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티메프 자산·채권 전격 동결…피해 보상은 누가 하나?
서울회생법원이 티몬·위메프(티메프)의 기업회생 신청 하루 만인 30일 보전 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티메프의 자산과 채권을 동결하는 이같은 조치는 통상 신청 후 일주일 내에 내려지지만 법원 관계자는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을 고려했다”며 “추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라고 설명했다.
보전 처분은 회생절차 개시 전 채무자(신청 기업)가 재산을 도피·은닉하거나 특정 채권자에게 편파적으로 변제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현금 등 재산 처분을 막는 조치다. 포괄적 명령금지는 채권자가 강제집행 등으로 회사 자산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채권을 동결하는 조치다. 즉, 티몬·위메프의 자금이 동결돼 소비자, 입점 업체 등에 대한 정산도 멈추게 됐다.
법원은 사건을 회생 2부에 배당하고 안병욱 서울회생법원장이 직접 재판장을 맡기로 했다. 중요한 사건이나 부채액 3000억원이 넘는 사건은 법원장 재판부가 담당하는데 티메프는 둘 모두에 해당한다. 회생 개시 여부를 가리기 전 티몬(류광진)·위메프(류화현) 대표를 심문하는 기일은 다음 달 2일로 잡았다.
회생 개시 결정까지는 통상 한 달 걸리지만, 티몬과 위메프가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을 신청해 시간은 더 걸릴 수 있다. ARS는 회생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까지 보류하고, 기업과 채권자가 구조조정을 자율적으로 협의하도록 법원이 지원하는 제도다. 법원 관계자도 “회생절차를 무작정 개시하기보다는 ARS 제도를 먼저 시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의 자산·채권 동결로 피해액 변제는 장기전에 들어갔다. 이 사건과 관련한 채권자는 티몬에만 4만명 이상, 위메프에는 6만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추산한 지난 25일 기준 두 회사의 미정산 금액은 2134억원인데 업계에선 최대 1조원 이상 커질 수 있다고 추산한다. 6~7월 판매대금 정산일이 8월에 돌아와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로선 피해 소비자와 판매자(셀러)가 기댈 수 있는 건 카드사·간편결제사·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의 카드 결제 취소를 통한 환불 정도다. 이들 카드사와 결제대행사가 선 환불 조치 후 나중에 티메프에 구상권 청구 등을 통해 돈을 받는 것이다. 다만 티메프 법정관리 상황에 따라 카드사 등이 환불 대금을 받지 못하고 손실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티몬·위메프가 신청한 ARS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회생 전문 김봉규 문앤김법률사무소 변호사는 “ARS는 인수합병(M&A)이든 계열사 자금이든, 돈을 구할 방도가 있을 때 유효한 제도”라며 “큐텐에 그러한 자금줄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단 신청해보고 누군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의미”란 것이다.
이날 두 회사 소유주격인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이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다”며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원”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현실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경영학)는 “지금 큐텐 지분을 누가 사겠느냐”며 “이제 와서 주식을 팔아 변제하겠다는 건 의미 없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회생 절차를 개시할 경우 모든 채무 상환이 중단된다. 또 기업이 채무 일부를 탕감받으면 판매 대금을 못 받는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회생 절차는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걸리는데 이 기간 영세 판매자들의 연쇄 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
회생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티메프가 파산을 신청하면 돈을 받기가 더 어려워진다. 김봉규 변호사에 따르면 담보권 비율이 높은 금융권은 경매를 통해 우선 환수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채권만 가진 셀러는 돈을 거의 돌려받지 못한다. 이에 파산이냐 회생이냐를 두고 금융권과 셀러 간 의견이 갈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전문가들은 피해 변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도산법연구회장 출신인 김관기 변호사는 “정산 미지급 대금 중 10%도 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안타깝지만 피해자가 각자도생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두 업체가 정산 지연 발생 직전 대규모 현금 이벤트 등 판촉 행사를 벌인 데 대해선 “조직적인 사기·횡령·배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김준영ㆍ최서인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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