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폭력에 맞선 조선 여공들…“우리 모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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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가난과 폭력에 시달렸지만 지지 않았다.
1910년부터 40년 동안 오사카의 방적 공장을 거쳐간 3만명의 조선 여공들은 낯선 땅에서 불의와 차별에 맞서 싸운 여성이자 노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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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 간토대학살’ 등 잇달아 개봉
그들은 가난과 폭력에 시달렸지만 지지 않았다. 1910년부터 40년 동안 오사카의 방적 공장을 거쳐간 3만명의 조선 여공들은 낯선 땅에서 불의와 차별에 맞서 싸운 여성이자 노동자였다.
일제강점기 일본에 건너가 방적 공장에서 일했던 조선 소녀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조선인 여공의 노래’가 다음 달 7일 개봉한다. 영화는 여공들을 단순히 차별과 폭력의 피해자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간 주체적이고 강인한 여성으로 그려냈다.
오사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재일교포 2세 리창림씨는 “당시 일본인들이 고기의 내장, 뼈, 껍데기를 버리면 조선 여공들이 주워먹었다. 그게 나중에 소문이 나서 지금은 맛있는 음식이 된 것”이라며 “예전에는 육류의 내장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이름이 따로 없어 ‘호루몬’(오사카 사투리로 쓰레기를 뜻하는 말)이라 불렀다”고 전했다.
일본의 침략으로 조선의 경제는 처참히 무너졌지만 일본은 군수 산업과 방직산업으로 호황을 누리던 때였다. 일본인들은 한국에서 10대 소녀들을 데려가 12시간 2교대로 일을 혹사시켰다. 일하다 실이 끊어지기라도 하면 감독관이 심하게 매질했고, 기숙사 밖으로 도망치지 못하도록 높은 담장 위에 철조망을 쳤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전염병도 창궐했다.
1920~30년대 오사카 키시와다 방적 공장에서 일한 성순영 할머니는 “조선에선 살길이 막막한데 일본에 가서 일하면 한 달에 20엔이나 준다면서 조선에 사람을 뽑으러 오곤 했다”면서 “일본에선 조선인들을 ‘돼지’라고 불렀다. 그런 멸시를 받아도 너무 배가 고파서 (먹을 게 보이면) 정신없이 먹었다”고 증언했다.
조선인 여공들은 그 속에서도 야학을 열어 한글을 공부하고 부당한 대우에 맞서 싸웠다. 역사학자 히구치 요이치는 “그들은 1930년 41일에 거쳐 파업을 하기도 했다. 통근수당과 야근수당을 요구하고 임금 삭감을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며 “심지어 부당해고를 당한 일본인 직원을 위해 쟁의를 벌인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영화를 연출한 이원식 감독은 30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2017년 오사카를 방문했다가 오래된 붉은 담장에 십자가 모형이 박혀있는 모습을 보고 궁금증 가지게 됐다. 조사해보니 그것은 방적 공장의 담벼락이었고 십자가 모형은 여공들이 도망치치 못하도록 철조망을 감을 때 사용한 틀이었다”며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이야기는 알려졌지만 조선인 여공의 경우 민간 차원의 역사여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고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방인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는, 힘든 시대를 견뎌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영화로 알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재일교포 4세 배우인 강하나는 프레젠터 겸 주연 배우로 나섰다.
‘조선인 여공의 노래’ 외에도 일제강점기를 조명한 영화들이 광복절 전후로 잇달아 개봉한다. 관동대지진 직후 시작된 조선인을 향한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1923 간토대학살’은 광복절 당일 관객들을 만난다.
배우 김의성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1923년 9월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 정부를 향한 비난의 화살을 피하고자 내무성이 조선인에 대해 유언비어를 퍼뜨리기 시작했다는 증언으로 시작한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등을 제작한 김태영 감독이 연출과 제작을 맡았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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