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공략 뒤 ‘간첩법’ 띄웠다…이슈파이팅 총대 멘 한동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민생·안보 분야 이슈를 파고들며 주도권 선점에 나서고 있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티메프) 판매대금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긴급 현안 질의를 두곤 “한 대표의 취임 후 첫 민생 드라이브”(국민의힘 3선의원)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현안 질의는 한 대표가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에게 “민생과 직결된 사안이니 현안 질의를 열어달라”고 27일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한 대표는 30일 국군정보사령부 군무원이 휴민트(Humint·인적정보)를 중국 동포(조선족)에게 유출한 의혹도 겨냥했다. 한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우리 간첩법은 적국인 북한만을 대상으로 해 (중국 동포를) 간첩죄로 처벌하지 못한다”며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이 21대 국회서 민주당의 제동으로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이번 국회에서 간첩법 개정안(주호영 의원 대표 발의)을 이미 발의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23일 취임 이후 정쟁 사안보다는 민생·안보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다. 대중적 관심이 쏠린 사안이나 즉각적인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 이슈가 대상이다. 그는 29일 당 최고위에서도 티메프 사태에 대해 “정산 주기를 계산하는 문제, 위탁형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 있어서 ‘에스크로’ 도입 등 자금 보관 문제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에스크로란 구매자와 판매자의 신용 관계가 불확실할 때 제3자가 중개하는 서비스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놓고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금투세를 내년 시행할 때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고통을 국민이 아직 실감하지 못할 수 있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소득의 20%(3억원 이상은 25%)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한 대표가 연일 구체적인 민생 메시지를 내는 데에는 한 대표가 강조해 온 '민생에 반응하는 속도'에 일환이라는 평가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당에서 최근 민생 현안에 대한 대응 보고서를 한 대표에게 제출했다고 한다. 한 대표도 정부 부처에 티메프 사태 등 국민적 관심사가 큰 사안에 대한 ‘핀셋 업무보고’를 요청해 이슈를 살폈다고 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정기적인 업무보고가 아니라, 그때그때 필요한 현안에 대해 수시로 현안 보고를 받았다”며 “특히 한 대표는 전문 분야가 아닌 안보 등 현안에 대해선 학계나 의원에게 직접 조언도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7·23 전당대회에서 윤·한(尹·韓) 갈등, 당권 주자 간 난타전이 부각돼 잡음이 일었던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당내 이견이 거센 순직해병 특검법 수정안을 두고도 한 대표는 “당내 논의를 거치겠다”며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외연 확장에 집중하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전당대회에 발이 묶여 있는 틈을 노려 적극적 이슈 선점에 나섰다는 것이다. 여당 관계자는 “당 지지율 상승 등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려면, 연금 개혁 등 민주당에 이슈 주도권을 내준 과거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한 대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만 당 정책위의장인 친윤계 정점식 의원의 거취는 변수다. 이날 한 대표 측은 “백지상태에서 새로 시작하는 게 맞다”(박정하 비서실장)고 교체에 무게를 뒀지만, “정 의원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재점화되면 민생 드라이브도 삐걱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교체돼도 용산 대통령실과 소통이 원활한 인물이 정책위의장을 맡지 않겠나”라고 관측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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