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주춤한 2분기 실적…배터리 투자 후퇴는 없다(종합)
최윤호 삼성SDI 대표
"하반기 역시 녹록치 않은 상황
미래를 위한 매우 중요한 기회"
삼성SDI가 전기차 캐즘(성장산업의 일시적 수요 둔화) 속에 시장의 예상을 밑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업황이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며 배터리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삼성SDI는 30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기존 투자 계획에 변동은 없다"며 "올해 상반기 기준 이미 전년 대비 2배 이상 투자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향 'P6'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고 스타플러스에너지(StarPlus Energy) 양산을 연내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스타플러스에너지는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와 북미에 세운 합작법인이다.
삼성SDI는 "헝가리 법인 증설과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1공장 건설 등 이미 확보된 수요 대응을 위해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전고체 전지와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등 중장기 성장을 위한 필수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전지의 경우 4분기 점진적 수요 회복을 기대한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매출 24%·영업익 38% 감소…삼성도 못 피한 수요 침체
이날 삼성SDI는 올해 2분기 매출 4조 4501억 원, 영업이익 280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삼성SDI에 따르면 회사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조 3905억원으로 24% 하락했고 전분기 대비해서는 1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00억 원, 38% 감소했으나 전분기 대비해서는 128억 원(5%) 증가했다. 이번 실적은 증권가 컨센서스(추정치)인 매출 5조1000억원, 영업이익 3320억원을 하회한 수준이었다.
전지 부문 매출은 3조 872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 3972억원, 전분기 대비 7089억원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20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01억 원, 전분기 대비 65억원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5.4%를 기록했다.
중대형 전지 중 자동차 전지는 시장 수요 둔화에 따른 판매 감소 등으로 실적이 감소했다. ESS(에너지저장장치) 전지는 신재생 발전 및 AI 시장 확대에 따른 데이터센터의 수요 증가로 전력용 SBB와 고출력 UPS용 전지 판매가 확대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소형 전지 중 원형 전지는 고객의 재고 조정으로 매출이 감소했으나 장기공급계약에 기반한 일회성 보상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증가했다. 파우치형 전지는 전방 수요 둔화로 인해 매출이 감소했다.
전자재료 부문 매출은 5,77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억원, 전분기 대비 281억원 각각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억 원, 전분기 대비 193억원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12.5%를 기록했다.
편광필름은 고부가 대면적 TV용 제품 판매 확대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반도체 소재는 주요 고객으로의 판매 확대 등으로 실적이 개선됐고, OLED 소재는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IT용 신제품 진입 등으로 매출 감소를 최소화했다.
"하반기 역시 녹록치 않아"…ESS 장기 공급 추가 협의 등 돌파구 찾을 것
삼성SDI는 올해 상반기 전기차 캐즘 등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이라는 경영방침을 견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전고체 전지의 샘플 공급을 5개 고객사로 확대하며 전고체 전지 상용화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볼륨 시장(대중소비 시장)' 및 엔트리(Entry)급 전기차 시장 수요 대응을 위해 LFP(리튬인산철) 개발 라인을 구축하며 2026년 양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46파이 원형 전지는 M-모빌리티용 신규 고객 확보에 따라 계획 대비 1년 정도 빠른 2025년 초에 양산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최근 미국 최대 전력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전력용 ESS 프로젝트 수주를 확보하는 등 SBB를 기반으로 주요 고객사들과 장기 공급 물량을 추가 협의 중에 있다.
회사 측은 "올해 하반기는 본격적인 회복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중장기적으로 전지 산업의 고성장은 변함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대형 전지 중 자동차 전지는 전방 수요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4분기부터 점진적 수요 회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46파이(지름) 원통형 배터리를 내년 초 양산해 마이크로 모빌리티용으로 출하할 계획도 세웠다. 이날 삼성SDI관계자는 "46파이 배터리 개발 및 양산 준비는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모빌리티향 첫 프로젝트 확보해 내년 초부터 양산할 계획"이라며 "전기차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양산 계획을 기존보다 1년 이상 앞당긴 것이 의미 있으며, 이를 통해 양산 능력과 제품 경쟁력을 시장에 빨리 입증할 수 있는 게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전고체 전지 샘플 공급을 고객사 요청에 따라 5개로 확대했다. 삼성SDI는 에너지밀도와 안정성이 월등히 높아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2027년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ESS 전지는 하반기에도 전력용과 고출력 UPS(무정전 전원장치)용을 중심으로 수요가 성장하며 매출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미주 내 주요 고객의 신규 수주 추가 확보로 매출 성장과 함께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삼성SDI는 하반기 실적 개선과 함께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준비도 착실히 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수요 둔화 극복을 위한 매출 극대화, 수익성 개선을 위한 비용 구조 혁신, 시장 선도를 위한 미래기술 확보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하반기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 예상되지만 회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를 위한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향후 시장이 턴어라운드 되는 시점에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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