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는 트럼프, 이란은 해리스 민다?…美 당국, 대선 개입 경고

이승호 2024. 7. 3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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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러시아와 이란, 중국이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해 비밀공작과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는 미 정보당국의 분석이 나왔다. 각국마다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미는 후보는 다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고 러시아는 당선, 이란은 낙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29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대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의 민주 제도를 훼손하고 분열을 조장하며 여론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주무르려는 다양한 외국의 공작과 선전술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이란·중국 등을 주요 경계 대상으로 지목했다.

러시아 국기(위)와 이란 국기를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가장 큰 위협으론 러시아가 꼽혔다. DNI는 “러시아 요원들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러시아에 우호적인 서사를 만들고 전파하고 있다”며 “이들은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고 선거 과정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미국 선거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DNI는 특정 후보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러시아가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를 도우려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DNI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을 하려는 후보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를 이어 우크라이나 지원을 공약한 민주당 후보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담판을 통해 전쟁을 조기 종식하겠다”는 트럼프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29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외국의 공작과 선전 전술이 확인되고 있다″며 러시아, 중국, 이란을 주요 대상으로 지목했다. DNI 보고서 캡처

AP통신은 “러시아의 가짜뉴스 양성 조직은 트럼프 피습 사건 이후 민주당의 (트럼프가 피고인 사건의) 수사가 총격 사건을 초래했다는 주장을 빠르게 확산시켰다”며 “심지어 바이든 대통령이나 우크라이나 정부가 암살 시도를 조직했다는 음모론까지 퍼뜨렸다”고 전했다.

반면 이란은 자국에게 불리한 트럼프의 당선 저지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집권 당시인 2020년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약속한 '국제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또 이란의 상징적인 존재인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쿠드스군) 사령관도 드론(무인기)을 동원한 기습 공격으로 암살했다.

DNI 관계자는 “이란이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확인했다”며 “이란이 미국의 특정 대선 후보를 선호하는 건 2020년 이후로 변함이 없다”고 WP에 말했다. 즉 이란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시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고 있단 것이다.

실제로 이란은 2020년 대선에서도 트럼프의 재선을 막기 위해 은밀하고 다각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됐었다.

이번 선거 국면에선 이란이 비밀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트럼프의 기반을 약화하는 선전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에브릴 헤인즈 DNI 국장은 이달 초 이란 정부가 미국에서 벌어진 이스라엘-하마스 반전 시위를 은밀히 지원했다고 보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경우 미 대선 개입에 신중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DNI 관계자는 “중국은 그들이 대선에 간섭했다가 발각돼 미·중 관계가 더 손상되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CNN 등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미 대선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중국 때리기’를 계속 하고 있는 미 의회는 예외다. 미 정보당국도 중국이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에서 반중 의원들의 낙선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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