"며 "의과대학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있는지, 교수님을 어떻게 충원할 것인지, 교육 시설은 어떻게 확충할 것인지, 교육 재정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등을 자료에 근거해서 구체적으로 제시를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활용된 15개 기준이 아닌 51개 기준이 적용되는 배경도 설명했다. 안 원장은 "서남대 폐교 당시 전북의대와 원광의대의 경우 20% 가량의 정원 확대가 됐다. 해당 상황에선 15개 기준만으로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고 판단됐다"며 "반면 이번 증원은 20%가 아니라 200% 이상의 증원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에 기존 정량지표 기준을 상향하진 않았다고도 했다. 안 원장은 "(내부에서) 다양한 정량 지표값을 조금 상향해야 하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정량 지표값을 상향 조정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유발할 수가 있어 정량 지표값에 무리한 변화 없이도 충분히 대학의 준비 상태를 우리가 평가할 수 있다고 잠정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의평원은 내년부터 정원이 10% 이상 증원되는 30개 의대를 대상으로 6년간 매년 주요변화평가를 실시한다. 각 의대는 이 평가에서 인증받지 못하면 시정 조치를 거쳐 최악의 경우 폐교 절차도 밟을 수 있다. 의평원의 기존 정기평가는 직전 평가 결과에 따라 2~6년 주기로 이뤄진다. 하지만 입학정원이 기존보다 10% 이상 늘어나는 등 각 의대 교육 수준에 큰 변동 요인이 생길 때 의평원은 별개의 주요변화평가를 진행한다.
주요변화평가는 의평원이 기존에 사용하는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ASK2019)' 92개 평가 항목 중 51개를 별도로 선별해 실시한다. 특히 의평원은 이 중 '교육자원'과 '임상실습자원' 영역을 중요하게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자원 영역에선 교육시설과 실습자원, 교육 전문성 확보 등이 평가 대상이다. 구체적으론 강의실과 실험실습실 등의 시설, 기자재 등 보유 목록, 시설 관리 인력, 이를 위한 예산 배정, 개인교수실 확보, 교수 연구 공간 및 시설 등에 대한 현장 방문 평가가 이뤄진다. 교수 채용 규모는 늘어난 학생 수에 맞춰 '세계의학교육연합회가 권고하는 기초의학, 의학교육, 의료인문학, 임상의학 전공분야별 적절한 수의 전임교수를 확보하고 있는지'를 본다.
'임상실습자원' 영역에 대해서도 의평원은 '학생이 적절한 임상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질환의 환자와 충분한 수의 환자를 확보하고 있는지' '학생이 적절한 임상경험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임상실습시설이 확보돼 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의평원은 이날 구체적인 주요변화계획서 작성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황지영 인증제도위원장은 기존 정원이 50명이었다가 100명으로 증원된 의대를 가정해 설명에 나섰다. 그는 "이 의대의 해부학교실이 당초 교수 3명과 조교 1명, 기사 1명으로 구성됐었다면 증원 후엔 교수 5명, 조교 1명, 기사 1명 등의 교원 확보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또한 ▲대면 학생강의는 1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형 강의실에서 기존과 동일하게 진행 ▲토론수업 등은 기존 16~18명씩 3개조로 진행하던 것을 20~21명씩 5개조로 진행 ▲시체해부실습과 조직실습은 2개 분반으로 나눠 동시에 진행 식으로 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현장에 참석한 의대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정량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의평원에 전했다. 이에 허정식 인증기준위원장은 "정량적 수치를 제시해달라는 요구가 많은데 뚜렷하게 '1+1=2다'라고 말은 못하는 것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 위원회에서 조금 더 합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은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안 원장도 "의평원 입장에서 굉장히 고민하고 있는 것 중 하나였다. 현재 잠정 연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의평원 차원에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원광대 의대 관계자는 "의평원 평가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내년 신입생 선발을 하지 않는 방법밖에 없다"며 "특히 지방 사립대의 경우 대학본부가 이걸(의평원 평가를) 해결할 수 없는, 불가능한 상황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정부다. 정부가 각 대학이 교원을 어떻게 임용하고, 교육을 위해 필요한 충분한 환자가 없는 상황에서 일정 규모 이상 병상을 가진 대규모 병원을 교육병원으로 지정해 운영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의평원 차원에서도 향후 우려되는 부분에 있어 정부 차원에서 준비해달라는 건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의평원은 교육부가 평가 기준·방법 및 절차 등을 변경할 때 교육부의 사전 심의 등을 받을 것을 권고한 것에 대해선 이행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의평원 관계자는 "이의 신청을 한 것으로 입장은 전달한 상태"라면서도 "교육부가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가운데 사전심의를 받을지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다"고 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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