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언론도 비판 "사도광산 조선인 고난 진지하게 마주했어야"

윤현 2024. 7. 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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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한일 협상 놓고 일본 언론, 엇갈린 반응... 말 아끼는 일본

[윤현 기자]

 일본 사도광산 내 터널.
ⓒ 서경덕 교수
  일본 언론이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조선인 강제노동 역사를 외면한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진보 성향 매체 <아사히신문>은 30일 '빛도 그림자도 전하는 유산으로'란 제하의 사설에서 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실을 마련한 것을 소개했다.

전시 자료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1500여 명이 사도광산에서 일하며 일본인보다 위험한 작업에 종사한 비율이 높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조선총독부 관여로 노동자를 모집 및 징용했으나 '강제노동' 표현은 빠졌다. 

아사히 "주체적으로 역사 마주해야"

아사히는 "강제노동인지 아닌지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견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강제' 표현을 피하면서 조선인이 가혹한 노동환경에 있었음을 현지에서 전시한 것은 양국 정부가 타협한 산물"이라면서도 "(조선인 노동이) 직시해야 할 사실이라는 것은 변함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측이 처음부터 조선인 노동자의 고난의 역사에 진지하게 마주하는 자세로 임했다면 이렇게 사태가 복잡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외부에서 들을 것도 없이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역사와 마주하는 것이 당연한 자세"라고 지적했다.

다만 사도 지역 주민들이 조선인 노동자 관련 기록을 발굴하거나 이들을 추모하고 있다"라며 "이런 노력을 앞으로도 꾸준히 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국가의 독점물도, 빛으로만 채색된 것도 아니다"라면서 "그늘진 부분도 포함해 전체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유산 가치를 높인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진보 성향 매체인 <마이니치신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군함도 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2015년 외무상을 지내면서 한일 간 역사 인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 등 보수파 압박을 받아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결정했다"라고 배경을 전했다.

이어 "사도광산 등재 과정에서 한국의 동의를 얻어낸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셔틀 외교' 재개 등으로 구축한 개인적 신뢰 관계, 그에 따른 한일관계 개선도 작용했다"라고 짚었다. 

다만 "양국 간 협의는 정치색을 억제한 실무적 대화였다"라는 일본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전하면서 "양국 정상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것은 지지율이 낮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직접적인 비판을 받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별도 사설에서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실에 대해 "일본이 인정하지 않은 '강제노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실질적인 강제성을 읽을 수 있는 전시 내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일은) 오랜 역사를 가진 이웃 나라인 만큼 갈등의 불씨가 적지 않다"라며 "중요한 건 심각한 대립으로 발전시키지 않고 대화를 거듭해 안정된 관계를 만드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노동' 표현 제외 논란... 일 정부 "외교상 대화" 함구 

반면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28일 사설에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결정에 있어 화근을 남길 만한 약속이 있었던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한국의 뜻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한반도 출신 노동자에 관한 전시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한국과 협의해 '한반도 출신자를 포함한 노동자들의 전시 중 가혹한 노동환경' 등의 해설을 패널 전시하기로 합의했다"라며 "사실을 전달해야 할 문화유산에 정치가 유입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정부 대표가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강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사도광산 전시에 한국을 관여시킨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반대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조선인 노동자 전시와 관련해 협상에서 강제노동 표현을 빼기로 했는지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전날 정례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강제 노동'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일본 측 방안을 수용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외교상 오고 간 대화에 관한 자세한 답변은 삼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한국과 성실히 논의했다"라며 "한국을 포함한 전체 위원국들로부터 문화유산 가치를 평가받아 컨센서스(만장일치) 방식으로 등재가 결정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8일 "양국 정부 협상 때 일본이 강제노동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현지에 상설 전시를 마련하는 대신 한반도 출신 노동자가 1천500명인 것과 노동환경이 가혹했다는 점을 소개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고, 한국이 최종적으로 수용했다"라고 보도했다.

외교부는 '강제노동' 표현을 전시에서 빼기로 양국이 합의했다는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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