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에 배터리 실적부진 지속…삼성SDI 2분기 영업익 38% 급감

최선을 2024. 7. 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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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투자계획은 그대로”
삼성SDI 기흥 본사 전경. 사진 삼성SDI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으로 배터리 업계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사업을 다각화하며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30일 삼성SDI는 올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8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8% 줄었다고 밝혔다. 매출은 4조4501억원으로 23.8% 줄었고, 순이익은 3012억원으로 38% 감소했다.

올해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둔화하면서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사업부별로 보면 전지 부문 매출은 3조87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줄었고, 영업이익은 2080억원으로 46% 감소했다. 전자재료 부문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5772억원과 722억원으로, 각각 1%, 16% 증가했다.

이날 에코프로도 캐즘 여파로 2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냈다고 밝혔다. 에코프로는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손실 5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8641억원으로 57.2% 감소했다.

국내 1위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도 올 2분기 영업이익이 57.6% 감소하는 등 배터리 업계가 캐즘의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올 하반기에도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기업들은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매출 목표를 대폭 축소하면서 “당분간 필수적인 부분에 한해서만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를 납품하는 LG화학 역시 2026년까지 양극재 생산능력을 28만톤(t)에서 20만t으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설비투자(CAPEX)는 4조원에서 3조원대로 축소했다. 포스코그룹의 배터리 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도 올해 설비투자를 2조8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줄였다.

지난달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 참가한 LG에너지솔루션 부스. 사진 LG에너지솔루션


다만 삼성SDI는 설비투자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배터리 산업의 성장은 변함없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김윤태 경영지원실 상무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헝가리 법인 증설,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JV) 1공장 건설 등 이미 확보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와 중장기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투자를 집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단기적 전기차 수요 약세 지속,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략 변화 등 시장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해 최적의 투자 결정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 비중이 높아 경쟁사보다 투자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는 사업 다각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미국 최대 전력 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로부터 1조원대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아울러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전지의 샘플 공급을 5개 고객사로 확대하며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SK온 역시 ESS 사업 강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텃밭이라 불리는 리튬인산철(LFP) 제품군을 공략 중이다. 최근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처음으로 전기차용 LFP 배터리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과의 시장 격차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CATL은 올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한 123억6000만 위안(약 2조35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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