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현실 속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야기
[문종필 기자]
▲ <팔레스타인> 표지 |
ⓒ 글논그림밭 |
"팔레스타인 사람과 이스라엘 사람은 소규모 분쟁이나 폭력 사태에서 자살 폭탄 테러나 무장 헬리콥터, 제트 폭격기 등으로 계속해서 서로를 살해할 것이다. 그 불화의 핵심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국제법 위반과 기본적 인권파괴의 문제로 부각되기 전까지는!"(2001년 7월, 조 사코)
지난 27일 검색 포털에 '팔레스타인'을 검색하니 "절망 속에서도 출전한 팔레스타인 선수단, 큰 박수받으며 입장"이라는 <한겨레> 기사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었다. 2024년 파리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팔레스타인 선수단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례적으로 지지를 받은 것이다.
올림픽의 경우 상식적으로 국가경쟁 시스템이기 때문에 자신의 국가에만 지지를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만큼은 국적과 상관없이 갈채를 보낸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보니, "팔레스타인은 자국의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으로 수만 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하고 있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선수단을 파견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올림픽을 준비할 수 없을 만큼 혼란의 시대를 겪고 있는 나라였는데 힘겹게 출전을 감행한 것이다.
과거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는 매우 좋지 않다. 이스라엘에 의해 급작스럽게 땅을 잃어버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울분과 함께 '난민' 문제와 '생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분쟁이 '아랍인 대 유대인'이란 두 민족간의 이원적인 대립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열강들의 지배적 논리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게다가 "유대 민족주의인 시오니즘 운동"(최진영, <팔레스타인 역사와 분쟁>, 〈팔레스타인〉, 글논그림밭, 2002, 312쪽.)에 의해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한 유대인들은 거주민이었던 아랍인들과 심각한 마찰을 입는다. 생각해보라. 오랜 시간 핍박받으며 살아오던 유대인이, 종교적인 이유를 내세워 자신이 살던 집에 다가와 내 집이라고 한다면 어떠하겠는가. 땅을 뺏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악을 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특히 지난 몇 달 동안 이들의 고통은 극에 달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무장 대원 약 3000명(그리고 하마스에 소속되지 않은 일부 팔레스타인인)이 각종 첨단 장비를 갖춘 스마트 펜스를 뚫고 이스라엘로 넘어가 약 1200명(대부분 이스라엘 민간인)을 살해하고 끔찍한 잔학 행위를 저지른 후 240여 명을 인질로 붙잡아 가자지구로 데려갔다. 이스라엘이 겪은 최악의 기습 테러 공격이었다. 역사상 가장 참혹한 하루를 보낸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전면전을 개시했고, 그 결과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중 폭격과 지상 침공으로 지금까지 2만 3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이 사망했다.(그중 상당수는 여성과 어린이였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자 지구 주민 220만 명 대부분이 난민이 되었으며, 현재 이 지역에는 식량, 의약품, 연료가 턱없이 부족해 많은 사람들이 기아와 질병의 위험에 처해있다
이 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민족 간의 학살이 멈추지 않을 거라는 것을 짐작하게 해준다. 서로를 '악(惡)'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그렇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희생당한 사람 대부분이 민간인이라는 사실이다. 이 지점이 굉장히 중요한데, 서로를 죽이고 보복하고 원수를 처벌하는 과정이, 불순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끔찍한 희생을 낳는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만화가 조 사코(Joe Sacco)의 〈팔레스타인〉을 읽는 행위는 중요해 보인다.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가 조사코의 책을 두고 경의를 표하며 추천한 글은 만화가의 손길이 왜 중요한지를 증명한다. "우리는 뉴욕이나 런던의 몇몇 사람들이 표현하는 팔레스타인의 이미지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그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점령지에서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사코의 묘사에는 어떤 이념이나 규칙 같은 것이 없다. 미래의 불확실함과 집단적 불행속에서 근근히 살아가는 그들의 생활이 담담하게 묘사된다"라고 적고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조사코의 〈팔레스타인〉은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을 키우고 먹고 살아가야 하는 평범한 인간의 삶에 주목한 텍스트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조사코의 만화를 읽으면서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 무엇보다 조사코는 용기 있는 만화가이기도 하다. 분쟁지역인 팔레스타인에 방문해 그곳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자료를 모아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들은 정의롭고 호기심 많은 훌륭한 만화가를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조사코가 이곳에 온 이유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팔레스타인 문제〉라는 글 때문이라고 텍스트에 적혀있다. 앞에서도 간략하게 이야기했지만, 이들의 분쟁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그래서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해 두 민족이 품은 집단의 기억과 서사(정서)를 습득해야 한다. 조사코의 〈팔레스타인〉은 이런 역사적 시간을 모두를 담아놓지는 않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전쟁을 겪게 됨으로써 감내해야 하는 '삶'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개인의 삶이 보편이 된다는 점에서 이 책에서 소개된 각각의 인물은 '팔레스타인' '사람'을 대표한다. 이 책이 한국에 출간된 시기는 2002년이다. 하지만 분쟁은 여전히 지속된다는 점에서 책의 가치는 줄어들지 않는다. 이 작품을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바다.
덧붙이는 글 | 문종필은 평론가이며 지은 책으로 문학평론집 〈싸움〉(2022)이 있습니다. 이 평론집으로 2023년 5회 [죽비 문화 多 평론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밖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만화평론 공모전 수상집에 「그래픽 노블의 역습」(2021)과 「좋은 곳」(2022)과 「무제」(2023)를 발표하면서 만화평론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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