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의 마지막 50m 부하와 라데팡스의 수심 [2024 파리]
배중현 2024. 7. 30. 11:58
"마지막 50m에서 부하가 걸린 느낌이었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경영 자유형 200m 준결승을 마친 뒤 황선우(21·강원도청)가 한 말이다.
황선우는 이번 대회 남자 자유형 200m 메달 후보였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회 연속 이 종목 메달을 따낸 한국 수영의 간판. 하지만 황선우는 결승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준결승에서 개인 기록(1분44초40)보다 1초52 느린 1분45초92로 터치 패드를 찍었기 때문이다.
경기 뒤 황선우는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며 마지막 50m 구간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의 말을 해석하면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이번 대회 수영 선수들의 저조한 기록이 잇따르면서 황선우의 부진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30일(한국시간) 열린 남자 평영 100m 결승에서 1위를 차지한 니콜로 마르티넨기(이탈리아)의 기록은 59초03이었다. 이는 2020 도쿄 올림픽 종목 결승 8위에 해당하는 부진한 기록. '세기의 레이스'로 불린 여자 자유형 400m 결승도 싱거웠다. 금메달을 딴 아리안 티트머스(호주)의 기록이 세계 기록(3분55초38)보다 2초 이상 느렸다. 도쿄 대회 은메달리스트이자 이 종목 올림픽 기록(3분56초46) 보유자 케이티 레데키(미국)는 4분 벽을 깨지도 못했다.
남자 평영 100m 세계 기록 보유자 아담 피티(영국)는 "시간적인 면에서 이상한 대회"라고 파리 올림픽을 꼬집었다. 남자 평영 100m 세계 기록(56초88)과 올림픽 기록(57초13)을 모두 보유한 종목 최강자 피티는 마르티넨기에 이어 2위(59초05)에 머물렀다.
수영 관계자들의 시선이 향하는 건 경기가 열리는 라데팡스 아레나의 '수심'이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30일 '세계수영연맹은 올림픽 수영장의 수심을 3m로 권장하고 있다. 임시로 만든 파리 교외의 수영장(라데팡스 아레나)의 수심은 2.15m'라며 '이는 파리 2024 계획이 승인될 당시의 최소 기준인 2m를 넘어선 것이지만 세계수영연맹의 새로운 최소 기준인 2.5m에는 못 미친다'고 전했다.
수영장 수심이 얕으면 선수들의 스트로크가 더 거친 물살을 만든다. 결국 체력 소모가 커지고, 이는 저조한 기록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야후스포츠는 '일부 전문가들은 수심이 깊은 수영장이 운동 능력을 극대화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수심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선수도 있다. 케이티 그라임스(미국)는 "많은 사람들이 수영장의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더라. 난 솔직히 달라진 점을 느끼지 못했다"며 "시간이 느려지긴 했지만,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있기 때문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수영 조건이 동일하다는 의미. 서머 매킨토시(캐나다)도 "모두가 같은 풀에서 레이스를 펼친다"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하지만 한국 수영 대표팀은 대부분의 선수가 라데팡스 아레나를 힘겨워하고 있다.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김우민(23·강원도청)은 "마지막 턴(마지막 구간)을 하고 난 뒤에는 사지가 타들어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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