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넘어 유소년까지 챙기려면, 참관보다 중요한 것은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의 러브콜을 고사하다 마음을 바꾼 중요한 이유로 성적을 넘어 장기적인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사명과 소임을 거론했다. 특히 축구협회가 최근 내놓은 기술철학 MIK(Made In Korea)를 A대표팀뿐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까지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역할을 하겠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한 바 있다.
홍 감독은 31일 부산에서 진행되는 U19 대표팀 연습경기 참관을 첫 국내 공식일정으로 내놓았다. 대표팀간 연계성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에 맞는 행보다. 한국축구는 유망주 발굴과 기용이 늦는다는 단점을 지적받아 왔다. 마침 K리그1에서 양민혁을 비롯한 고등학교 2, 3학년 선수들이 등장해 성인 선수 못지않은 경쟁력을 보여주는 시기다. 홍 감독이 연령별 선수들을 적극 관찰하고 A대표팀에 일찍 발탁하는 건 축구계에 좋은 신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홍 감독이 스스로 밝힌 거창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린 선수를 끌어올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홍 감독은 30일 기자회견에서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전술 통일성을 거론했다. 축구협회가 앞서 발표한 MIK에서도 대표팀간 통일성이 비중 있게 등장했다. 축구협회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맞는 전술을 정한다는 건 언뜻 좋은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우려되는 건 연령별 통일성이 이미 낡은 방식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가 그렇다. 일본은 오랫동안 패스를 많이 주고받는 기술축구를 구사했고, 이 점은 축구 수준의 전반적인 향상에도 불구하고 한일전만 하면 번번이 선 굵은 한국에 밀리는 이유로 지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대표팀의 성공사례를 보면 4차례 월드컵 16강 진출 중 2010년, 2022년이 역습 위주 축구였다. 일본 스타일이 아니라는 자국내 불만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수비 후 빠른 역습이라는 대회용 원포인트 전략으로 거둔 성과였다. 이는 연령별 풀뿌리 단계와 평소 프로리그에서 기술축구를 연마하는 것과 별개로, 대회에는 실리적으로 나가는 게 더 이득이라는 사례다.
21세기 유소년 육성의 최고 성공 사례로 꼽히는 벨기에도 마찬가지다. 벨기에는 축구협회 주도로 전국 유소년 팀에 4-3-3 포메이션을 적극 권장해가며 나라 전체에 공격적이고 주도적인 축구를 심었다. 하지만 그 성과로 만들어낸 황금세대에 하필 좋은 풀백이 없었다. 4-3-3 포메이션을 제대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풀백이 필수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당시 감독은 고심 끝에 전문 풀백을 최소화한 변칙적 스리백을 선보였고, 2018년 월드컵 4강이라는 성과를 냈다. 이 사례 역시 A대표팀은 지닌 가용자원에 맞는 축구를 해야 하므로, 유소년 육성에 적용하는 정책적 전술을 똑같이 쓸 수는 없다는 걸 보여준다.
유소년 팀에는 육성에 맞는 전술이 따로 있다. 세계적인 트렌드가 일시적으로 수비 위주로 흐를 수도 있지만 그럴 때도 유소년 팀은 주도적인 축구를 유지해야 한다. 어려서 주도적인 축구를 습득한 선수들은 성인이 된 뒤 수비축구도 더 높은 판단력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 점이 최근 유소년 성공사례들이 주는 교훈이다. 이는 축구협회 전무 시절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등 유소년 강국들의 사례를 조사해 한국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했던 홍 감독이 누구보다 잘 안다.
굳이 연령별 연계성의 의미를 찾는다면, 한국의 MIK는 이제 도입되는 단계인 만큼 A대표팀이 그 표상으로서 본을 보이는 건 일리가 있다. 홍 감독은 축구협회 전무 시절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을 지지했지만, 벤투 감독의 주도적인 축구가 한국축구 전체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낙관적인 기대가 결국 무산되는 경험을 했다. 홍 감독이 주도적인 축구를 성공적으로 구현하면서도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계성을 통해 한국축구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부임하면서 밝힌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다. 홍 감독이 MIK에 기여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어려운 조건은 내용과 결과를 다 잡는 것이다. 설령 좋은 결과를 내더라도, 탁월한 주전 선수들의 기량에 의존해 소위 '선수발'로 거둔 성공이라면 그가 밝힌 포부에 맞지 않는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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