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등 앉은 벌, 얼굴 달려들어도…'파이팅 궁사' 김제덕 10점 쐈다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단체전 3연패를 달성했다. 김우진(청주시청), 김제덕(예천군청), 이우석(코오롱)으로 이뤄진 남자 대표팀은 8강부터 결승까지 일방적인 경기력으로 상대를 돌려세웠다. 대표팀은 경기 도중 손 위로 날아든 벌과도 싸워 이기는 등 뜻밖의 변수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대표팀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8강~결승전에서 3경기를 내리 따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예선 라운드에서 1번 시드를 받아 1회전을 거른 대표팀은 8강부터 치렀다. 8강에서 일본을 만난 대표팀은 세트 점수 6-0(57-53 59-55 57-54)으로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준결승에서도 중국을 5-1(54-54 57-54 56-53)로 가볍게 누르고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결승에선 홈 팀인 프랑스를 5-1(57-57 59-58 59-56)로 이겼다.
대표팀은 경기 내내 환상의 호흡을 펼쳤다. 막내 김제덕이 화살을 8점 과녁에 맞히면 맏형 김우진이 10점에 꽂으며 점수를 만회했다.
8강에선 첫 주자인 이우석이 활시위를 재조준하며 시간 10여초를 더 썼으나 김우진과 김제덕은 이를 차분하게 기다렸다. 양궁 단체전에선 세트당 120초가 주어지는데 3명의 선수는 120초 안에 각 2발씩 총 6발을 쏴야 한다.
8강 2세트 첫 발을 쏘기 위해 발사대 앞에 선 이우석은 활시위를 당기며 준비 자세를 마쳤으나 이내 타이밍이 맞지 않은 듯 활을 내려놓았다가 다시 조준했다. 캐스터가 헉하고 놀라자 장혜진 MBC 해설위원은 "선수들은 이런 것도 다 연습하고 나왔다. 괜찮다. 침착하게 쏘면 된다"고 안심시켰다.
실제로 선수들은 동요하지 않았고 이우석은 곧바로 10점을 쐈다. 뒤이어 김제덕, 김우진도 텐-텐을 성공시켰고, 대표팀은 해당 세트에 59점을 꽂아넣으며 일본을 압도했다.
중국을 상대한 준결승 3세트에는 김제덕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3세트 마지막 발을 위해 활시위를 한껏 당긴 김제덕의 오른손 위로 벌이 날아들었다. 벌은 김제덕의 손 주위를 맴돌다 그의 얼굴 쪽으로 한 차례 달려든 뒤 날아갔다. 김제덕은 흔들리지 않고 이 시간을 견뎠고, 준결승 자신의 마지막 화살을 10점에 꽂았다. 김제덕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대표팀은 결승에서 홈 팀을 만났다.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는 프랑스 국기가 휘날렸고, 함성의 데시벨도 이전 경기들과 달랐다. 그러나 소음 적응 훈련을 소화했던 대표팀에게 이는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결승에서 첫 세트 점수를 프랑스와 1점씩 나눠 가진 대표팀은 2~3세트 12발 중 10발을 10점에 명중시키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와 2021년 도쿄 대회에서 이 종목 우승을 차지한 대표팀은 이로써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달성했다. 전날 열린 여자 단체전에서 여자 대표팀이 10연패를 이룬 터라 한국 양궁은 단체전 남녀 동반 3연패도 이뤘다.
리우 대회와 도쿄 대회에서 단체전 우승 주역으로 활약한 김우진은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에서 맏형으로 두 후배를 이끌며 쾌거를 달성했다. 김우진은 임시현(한국체대)과 출전하는 혼성 단체전과 남자 개인전에서 첫 남자 양궁 3관왕에 도전한다.
고등학생 시절 출전한 도쿄 대회에서 열혈 파이팅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김제덕은 성인으로 맞은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 선 이우석도 짜릿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이우석은 도쿄 올림픽에 나갈 국가대표를 뽑는 선발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도 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미뤄지면서 도쿄행이 불발된 바 있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8월 2일 혼성 단체전과 3일 여자 개인전, 4일 남자 개인전에서 추가 메달 획득에 나선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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