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낮밤녀’ 이형민PD... “이정은, PC방 알바 경험 등 무궁무진 능력에 놀라”

황지영 2024. 7. 3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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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의 이형민PD가 대본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삼화네트웍스, SLL


JTBC 주말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이하 ‘낮밤녀’)는 판타지와 로맨틱 코미디에 스릴러까지 여러 장르가 혼합돼 있는 복합 장르 작품이다. 하지만 난해하지는 않다. 어느 날 갑자기 낮에만 50대 공공기관 시니어 인턴 임순(이정은)의 외형을 갖게 된 29세 취업준비생 이미진(정은지)의 좌충우돌 이중 생활이 만화처럼 펼쳐진다.

미진의 아슬아슬한 이중 생활 속 검사 계지웅(최진혁)과의 로맨스를 달콤하게 그려내던 드라마는 14회(28일 방송)에서 스릴러로 급변한다. 일하고 싶다는 간절함에서 시작한 거짓말이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번지자 미진은 사표를 내는데, 마침 그날 자신의 아버지(정석용)가 연쇄살인마에게 납치를 당한다.
만화 같지만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에 시청자들도 빠져들기 시작했다. 시청률은 12회(21일 방송) 때 자체 최고인 9.4%(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고, 14회는 8.4%로 일요일 종합 시청률 1위에 등극했다. 한국갤럽 7월 조사에선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낮엔 50대로 바뀌는 이미진(정은지)은 계지웅(최진혁)과 밤에만 만날 수 있다.사진 JTBC


해외 반응도 좋다. 넷플릭스 TV 비영어 시리즈 글로벌 톱10 차트에서 최고 3위에 랭크되는 등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왕십리의 한 카페에서 연출자 이형민 PD를 만났다. 다음달 4일 16회 종영을 앞둔 그는 "폭넓은 시청자들이 좋아해준다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PD는 윤석호 PD와 공동 연출한 '겨울연가'(KBS, 2002)를 비롯, ‘상두야, 학교 가자’(2003),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 ‘힘쎈 여자 도봉순’(JTBC, 2017), '지금부터, 쇼타임!'(MBC,2022) 등을 연출했다.

Q : 전작인 ‘힘쎈 여자 도봉순’, ‘지금부터, 쇼타임!’과 결이 비슷하다.
A :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 요소가 적절하게 섞였을 때 주는 재미가 있다. ‘낮밤녀’는 만화책 같다는 느낌을 받아 흥미로웠다. 연출을 할 때도 코미디부터 접근했다.”

Q : 왜 코미디였나.
A : “대본이 젊은 느낌이었고, 원초적인 호기심과 재미를 자극하는 장면이 많았다. 정은지가 사극 분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첫화부터 몸 개그가 시작됐다. 이정은의 다리 찢기부터 한 손 타자 치기, 신조어 해독, 걸그룹 에이핑크 춤추기 등 매회가 개인기였다.”

공공기관 시니어 인턴 면접에서 20대의 정신과 체력을 뽐내는 임순(이정은). 사진 JTBC

Q : 이정은의 활약이 대단했다.
A : “좋은 배우인 건 알았지만, 이렇게 훌륭한 능력자인 줄은 몰랐다. 연극 연출을 포함한 무대 경험이 있어 몸 쓰는 게 유연했고 연출자의 의도대로 정확히 따라오더라. PC방 장면을 찍을 땐 ‘나, 3년 일해서 익숙해’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 극중 미진처럼 경험에서 얻은 능력들이 무궁무진했다.”

Q : 미진의 능력이 뛰어난데 29세까지 취업을 못했다는 설정이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A : “미진이 중국어, 영어, 엑셀, 코딩 등 못하는 게 없는데도 취업을 못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현실이다. 이런 세상을 만든 인생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런 청춘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주고자 ‘낮밤녀’를 연출한 면도 있다.”

Q : 미진은 그런 청춘을 대변하는 캐릭터인가.
A : “능력이 뛰어난데 남들은 물론 본인도 그걸 모르고 괴로워하는 20대다. 밤에만 본모습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우울한 감정이 유지되는데, 이걸 연기한 정은지도 힘들었을 거다. 정은지는 잘 보이려 하지 않는, 인간적 매력이 있는 정직한 배우다.”

현장에서 지휘 중인 이형민PD. 사진 삼화네트웍스, SLL


이정은과 정은지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였나.
A : “처음엔 2인 1역이라고 해서 닮게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촬영을 거듭할수록 두 사람이 미진 캐릭터로 모아지면서 비슷해 보였다. 이정은은 귀여움과 친근함을 꺼냈고, 정은지는 생각이 많고 성숙한 모습을 보이더라. 캐스팅 덕을 톡톡히 봤다.”

낮과 밤이 다른 임순(이정은)과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는 고원(백서후).사진 JTBC

Q : 최진혁, 백서후와의 삼각 로맨스에 열광하는 여성 시청자가 많은데.
A : “백서후가 연기한 고원은 미진의 비밀을 다 알고 감싸주는 백마 탄 왕자님 캐릭터로, 여성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최진혁은 까칠한데 알고 보면 코믹한 계지웅을 맡아 의외의 매력을 꺼냈다. 잘생겼는데 몸으로 웃기는 배우는 최진혁이 유일할 거다.”

Q : 웃긴 장면은 의도대로 잘 나왔다고 생각하나.
A : “다행히 수사관 역의 윤병희, 미진 엄마를 연기한 정영주 등 모두가 코미디를 잘 이해하고 표현했다. 갑자기 과하게 행동하면서 소리를 지르는 장면들도 많았다. 우리끼린 ‘오버(정도를 넘은 지나친 행동)에도 진정성이 있다’고 표현했다. 우리 배우들이 열심히 ‘오버’한 덕분이다.”

이형민PD는 시청률 상승세에 대해 "현장에 대단한 배우들이 모인 덕분"이라고 말했다. 사진 삼화네트웍스, SLL

Q :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버전을 작업 중이라고 들었다.
A : “20년 전 드라마를 다시 보니 멜로만 있었던 게 아니더라. 반항적인 록 음악 느낌을 받았다. 록은 언제나 젊고 세련된 것 아니겠나. 무혁(소지섭)과 은채(임수정)의 스타일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OTT에선 곁가지를 걷어내고, 호주에서 버려진 무혁이 복수를 꿈꾸다 은채를 만나는 서사 중심으로 만들어볼 생각이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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