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미, '황당 판정' 금메달 도둑 맞았나…이긴 선수도 "유도 이제 바뀌어야" 쓴웃음 [2024 파리]
(엑스포츠뉴스 김준형 기자) 승자도 쓴 웃음을 지었다. 왜 이겼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다.
태극마크를 달고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유도 여자 57kg급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허미미(21·경북체육회)가 석연 찮은 판정의 희생양이 된 가운데 금메달리스트도 판정 시비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듯한 반응을 전해 눈길을 끈다.
허미미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와 연장 혈투를 벌였으나 아쉬운 반칙패를 당하고 은메달을 차지했다.
허미미는 지난 4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2024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월드 챔피언'이다. 허미미는 그 자격을 입증하듯 8강과 준결승에서 몽골과 브라질 등 유도 강국 선수들을 연달아 제압하고 결승에 올라 결승에서 당당하게 겨뤘으나 심판이 경기를 좌지우지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허미미는 4분의 정규시간에 지도 2개를 받아 지도 하나를 받은 데구치보다 핸디캡을 안고 연장전에 접어들었다. 연장 2분이 지나기 전 데구치가 지도 하나는 더 받아 허미미와 데구치 모두 지도 2개를 받은 상태에서 둘은 아슬아슬한 경기를 이어 나갔다. 지도 3개를 받으면 그대로 반칙패다.
연장전 시작 2분 15초께 두 선수는 소매를 하나씩 맞붙잡고 치열한 기 싸움을 펼쳤고 먼저 공격에 들어간 쪽은 허미미였다. 엎어치기가 주무기인 허미미가 오른쪽 어깨를 집어넣어 메치기를 시도했고 이게 먹히지 않자 곧바로 일어나 반대쪽 메치기를 시도한 것이다. 연장전 들에 계속 방어적인 자세로 일관하던 데구치는 이번에도 뒤쪽으로 이동하며 허미미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더니 심판들은 이런 동작들을 허미미의 '위장 공격'이라고 판단했다.
위장 공격이란 실제 공격할 의도가 없으면서도 그런 것처럼 거짓으로 꾸미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선수가 그 상황을 면피하고자 '방어를 위한 공격'을 했을 때 위장 공격 지도를 준다. 그런데 허미미는 데구치와 함께 지도를 두 장씩 받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불리하진 않았다.
데구치도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지만 기뻐하진 않았다. 반칙승을 거둔 데구치는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잠시 허공을 바라봤고, 매트에서 내려와 코치의 축하를 받고 나서야 미소를 지었다.
당장 한국 코칭스태프들은 난리가 났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유도에 첫 금메달을 안긴 김미정 대표팀 감독은 "보는 관점이 다를 수는 있지만, (허)미미가 절대 위장 공격을 들어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며 "미미가 주저앉고 안 일어난 것도 아니고 계속 일어나서 공격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렇다고 캐나다 선수가 딱히 공격했던 것도 아니었다. 약간 유럽이라는 게 (판정에) 조금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허미미는 "위장 공격일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경기의 일부니까 어쩔 수 없다. 다음에는 그런 것을 잘 생각하고 유도를 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승자인 데구치도 시상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다소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마지막 허미미가 받은 지도 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말에 "어려운 질문이다"이라고 하더니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지도에 대해 할 말은 없다. 더 나은 유도를 위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다.
유도는 화려한 기술로 한 선수가 상대 선수를 매트에 눕혀 절반 혹은 한판을 받아 승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반칙패의 경우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들어 반칙패가 승패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자리잡았다는 혹평이 유도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반칙승을 위해 선수들이 서로를 마주보는 것이 아닌 심판을 쳐다보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는 뜻이다.
프랑스가 유럽 최고의 유도 강국이라는 점을 들어 "종주국 일본의 유도가 아닌, 프랑스의 유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쓴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가운데 허미미는 시상식에서 웃고 의연하게 대처해 국민들과 유도팬들의 많은 박수를 얻고 있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허미미는 한국보다 일본 기자들에게 더 오래 붙잡혀 있었다. 그들은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인 허미미의 이력에 관심을 보이며 질문 세례를 쏟았다.
허미미는 일본어로 "이렇게 한국 대표팀에 합류해 한국을 대표해 (올림픽에서) 경기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을 선택한 결단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 덕에) 내가 굉장히 존경하는 많은 선수와 같이 겨룰 수 있었다.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허미미는 8강과 4강에서 난적을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은메달은 아쉽지만 4년 뒤를 기약하기에 충분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허미미는 8강에선 엥흐릴렌 라그바토구(몽골·13위)에게 절반승을 거뒀는데 라그바토구는 허미미보다 세계랭킹은 낮아도 이전까지 허미미에게 3승 무패를 거둔 '천적'이다. 작년과 재작년 모두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 만나 패했고,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성사된 맞대결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허미미는 경기 종료 약 15초를 남겨두고 상대 안다리를 걸어 뒤로 쓰러트려 절반을 따내고 큰 고비를 넘겼다.
준결승에선 4위 하파엘라 실바(브라질)를 연장 접전 끝에 위고쳐누르기로 절반을 얻어 '골든스코어'로 이겼다.
허미미는 연장전에 접어든 뒤 자신감을 갖고 실바를 몰아붙인 끝에 웃었다. 연장전 50초 만에 실바가 두 번째 지도를 받으면서 유리한 고지에 오른 허미미는 연장 1분 57초 실바를 메치려 했다. 이 때 실바는 수비를 위해 바닥에 엎어졌다.
허미미는 여기서 초인 같은 힘으로 실바를 뒤집는 데 성공했고 그대로 누르기 절반을 따내 골든스코어 승리를 거뒀다.
사진=연합뉴스
김준형 기자 junhyong2@xportsnews.com
Copyright © 엑스포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래퍼 치트키 사망설…"옥상에서 장난치다 추락" [엑's 이슈]
- '맥심 완판녀' 김이서, 얼굴 부상 털고 미모 장착...복귀 성공
- 김연아♥고우림, 한국X파리 빛낸 부부…깜짝 근황 [엑's 이슈]
- 권은비, 파격 침대 셀카 공개…돋보이는 섹시美
- 오또맘, 숏레깅스 입고 드러낸 자태…몸매 변화 인증
- 박원숙, 子 사망→연락끊긴 손녀 20년만 재회…"못해준 것 다해줘" (같이 삽시다)[종합]
- 최민환, 강남집 25억 차익에...율희 "양육비 200만원" 끌올→비난 쇄도 [종합]
- 박서진, 父 보증 실패로 집에 압류 딱지… "저금통에 돈 모았다" (살림남)
- "녹음 유포할 것" 김준수, 여성 BJ에 8억 뜯겼다…소속사는 묵묵부답
- 김나정, "마약 자수" 빛삭 진짜였네…경찰, 불구속 입건 [엑's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