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1알에 만5천원, 해외 비교하니 거의 금값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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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 기자]
우리 가족은 요즘 제각기 3국에서 소통을 나누고 있다. 남편이자 아버지인 나는 한국, 아내는 캐나다, 아들은 스페인에 있어서다. 가족 채팅방에서 우린 매일 나라마다 특색 있는 일, 뭐가 싸고 비싼지, 흥미로운 일은 뭐고 불편한 일은 뭐였는지까지 시시콜콜 대화를 나눈다.
▲ 아들이 스페인에서 보내온 복숭아 사진 |
ⓒ 김종섭 |
서구 쪽의 복숭아는 우리나라의 둥그런 모양과는 달리 넓적한 찐빵을 찌그러트려 놓은 듯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이 있지만, 이외로 찐빵 같은 모양새에 비해 당도가 높고 맛이 있단다.
아들은 어제 먹은 복숭아가 맛이 좋았나 보다. 오늘도 6개가 포장된 복숭아를 또 샀다며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온다. 한 봉지에 우리나라 돈으로 300원이라고 한다. 300원이라니. 3000원도 아닌 300원이면 복숭아 한 개 가격으로도 싼 가격이다.
▲ 믿기 어렵지만, 아들 말로는 스페인 복숭아 6개가 포장된 한팩 가격이 한국돈으로 300원이라고 한다. |
ⓒ 김종섭 |
특히 여름철 참외나 복숭아 같은 경우 원래는 그래도 합리적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제철 과일들이었다. 그런데 요샌 이마저도 손이 잘 안가고 망설여진다.
내가 사는 경기도 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방도시도 체인점인 마트의 과일 가격대는 거의 비슷할 것이다. 요샌 마트를 가면 야채 과일이 있는 곳부터 살피게 되는데, 며칠 전 과일 코너를 보다가 내 눈을 의심했다.
▲ 마트에서 배 한 알이 1만 46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
ⓒ 김종섭 |
우리 가족은 유난히도 과일을 좋아한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과일 종류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과일을 다 좋아한다. 식사를 하고 나면 아내는 항상 디저트로 과일을 준비했다. 삼시 세끼 밥처럼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일은 최소한 하루에 한 번은 식사가 끝난 후에 후식으로 식탁에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가정도 비슷한 후식문화일 것이다. 식사 후 후식으로 과일을 먹고, 여유 있는 담소를 나누면서 끈끈한 가족애를 이어가곤 했는데. 이러한 문화도 비싼 과일 가격으로 인해 사라져가고 있다.
나는 물건 가격에 없던 관심이 생겨났다. 마트에 10Kg 쌀이 진열되어 있다. 10kg에 3만 2천원, 3만 8천원까지 가격도 다양하다. 캐나다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캐나다 현지 쌀가격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40파운드(약 18.144KG), 한화로는 3만원 정도. 한인마트에서 세일 중이라 한다.
사실 매일 밥을 먹으면서도 그동안 쌀값에 대해 신경을 안 쓰고 살았고, 싼 것을 지혜롭게 구매하는 일은 고스란히 아내의 몫이었다. 비교해보니 캐나다에 비해 한국 쌀가격이 더 비싼 편이었다.
캐나다와 한국의 차이, 최저임금으로 한 끼 잘 먹을 수 있나
임금에도 차이가 있다. 캐나다의 최저임금은 17.30달러, 즉 셈해보면 약 1만 7280원 정도가 되는 셈이다. 한 시간 임금으로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금액이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9860원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는 극히 제한적이다(2024년 기준).
물론 나름대로 값싼 공산품도 많이 있지만 1시간 노동으로 받는 최저임금으로 밥 한 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가치까진 지니지 못한다.
이제 7월도 이제 며칠 남아있지 않았다. 값비싼 여름과일이라 올해에는 제대로 먹지 못하고 여름을 보낼 것 같다. 아내가 있는 캐나다, 아들이 출장 중인 스페인에서는 과일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아 여름과일을 충분히 즐긴다고 한다. 지금 한국에서 값 비싼 과일을 걱정 없이 마음 놓고 먹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다.
그래도 오늘 나는 큰 마음 먹고 복숭아 한 팩을 샀다. 마음을 먹어야만 사서 먹을 정도로 부담감을 가지고 먹는 여름 과일, 이것도 내 생애 처음 겪어 보는 일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멀지 않아 다가올 가을을 기대해 보기로 했다. 그땐 지금 여름과일처럼 부담스럽지는 않은 가격으로 햇과일을 먹을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 스토리에도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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