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유출' 軍정보사 군무원 구속…"법·원칙 따라 수사"
해외에서 신분을 감춘 채 활동하는 '블랙 요원'의 명단 등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소속 군무원 A씨가 구속됐다. 향후 수사의 초점은 A씨가 유출한 기밀이 북한으로 흘러갔는지 여부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는 30일 오후 A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사실을 알리며 "A씨의 구체적인 범죄 사실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자세한 설명이 제한된다"며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군 검찰은 A씨에 대해 군사기밀 누설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은 이날 오전 서울 군사법원에서 진행됐다. A씨의 변호사 등은 오전 9시 50분쯤 법정에 출석하면서 중앙일보와 만나 제기된 의혹들과 관련해 "노코멘트 하겠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초 2,3급 군사 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중국 조력자 등에게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개인 노트북에 보유하고 있던 정보사의 '휴민트(HUMINT·인적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유출 정보엔 해외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대북 '블랙 요원'의 명단도 일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일단 군사 기밀을 개인 노트북으로 옮긴 행위 자체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날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기까지는 실질심사 이후 채 몇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법원이 판단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
현 단계에서 A씨가 북한의 지령을 받고 정보를 넘겼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방첩사는 A씨가 북측에 포섭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폐쇄된 군의 인트라넷으로 검색 조차 되지 않는 블랙 요원들의 이름과 나이 등 신상 정보를 A씨가 왜 모았고, 고의성을 갖고 유출했는지 등을 따져볼 예정이다. A씨는 여전히 "북측에 의한 해킹"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방첩사는 A씨에 대한 영장을 신청하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는 않았다. 현재로선 방첩사가 북한과의 명확한 연계성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혐의에서 국가보안법을 뺀 건 정보 유출 과정에서 북한 당국의 지령문이나 정보를 넘겨받은 중국 국적자가 북한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방첩사는 지난달 말 A씨를 입건해 그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압수수색했다. A씨의 동기와는 별개로 명단 유출이 사실일 경우 정보사의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으로 북·중 접경지대에서 활동하는 블랙 요원들의 신변이 위험에 처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한 방첩사가 지난달 말 A씨를 입건한 이후 직무 배제만 한 뒤 A씨가 버젓이 부산으로 이동했고, 수도권 소재의 정보사 사무실을 오간 것으로 나타나 수사 부실 논란도 커지고 있다. "군이 사건을 뭉개고 있다"는 비판까지 내부에서 제기되고 관련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수사에 착수한지 한 달이 지나서야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부랴부랴 구속 영장을 받아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방첩사는 전날 출입 기자단에게 문자를 보내 "방첩사의 수사에 대해 수사가 미진한 것처럼 보도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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