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해도 못 쉬는 '역사쌤'들, 이 책이 도움될 겁니다
[박용준 기자]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은 많은 사람들에게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을 꺾으면서, 인공지능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후 인공지능은 특정 분야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거의 모든 영역으로 뻗어가고 있다. 그리고 챗GPT의 탄생으로 우린 알파고 이후 또다른 충격에 마주하게 됐다.
2022년 12월 1일, 오픈AI가 인공지능(AI) 모델인 챗GPT를 세계에 선보였다. 챗GPT는 사용자와 일상 언어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개발자들이나 알아들을 수 있는 복잡한 컴퓨터 언어가 아니라 일상적인 인간의 언어로 대화하면서 누구나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챗GPT의 유명세로 인해 사람들은 대화형 AI나 생성형 AI를 통틀어 챗GPT라고 부르고 있다. 마치 스테이플러나 부착형 메모지 같은 일상용품들이 대표적인 제조사 이름을 따서 각각 '호치키스', '포스트잇' 등으로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챗GPT는 교육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교육부와 여러 시도교육감들은 앞서 '제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쏟아내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챗GPT 등 생성형 AI를 포함한 '에듀테크' 관련 정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교육부는 2023년 9월 '디지털 교육 체제 전환, 에듀테크 진흥 방안 수립 착수'를 발표했다. 2024년 4월에는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역량 강화 지원 방안'을 발표했고, 이를 현장에서 실천할 '교실혁명 선도교사' 모집에 나섰다. 2025년에는 초·중·고교에 AI 디지털교과서가 전면 도입될 예정인데, 이는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움직임을 살펴보면 '디지털 교육'은 '에듀테크(교육+첨단기술)'를 통해 '교실혁명'을 일으킬 것이고, '교실혁명'은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서 본격화할 것이라 보는 교육 정책 담당자들 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의 급진적이고도 전면적인 '에듀테크' 정책과는 별개로, 현장 교사들은 자발적으로 생성형 AI의 교과 활용 방안을 모색하였다. 일례로 <챗GPT 국어수업>(김가람 외)은 생성형 AI의 국어 교과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한 결과물이었다.
나 또한 역사 교사... 현장의 고충들을 봤다
▲ 박용준 저,『챗GPT 역사수업』(에듀니티) |
ⓒ (주)에듀니티 |
필자 또한 현직 역사교사로, 현장의 많은 교사들이 생활지도와 행정업무에 시달리는 가운데, 퇴근하고 집에 가서도 수업을 준비해야하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교사의 업무는 퇴근 후에도 끝나지 않는 상황을 극복하고자,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교사들의 수업 준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역사교사의 입장에서 모색했다.
앞서 역사교과에도 생성형 AI를 활용하려는 일부 시도가 있었지만, 그러나 필자의 좁은 견문 탓인지 참고할 수 있는 관련 사례는 그다지 많이 나와 있지는 않았다. 그나마 있는 사례들도 각 지역 교육청과 지역 교사들을 중심으로 공유되디 보니 전국적 단위에서 광범위하게 논의되기는 어려웠다.
때문에 필자는 스스로 활용할 수 있고, 동시에 여러 교사들이 보고 바로 응용할 수 있도록 쉽게 쓴 생성형 AI 활용 역사수업 안내서를 차라리 직접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단, 사회적으로 역사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은 편일지 몰라도, 학교 교육에서 '국영수'가 아닌 역사 '과목'에 대한 상대적으로 낮은 관심 탓인지, 필자의 출판 기획서에 주목한 출판사들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마침내 필자의 출판 기획서에 응답한 곳은 에듀니티(대표 김병주)였다. 에듀니티는 교육 전문 기업으로 교사와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출판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매년 <대한민국 교육 트렌드>를 발간하여 교육 동향을 파악하여 미래교육을 전망하고, 앞서 <로봇은 교사를 대체할 것인가?>(닐 셀윈 저, 정바울 외 역)를 번역 출간하는 등, 인공지능과 교육, 그리고 교사의 관계에 대한 필자의 고민과도 맞닿은 점이 있었다.
<챗GPT 역사수업>이 나오기까지
출판사를 찾지 못해 한동안 교착상태에 있었던 작업은 이후 에듀니티와의 활발한 논의와 검토, 교정 및 디자인 작업을 거쳐 올해 7월, <챗GPT 역사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 교실(자료사진). |
ⓒ 픽사베이 |
필자가 주변의 동료 역사교사 및 지인들에게 출간 소식을 전하자, 그들로부터 적절한 시기에 나왔다는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경남의 한 중등 역사교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 듯한 '에듀테크'를 수업에 접목할 수 있다며 반가워했다.
충북에 근무하는 한 중등 역사교사는 "(생성형 AI를) 실제 어떻게 역사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며 기뻐했다. 최근 생성형 AI 관련 연수를 들었던 서울 근무 중등 역사교사도 구체적인 활용방안이 책으로 출간된 데에 높은 기대감을 표현하였다.
<챗GPT 역사수업>에서 필자는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수업을 준비할 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여러 조언 및 예시는 물론, 챗GPT를 활용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의 역사 지식 및 정보를 습득하고, 외국어로 된 사료를 읽거나 1:1 맞춤형 학습을 하는 방법을 소개하였다.
또한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전에 투입된 어느 영국군 병사가 되어 가상의 시간 여행을 떠나고, 나폴레옹을 상대로 역사 인물 가상 인터뷰를 진행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한편, 신석기 시대에 이웃 마을과 분쟁을 겪는 부족장의 입장이 되어 역사 시뮬레이션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안내하고, 이를 실제 수업에 적용하기 위한 수업 지도안 및 시나리오, 평가 계획을 제공하여 실제 수업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나는 책의 맺음말에서 생성형 AI가 여전히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역사교사를 대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사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전망하였다. 단, 생성형 AI가 교육 분야는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역사교사 스스로 생성형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적극적으로 탐구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 책은 퇴근 후에도 휴식을 누리지 못하고 역사수업을 준비하는 초중등 역사교사들을 예상 독자로 쓰여졌다. 또한 장차 디지털 교육을 기본으로 요구할 학교 현장에 직면할 예비교사들은 물론, 함께 역사수업을 고민하는 청소년, 보호자와 역사교육 연구자들과도 이 책에 담긴 생각들을 공유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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