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10연패·男3연패…현대家의 40년 양궁 진심 통했다(종합)

이민우 2024. 7. 3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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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표팀, 남녀 단체전 모두 우승
1985년부터 정몽구·정의선 父子 응원
공정·투명 원칙 아래 물심양면 지원
선발·운영 관여 전무…"잡음 제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29일(현지시간)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이 끝난 뒤 우리나라 대표 선수들을 만나 축하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선수들과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대한민국 남녀 양궁 국가대표팀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단체는 10연패, 남자 단체는 3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여자 단체전의 경우 1988년 이후 36년 동안 단 한 번도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장기집권' 신화의 배경에는 현대차 그룹의 40년에 걸친 꾸준한 지원이 녹아 있다. 그런데도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앞에 나서지 않았다. 신화의 공을 오롯이 선수들과 실무진에게 돌렸을 뿐이다.


대회마다 현지 방문해 응원한 '승리의 요정'

정 회장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 직접 참석해 선수들을 응원하고 우승 현장을 지켰다. 이후 시상식에서도 선수들과 포옹하며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전날에 이어 또 다시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전날 양궁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도 협회장의 '치하' 보다는 모든 구성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가득했다. 그는 "선수들, 그리고 협회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선수들이 지금처럼 잘해주고 있으니 앞으로도 그동안 해왔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너무 흥분하지도 않고 침체하지도 않으면서 잘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국내 양궁 선수들에게 ‘승리의 요정’이다. 협회장을 맡은 이후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2021년 도쿄올림픽 등 하계올림픽마다 현지를 방문했다. 그때마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우승을 차지했다. 정 회장은 승리의 요정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손사래 치며 "선수들이 워낙 잘해서 제가 거기에 묻어서 가고 있는데, 운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대한민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임시현·남수현·전훈영)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대한양궁협회 임직원이 지난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올립픽 남자 양궁 단체전 도중 만세를 하며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1985년부터 40년간 이어진 '진심'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1985년 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이래로 40년간 양궁협회를 후원해 왔다. 2005년 정의선 회장이 협회장 자리를 이어받은 후에도 대를 이어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 단체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이뤄진 헌신적인 후원 사례로 꼽힌다.


특히 정 회장은 대회마다 개최국의 특성을 고려해 세심한 지원을 주문했다. 예를 들어 2008년 베이징대회에서는 중국 관중들의 응원에 선수들이 평정심을 잃을까 우려해 대규모 응원단을 구성했다. 응원단에는 선수 가족, 지도자, 각 시도 회장단, 초등·중등 우수 지도자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 현지 주재원 및 가족, 재중 한인회 및 체육회 일원, 유학생 등 9000여명이 참여해 선수들을 응원했다.


2016년 리우대회에서는 치안 불안을 고려해 선수단의 안전을 위해 사설 경호원을 고용하고, 방탄차(투싼, 맥스크루즈)를 이용해 경기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휴게실과 물리치료실, 샤워실 등을 갖춘 트레일러를 경기장 인근에 설치해 선수들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사장)가 지난 29일(현지시간)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우승한 직후 프랑스 현지 교민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

이번 파리올림픽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 대회 전부터 장비 기술 지원, 축구장 소음 훈련, 파리 현지 식사 및 휴게 공간, 전용 훈련장 준비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충북 진천선수촌에는 파리올림픽 양궁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과 동일한 시설을 건설해 선수들이 실전과 같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그룹은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까지 개발해 선수들이 일대일 대결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왔으며, 축구경기장에서 대규모 관중을 동원해 소음 적응 훈련도 진행했다.


선수들의 마음에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대회 기간 선수들이 안정적인 심리상태와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스포츠심리 전문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를 파견했다. 선수들은 국내 훈련 당시부터 전문가들로부터 긴장을 다루는 훈련과 함께 심리적 고충 관련 상담을 받았다. 가장 큰 국제대회에 참가해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중압감을 견디고 훈련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선발·운영 관여 전무…'잡음 제로'

현대차그룹의 양궁 지원은 진정으로 전폭적이다. 재정 안정화, 스포츠 과학화, 선수 육성 체계 정비 등 모든 분야에서 도움을 주었지만, 선수단 선발이나 협회 운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대신, 투명성과 공정성을 철저히 지킬 것을 당부했을 뿐이다. 이는 현대차의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고 자율적이며 투명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정 회장의 경영 철학과도 일치한다.


그 결과, 양궁협회는 지연이나 학연 등으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전혀 없는 수준이었다. 국가대표는 오직 경쟁을 통해 선발됐고, 코치진도 공채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했다. 최근 대한축구협회가 감독 채용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말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 환영사에서도 공정, 투명,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한양궁협회가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사회적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 양궁이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대한양궁협회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원칙으로 혁신에 앞장서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그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도 수행하겠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에서 올림픽 연속 10연패를 달성한 임시현(가운데)이 정의선 현대차 회장에게 금메달 부상을 전달받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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