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흡연 관문 된 가향·전자담배…70%는 '가향'으로 흡연 시작
전자담배·가향담배가 청소년들이 흡연하게 될 때 '관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일향 등이 첨가돼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한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했다는 비율이 10명 중 7명에 달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로 흡연을 처음 시작한 학생의 60% 이상은 주로 궐련(일반담배)을 피우는 쪽으로 넘어갔다.
30일 질병관리청은 2019~2023년 시행한 청소년건강패널조사 통계(초등학교 6학년~고등학교 1학년)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2019년 기준 전국 초등 6학년 학생 5051명을 2028년까지 추적 조사해 성인 초기까지 건강 행태가 어떻게 바뀌는지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 신종·가향담배를 통해 흡연에 익숙해지는 사례가 두드러졌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담배 제품을 처음 사용해보는 경험률은 꾸준히 올랐다. 특히 중학교 3학년에서 고교 1학년으로 넘어갈 때 전자담배의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액상형 전자담배 경험률은 1.49%에서 2.6%로 1.11%포인트 올랐고, 궐련형 전자담배는 0.6%에서 1.56%로 0.96%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궐련이 0.55%포인트 오른 것과 비교하면 경험률이 훌쩍 뛴 셈이다.
또한 가향담배로 흡연을 처음 시작했다는 비율은 69.5%에 달했다. 이러한 경향 역시 전자담배 사용자에게서 두드러졌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84.8%, 궐련형 전자담배는 71.5%, 궐련은 62.9% 순이었다.
전반적인 흡연 습관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전자담배 흡연 시 여러 담배 제품을 중복해서 쓰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 청소년의 73.8%는 3종(궐련+궐련형 전자담배) 또는 2종(궐련)의 중복 사용을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의 중복 사용률은 98.5%(2종·3종 합산)에 달했다.
이러한 중복 사용 경험자들이 처음 손을 댄 담배 제품은 궐련 64.9%, 액상형 전자담배 32%, 궐련형 전자담배 1.4% 등이었다. 특히 흡연 청소년 중 액상형 전자담배로 처음 시작한 60.3%는 현재 궐련을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담배 시장이 가향담배 중심으로 바뀌면서 '가향 마케팅' 등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청소년들도 흡연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 됐다"면서 "전자담배 중심의 중복흡연도 니코틴 의존도를 높이면서 청소년 금연 가능성을 낮추는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신종·가향담배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청소년의 식습관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악화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주 5일 이상 아침 식사를 결식하는 비율은 초등 6학년 17.9%에서 고교 1학년 29%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주 3회 이상 패스트푸드 섭취율(20.9%→ 31.1%)도 상승세가 뚜렷했다. 반면 하루에 한 번 이상 과일을 섭취하는 비율은 35.4%에서 17.2%로 반 토막이 났다. 하루 3회 이상 채소 섭취율도 18%에서 8%로 크게 떨어졌다.
신체활동 지표도 대체로 고학년일수록 안 좋은 편이었다. 주 5일 이상 신체활동(하루 60분 기준) 실천율은 초등 6학년(29.8%)에서 중학교 2학년(18.2%)까지 꾸준히 감소했다. 중학교 3학년(21.9%)에 들어서면서 '반짝 증가'했지만, 고교 1학년(14.6%)이 되니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 밖엔 술을 한두 모금이라도 처음 마셔본 경험자 비율은 중학교 1학년이 될 때(15.8%)가 가장 높았다. 술을 처음 마신 이유는 '가족이나 집안 어른의 권유'가 48.9%로 가장 많았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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