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재테크]노조에서 인생설계와 자산관리 교육을

2024. 7. 3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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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부산에 본사를 둔 공기업 노조의 요청으로 '인생설계와 자산관리'를 강의하고, 최근 전북 전주 소재 대학병원 노조로부터 같은 내용의 강의 의뢰를 받았다.

우리사회가 저성장·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노조 교육활동도 변화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2012년 일본 세이코엡슨 주식회사의 시미즈 마나부 당시 노조부위원장과 '근로자은퇴교육과 노조의 역할'에 대해 대담한 내용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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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교육활동, 인생설계·자산관리 교육으로 변화 중
고령화 앞선 日노조 “재무교육으로 생활안정 지원”

지난달 초 부산에 본사를 둔 공기업 노조의 요청으로 ‘인생설계와 자산관리’를 강의하고, 최근 전북 전주 소재 대학병원 노조로부터 같은 내용의 강의 의뢰를 받았다. 의례적인 강의 요청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우리사회가 저성장·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노조 교육활동도 변화한 것이다. 종래의 노동교육 중심에서 인생설계와 자산관리 같은 조합원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교육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2012년 일본 세이코엡슨 주식회사의 시미즈 마나부 당시 노조부위원장과 ‘근로자은퇴교육과 노조의 역할’에 대해 대담한 내용이 생각났다. 우리보다 20년쯤 저성장·고령화 사회를 앞서간 일본 노조의 변화를 지금 우리나라 노조의 변화에서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조합원이 1만2000명 정도였던 세이코엡슨 노조의 슬로건(목표)은 ‘라이프 업 유니온(Life up union)’, 즉 조합원 개인이 충실한 인생을 실현하도록 서포터(도우미)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라이프엔 생명, 생활, 인생이라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생활에서 안정을 얻은 근로자가 일에 전념하도록 해 회사 성장과 사회발전에 공헌하는 게 노조의 목표란 것이었다. 실천방법의 핵심은 인생설계와 생활설계다. 인생설계란 이상적인 인생목표를 구상하는 것이고, 생활설계는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특히 생활설계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한 부분은 재무설계라고 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세이코엡슨 노조의 역할은 파업 중심에서 ‘라이프 서포트’ 활동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근로자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수단은 임금 인상이나 노동조건 개선만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재무교육을 통해 불필요한 가계지출을 줄이고 가계 자산운용의 효율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를 처음 제안하고 활동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시미즈 부위원장이었다. 원래 생산직 근로자였다가 선배의 권유에 노조 상근으로 갔는데, 본래 생각은 전혀 다른 데 있었다. ‘조합원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고 노조 간부의 기득권이나 지켜주는 노조라면, 내가 노조 해산의 선두에 서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신임 임원연수 강사로부터 ‘노조 조합원들의 가계상담과 지원이 가능하도록 공부하라’는 강의를 듣고 180도 바뀌었다. 이후 그는 노조활동의 방향을 바꾸는 데 앞장섰다. 임금협상에 매달리기보다, 근로자의 기존 소득을 불려줘 조합원들이 안정적인 생활설계를 하도록 지원하자는 것이었다.

시미즈 부위원장이 주도해 만든 교육 내용은 매우 다채롭다. 노조 홈페이지엔 재무 설계사 칼럼이 연재된다. ‘부자 계산기’란 이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연령대별로 주택대출, 교육, 노후자금 등 필요자금을 계산해 볼 수 있게 했다. 개별 상담도 가능하다. 지부·본부 단위로 매년 100회 가까운 세미나도 개최한다고 했다. 특별히 은퇴 이후에 대비한 교육에 힘을 기울였다. 노후 주요 수입원인 퇴직연금 운용도 꼼꼼하게 교육한다고 했다.

시미즈 부위원장은 “근무 기간 철저히 재무관리를 시켜 은퇴 뒤 재정적 어려움이 없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은퇴 후 상실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신교육과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한 직업교육, 취미교육 등에도 공을 들인다”고 했다. 일본 내 다른 기업에도 전파됐다. 세이코엡슨 노조라고 하면 라이프 서포트 활동이 떠오를 정도로 브랜드가 정착돼 있다고 했다.

근로자를 위한 노동조합은 어떤 것인가. 인생 100세 시대의 근로자를 위한 노조활동은 어떻게 전개돼야 하는가. 노조간부 한 사람의 열정이 노조활동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이를 생각해 볼 좋은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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