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어 독일까지…유럽 잇단 철도 방화에 '러 배후설'
2024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에 이어 독일에서도 29일(현지시간) 철로 방화 사건이 발생해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방화 사건의 정치적 동기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 국가의 인프라에 대한 러시아의 배후 공격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근거 없는 비방을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아나톨루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독일 브레멘 경찰은 함부르크와 브레멘 북부 도시를 잇는 철도 선로에서 방화 공격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독일철도(DB)는 오전 4시께 화재를 확인하고 일부 구간을 폐쇄하는 한편 브레멘 중앙역을 지나는 열차를 우회 운행했다. 이날 브레멘에서 북동쪽으로 약 100㎞ 떨어진 함부르크 인근 철로에서도 비슷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로 인한 부상자는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신원을 알 수 없는 용의자들이 방화 장치를 이용해 브레멘 근처 철도 제방의 선로에 있는 전기·통신 배선 장치에 고의로 불을 질렀다. 소방 당국은 곧바로 불길을 잡았으며 피해 규모는 파악 중이다. 독일 연방경찰은 방화 흔적 등 증거를 수집한 뒤 해당 범죄의 정치적 의도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佛, 올림픽 직전 철도 방화…통신 케이블 절단도
앞서 프랑스에서는 지난 26일 올림픽 개막식 직전 파리로 오가는 고속철도 선로 여러 곳의 케이블이 방화 공격을 받아 고속열차(TGV)가 대거 취소·지연됐다. 당시 파리와 북부·동부·서남부를 연결하는 철로 주변의 케이블에 누군가 불을 질러 전기 공급이 차단되면서 철도망이 마비됐다. 올림픽에 지장은 없었으나 주말과 여름철을 맞아 휴가를 떠나려던 프랑스인과 관광객 등 80만 명이 피해를 봤다. 프랑스 철도공사(SNCF)는 주말동안 복구 작업을 마무리했으며 현재 모든 열차가 정상 운행하고 있다.
이어 28일과 29일 사이 밤중에 프랑스의 부슈뒤론·우아즈·오드 등 전국 6개 지역에서 SFR·부이그·프리 등 여러 통신사의 광섬유 케이블이 절단됐다. 마리나 페라리 디지털 담당 장관은 X(옛 트위터)에 “간밤 통신사들이 여러 지역에서 피해를 봤고 이로 인해 유·무선 전화 접속에 국지적인 영향이 있었다”며 “이런 비겁하고 무책임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적었다.
케이블 공격에 피해를 본 통신사 프리 측은 “오늘 새벽부터 전국 네트워크가 심각한 속도 저하를 겪고 있다”며 “현재 기술자가 총동원됐다”고 X에 공지했다. 피해 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올림픽 경기가 주로 열리는 파리는 영향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와 독일 당국은 범행 동기와 배후를 추적하고 있다. 이미 프랑스 당국은 26일 벌어진 철도망 방화와 관련해 극좌 운동가 1명을 체포했다. 체포된 남성은 28세 청년으로, SNCF의 기술 설비와 장비 등에 접근할 수 있는 열쇠와 철사 등을 끊을 수 있는 펜치, 범용 열쇠 세트 등을 갖고 있었다고 르파리지앵은 전했다.
"우크라 지원 유럽국가 인프라 공격?" 러 배후설
러시아 배후설도 제기됐다. 아나톨루통신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해온 독일에 최근 몇 년 동안 주요 인프라에 대한 광범위한 공격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6일 독일의 국가정보원이 내놓은 보고서는 유럽 일대에 러시아의 방해 공작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에서도 선로와 전기·통신 케이블에 대한 방화의 배후 세력으로 이란·극좌 세력과 함께 러시아가 지목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점점 더 강화하면서 러시아가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전역에서 허위 정보와 파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을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말 그대로, 서방은 모든 잘못된 일의 배후로 러시아를 비난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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