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돈 수십억 키운 '총책' 유명 바둑인이었다…불법 홀덤펍 충격

안대훈 2024. 7. 3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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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법인을 ‘불법 환전소’로 활용해 전국 수십 개 홀덤펍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이 대거 경찰에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 홀덤펍 업주들과 공모해 ‘도박 판돈’을 불법 환전한 총책이 유명 아마추어 바둑인으로 드러났다.

홀덤펍은 카드 게임을 하며 주류 등을 판매하는 업소다. 이곳에서 돈을 받고 게임을 진행할 수는 있지만, 게임이 끝난 다음 칩 등을 현금으로 환전해주면 불법이다.

부산시 부산진구의 한 불법 홀덤펍에서 딜러와 도박 참가자들이 게임하는 모습. 사진 부산경찰청


비영리 법인이 ‘불법 환전소’…기부금 둔갑한 ‘판돈’


부산경찰청은 관광진흥법 위반(유사카지노업), 도박장소 개설 등 혐의로 A홀덤협회의 협회장 B씨(40대)와 홀덤업소 업주 2명 등 3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다른 홀덤펍 업주들과 딜러 등 156명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2022년 11월 서울 강남구에 비영리 체육법인인 A홀덤협회를 설립한 뒤 전국 52개 홀덤업소 업주들과 짜고 올해 4월까지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등은 협회를 사실상 불법 환전소처럼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박 참가자들이 낸 게임 참가비를 기부금 명목으로 협회 계좌로 보내 ‘판돈’을 조성하고, 도박에서 우승한 사람에게 시상금 명목으로 돈을 이체하는 수법이었다. 합법적인 기부금·시상금 형태로 가장한 셈이다.

우승 상금은 60만원~1000만원 정도로, 이들 일당은 이 중 6%를 수수료로 챙겼다. 지난 2년간 협회 계좌로 오간 돈만 64억원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돈이 모두 판돈으로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협회와 별개로, 직접 불법 환전을 하는 방식으로도 홀덤펍 업주들은 100억원 이상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홀덤협회와 홀덤펍 간의 불법 도박 공모 구조. 부산경찰청 제공자료 부산경찰청


환전총책은 유명 바둑기사…“연예인 친분 과시”


이런 불법 환전 방식을 고안한 협회장 B씨는 유명 바둑인(아마6단)으로 확인됐다. 환전 총책인 B씨는 인기 드라마에서 유명 배우에게 개인 바둑 지도를 하면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B씨는 ‘홀덤이 바둑과 같은 마인드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어 대중화가 필요하다’며 서울시로부터 비영리 체육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이후 전국 홀덤펍을 대상으로 유명 연예인과 친분을 과시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를 벌이며 154개의 회원사를 모집했다. 이 중 54개 업소에 협회 계좌를 통한 불법 환전 수법을 설명, 이들과 공모해 범행을 벌였다. 하지만 실제 연예인이나 B씨와 친분이 있는 바둑기사가 이번 범행에 가담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협회는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률 지원 등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업주에게서 120만원 상당의 연회비도 받았다. 협회는 경찰이 서울시에 체육법인 설립 허가 취소를 요청하면서 지난달 말 폐쇄됐다. 경찰은 추가로 확인된 홀덤펍과 협회를 통해 상금을 받은 도박 참가자 4000여명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에 적발된 경남의 한 불법 홀덤펍 현장. 사진 경남경찰청


합법적인 홀덤펍인 척…실상 불법 도박장 운영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해 합법적인 홀덤펍인 것처럼 꾸몄지만, 실제로는 환전 등 불법 도박판을 운영한 일당과 도박 참가자도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경남 창원(5)·김해(1)·양산(1)·고성(1)에서 운영 중인 불법 홀덤펍 8곳을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홀덤펍 업주인 C씨(40대) 등 16명을 관광진흥법 위반, 도박장소 개설 등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홀덤펍 딜러 등 종업원 89명, 도박 참가자 25명도 각각 도박장 개설 방조와 도박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C씨 등 16명은 2022년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8곳의 불법 홀덤펍을 개설해 환전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게임 칩을 돈으로 환전해주고 10% 내외의 수수료를 챙기는 수법으로 불법 도박장을 운영했다. 도박 참가자들이 같은 금액의 도박 자금을 내고, 우승자에게 수수료를 뗀 상금을 주는 방식으로 불법 환전을 한 홀덤펍도 있었다. 도박 참가자는 지인 소개로 알음알음 끌어모았다고 한다.

경남 창원시의 한 불법 홀덤펍에서 경찰이 압수한 범죄수익금. 사진 경남경찰청


7000만원 들여 3억원 수익


경찰이 확인한 이들의 범죄수익금만 10억원에 이른다. 각 홀덤펍을 개설할 때 7000만원~1억원이 들었지만, 많게는 3억원의 수익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계좌 등에서 특정한 금액 이외의 더 많은 이익을 거뒀다고 본다. 경찰은 범죄수익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하고, 각 지자체에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홀덤펍 업장의 운영정지 등 행정 조치를 요청했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범죄수익금을 몰수·추징하는 등 사행성을 조장하는 불법 홀덤법 범죄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도박 참가자도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부산·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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