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임금 대신 내준 정부, 사업주에 '3.3조원' 떼였다…"대출 제한 등 제재 강화"
정부가 대신 내준 체불임금(대지급금)을 1년 이상 갚지 않는 사업주에 대해 대출 제한 등 신용제재를 강화한다.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내용의 임금채권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30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대지급금은 임금체불 피해 근로자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일정 범위에서 대신 지급하는 것으로, 추후 국가가 사업주를 대상으로 변제금을 회수해야 한다. 하지만 대지급금을 갚지 않은 사업주에 대한 제재가 미약하다 보니 변제금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3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분석’에 따르면 대지급금 누적회수율은 지난해 기준 30.9%(1조4500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69.1%에 해당하는 3조3300억원은 국가가 사업주로부터 떼인 셈이다. 누적회수율은 2019년 34.3%, 2020년 32.8%, 2021년 32.2%, 2022년 31.9%, 2023년 30.9% 등 매년 떨어지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소화된 간이대지급금의 경우 지난해 누적회수율은 16.4%에 불과했다.
예산정책처는 “(미수납채권 3조3300억원 중) 4년을 경과한 채권이 4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부실채권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임금채권보장기금의 재정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지급금 지급 후 1년 이상 경과하고 지급액이 2000만원인 경우, 미회수금과 해당 사업주의 인적 사항을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에 제공할 근거를 마련했다. 금융기관 대출, 신용카드 발급 제한, 이율 차등 등 불이익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단, 사업주 사망이나 파산선고, 회생결정 등의 사유가 있다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울러 5년 이상 경과된 1억원 미만의 장기 미회수채권 회수를 채권추심 전문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장기 미회수채권은 전체의 17% 수준인 5936억원에 달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체불의 최종 책임자인 사업주의 임금체불 예방과 변제금 회수율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금체불 자체도 역대 가장 큰 규모로 불어난 상황이다. 이미 올 1~5월 기준 임금체불액은 역대 최대치인 9047억원으로, 상반기에 1조원을 넘을 가능성 크다. 이에 정부는 고의·상습 특별감독, 재직자 체불 등 사업장 감독 강화, 시정지시·사법처리 중심의 신고사건 처리 등 통해 임금 체불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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