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방송4법 거부권 시사…“여야 합의 없는 법안에 우려”
대통령실은 ‘방송4법’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과 관련 “야당 주도로 단독 결의된 법안”이라며 “사회적 합의 및 여야 합의 없는 법안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서 이미 폐기된 법안에 방통위법 개정안을 포함해 강행 처리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변경과 관련해서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사안인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라며 “이런 판단 하에 최종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재적 300인 중 재석 189인, 찬성 189인으로 한국교육방송공사(EBS)법을 통과시켰다. EBS법 개정안 통과로 민주당 등 야당에서 추진하는 방송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모두 본회의를 통과했다. 방송 4법은 ‘법안 상정→필리버스터→강제 종결→야당 단독 처리’ 수순을 반복하며 순차적으로 처리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즉각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부결된 법안을 또다시 일방으로 밀어붙이는 이상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할 것”이라며 “결단코 방송장악 악법이 시행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당시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 관련 3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민주당은 방송 4법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돌아올 경우 다시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보좌할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한 입장도 확인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연초 대담에서 국민이 원한다면 국민 뜻을 수용해 제2부속실을 설치하겠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며 “직제를 개편해 제2부속실을 만들기로 최종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제2부속실은 대통령 배우자의 일정과 행사 기획, 수행, 메시지 등을 전담 보좌하는 조직으로, 박정희 정부 때 처음 만들어진 이래 역대 정부에서 계속 운영됐다.박근혜 정부 후반부에 국정농단 파문 영향으로 제2부속실이 폐지됐다가,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후 부활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실 조직을 효율화하고 김 여사 활동 관련 논란을 줄이기 위해 제2부속실을 없애겠다고 공약했고, 취임 후 제2부속실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제2부속실을 설치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대통령실은 지난 1월 “국민 대다수가 좋겠다고 생각하면 설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처음 밝혔고, 이어 윤 대통령이 2월 신년 대담에서 “제2부속실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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