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신규 댐 후보지 선정에 환경단체 "기후문맹적 토건사업"
[김병기 기자]
▲ 김완섭 환경부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
ⓒ 환경부 |
환경부가 30일 신규 댐 후보지를 발표하자 환경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는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 홍수와 가뭄 등을 예방하기 위한 '기후대응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환경단체들은 과학적 근거 제시도 없이 대규모 생태파괴가 불보듯한 토건 사업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김완섭 환경장관, 30일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 발표
이날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댐 후보지를 발표했다. 기후대응댐 후보지(안)은 총 14곳으로,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댐 7곳, 용수전용댐 4곳이다. 권역별로는 한강권역 4곳, 낙동강권역 6곳, 금강권역 1곳, 영산강·섬진강권역 3곳이다.
한강권역에는 강원 양구군 수입천 다목적댐 등 4곳, 낙동강권역은 경북 예천군 용두천 홍수조절댐 등 6곳, 금강권역은 충남 청양군 지천 다목적댐 1곳, 영산강·섬진강권역에는 전남 화순군 동복천 용수전용댐 등 3곳이다.
환경부는 "극한 홍수와 가뭄, 그리고 미래 용수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유역별로 홍수의 위험성과 물 부족량 등을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하여 평가한 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는 기후대응댐 후보지(안)을 도출하였다"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홍수 방어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후대응댐 건설을 건의해 옴에 따라 댐 별로 적정성을 면밀히 검토하였고 필요한 댐들은 후보지(안)에 반영하였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또 "기후대응댐을 통해 댐별로 한 번에 80~220mm의 비가 오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홍수 방어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기후대응댐을 통해 새롭게 공급되는 물은 연간 2.5억톤으로, 이는 220만 명의 시민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이며, 이를 활용하여 극한 가뭄과 국가 전략산업 등 새로운 물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
ⓒ 환경부 |
보철거시민행동 "윤석열 정부의 무지와 무능... 물정책 나락으로"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환경부의 이날 발표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적극 반발하고 있다.
세종보에서 환경부의 수문재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를 촉구하며 100여 일 가까이 농성을 하고 있는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87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물정책에 관한한, 최악의 정부다. 윤석열 정부의 무지와 무능함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물정책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환경부는 신규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하면서, '기후대응댐'으로 소개했다. 작년과 올해의 강우 피해 사례를 들먹여 국민들을 겁박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핑계로 우리 국토에 제2의 4대강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물정책의 실패를 자백하는 것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는 홍수를 대비한다면서 전국의 지류 지천에서 준설을 강행했지만, 비 피해가 줄기는커녕 매번 지적됐던 막무가내식 준설의 무용함만이 입증됐다. 댐 추가 건설은 홍수 원인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책임 회피와 분위기 전환용 꼼수에 불과하다."
보철거시민행동은 이어 "댐 건설의 당위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비 피해의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필요하고 담수능력과 필요 용수량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진행해야 한다"면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광범위한 생태계 훼손의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에 끼칠 수 있는 파급력을 생각하면 설령 필요하다 하더라도, 최대한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과 보철거시민행동은 5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
ⓒ 보철거시민행동세종보 |
녹색연합 성명 발표 "4대강사업 정당화... 과학적 준거도 없어"
녹색연합은 이날 '환경부의 무능함을 자임하는 기후대응댐 후보지 발표를 규탄한다' 제하의 성명을 통해 "결론적으로 평하자면 이번 발표는 기후위기 대응과 적응을 핑계로 4대강 사업을 정당화하고 이를 중심에 둔 물 관리 정책으로 회귀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우선 "환경부가 14곳 댐을 기후대응댐으로 명명하면서 유의미한 과학적 논거들을 완전히 생략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후보지를 도출했다고 적시하고 있지만, 그 평가 기준과 준거들이 없다. 하물며 주요 댐 후보지를 설명자료로 내놓으면서 저수용량에 따른 예상 물 공급량 같은 기본적인 예측 수치만 붙였다. 해당 지역에 필요 용수량이 얼마나 필요하고 부족량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고질적인 가뭄지역과 해당지역의 상관관계가 어떠한지도 개연적 설명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다목적 댐이라고 구분해 놓고 홍수에 어떻게 해당 댐이 대응할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없다."
녹색연합은 이어 "해당 지자체가 중앙정부 예산 지원을 목표로 신청한 댐을 마치 과학적 필요에 의한 댐으로 포장하고 있는 환경부의 작태가 한심하다"면서 "4대강 사업 시기로 회귀하고 있는 물 관리 정책을 우려하며 환경부의 물 관리 정책을 전면 재수정하라"고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기후문맹적 토건주의... 개발부서 전락 '윤석열 환경부'"
환경운동연합도 '15년 만의 신규 댐 건설 발표, 관성적 토건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환경부의 기후문맹적 발상' 제하의 성명을 발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의 신규 댐 건설 후보지 발표에 대해 "기후위기를 볼모로 하여 토건 산업을 살리기 위한, 관성적 토건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후문맹적 발상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환경부가 댐 신설의 효과로 가장 먼저 언급한 홍수 방어 능력은 홍수 피해 발생 원인의 진단부터 잘못되었다. 환경부는 댐 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전국의 수해 피해가 마치 그간 댐을 짓지 않았기 때문인 것처럼 표현했지만, 최근 발생한 대부분의 수해 피해 사례는 제방의 관리 부실과 과도한 하천 공간 활용, 내수 배제 불량이 원인이었다.
또한 신규 댐의 총저수용량을 보더라도 홍수 방어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환경부가 스스로 밝히듯 저수량 수백만 톤 규모, 하루 약 200mm 강우 수용 수준의 홍수 방어용 댐은 기후위기 시대에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예측하기 어려운 폭우 발생이 잦은 상황에서 300mm 이상의 폭우가 내린다면 환경부가 계획한 댐들은 오히려 저수 용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또 다른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또 "환경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댐을 짓겠다고 주장하지만, 환경부의 계획 속에는 기후위기로 인해 가속화되는 생물다양성 붕괴 위기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서 "이번 환경부의 계획에 포함된 수입천댐의 상류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열목어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수입천댐이 지어질 경우 수몰되어 서식처를 온전히 유지하기 어려울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환경부는 국토 환경을 보전하는 부서가 아닌 산업과 개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부서로 전락했다"면서 "전 세계가 기후와 생태의 위기를 강조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지금, 환경부는 기후문맹적 토건주의에서 벗어나 유역 기반의 자연기반해법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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