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바그너 용병 수십명 말리서 사살…우크라 “우리가 역할”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용병 수십 명이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반군의 매복 공격으로 사망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 정보국(GUR)이 이 공격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러시아간 싸움이 전세계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했다.
29일(현지시간) 가디언, 더 타임즈 등에 따르면 안드리 유소프 GUR 대변인은 “말리 반군에게 필요한 정보를 줬고 러시아 전범을 상대로 성공적인 군사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키이우 포스트는 말리 반군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서 있는 사진도 공개했다.
앞서 바그너그룹은 텔레그램을 통해 말리에서 중무기, 드론, 자살 폭탄 테러범을 사용한 1000명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 제13여단 사령관 세르게이 셰브첸코 등 용병들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는 밝히지 않았으나 외신들은 소식통 등을 인용해 50~80명 선이라고 전했다. 최소 15명은 포로로 잡혀 반군에게 반바그너 구호를 외치도록 강요당했다고 한다.
바그너 조직의 일부로 활동했던 네오나치 루시치 그룹도 그레이존 채널을 운영해온 니키타 페디아닌이 말리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레이존은 50만 명 이상 구독자를 보유한 텔레그램 채널로 바그너 관련 소식을 전해왔다.
“바그너그룹, 2018년 이후 우크라 밖 가장 큰 손실”
더 타임즈는 “바그너그룹이 말리에서 잃은 병력은 시리아에서 미군과의 충돌로 200명이 사망한 2018년 이후 우크라이나 밖에서 가장 큰 손실”이라고 했다.
독립을 요구하는 다양한 반군과 싸워온 말리 정부는 2020년 군사 정권 집권 후 바그너그룹에 도움을 요청했다.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2021년 약 1000명의 바그너 용병이 말리에 입국했다. 과거 말리를 식민지로 지배했던 프랑스는 현 정부의 요구로 2022년 군대를 철수했다.
우크라전 이후 러시아 정부가 아프리카에서 3조5000억원 상당의 금을 추출하는 데 바그너그룹이 도움을 줬다는 보고서도 있다. 미국은 말리에서의 활동을 우크라전 군사장비 전달 통로로 이용했다는 이유로 말리에 있던 바그너그룹 수장을 지난해 5월 제재했다.
“러시아의 아프리카 금 추출에 바그너가 도움”
미 국가안보국(NSA) 문서에 따르면 키릴로 부다노프 GUR국장은 이미 지난해 말리에서 바그너그룹을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는 수단에서도 바그너 용병들을 상대로 한 작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바그너가 활동하는 수단에 우크라이나군이 관여한 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투가 세계적인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추가 신호”라고 분석했다.
바그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옛 지인이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014년 설립했다. 우크라전에 참여하며 종종 최전선 근무 대가로 사면된 전직 수감자들을 활용했다. 프리고진이 쿠데타 시도 실패 후 지난해 6월 비행기 폭발로 사망한 후에도 바그너그룹은 아프리카에서 활동해왔다.
세르히 쿠잔 우크라이나 안보협력 센터 국장은 “러시아에게 바그너가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금, 다이아몬드, 가스, 석유를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이고, 돈은 러시아의 침략 자금으로 사용된다”며 “경험이 풍부한 바그너 용병을 ‘청산’하는 게 우크라이나엔 도움이 된다. (말리에서 사망한 이들) 상당수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 러시아 전범은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승진 후 폭군 돌변한 동료…'뇌'에서 발견된 충격 현상 | 중앙일보
- 오상욱 "이건 어따 쓰죠?"…금메달과 받은 '의문의 상자' 정체 | 중앙일보
- 박정희에 “야, 너두 죽어봐”…김재규 발작증 끝내 터졌다 (74) | 중앙일보
- 방시혁, 365억 미국 LA 고급저택 매입…100% 개인 법인으로 샀다 | 중앙일보
- '첫 금' 오상욱·오예진 받는다...오메가가 선물한 시계, 가격 깜짝 | 중앙일보
- "남친과 선수촌 이탈 후 파리 관광"…브라질 수영선수 퇴출됐다 | 중앙일보
- 도쿄 3관왕 안산마저 탈락…한국 양궁 36년 천하 이끈 '공정의 힘' | 중앙일보
- "랭킹1위 안세영 왜 안 보여줘"…배드민턴 푸대접에 팬들 뿔났다 | 중앙일보
- 아령에 묶인 60대 시신…살던 고시원엔 10만원과 '청소 부탁' 쪽지 | 중앙일보
- "가장 지저분한 비밀"…올림픽 수영 선수들이 소변보는 법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