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살충제 사건' 수사 더딘 가운데 피해자 1명 숨져
경북 봉화군에서 발생한 이른바 ‘복날 살충제 음독 사건’을 경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피해 주민 1명이 끝내 숨졌다.
30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살충제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입원 치료를 받고 있던 A씨(85)가 이날 오전 7시쯤 사망 판정을 받았다. 앞서 A씨는 초복 사흘 뒤인 지난 18일 안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 줄곧 중태에 빠져 있었다.
피해자 5명 중 3명 퇴원…1명 중태
총 5명의 피해자 중 3명은 어느 정도 건강을 되찾아 퇴원했다. 일부는 경찰의 대면 조사에 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1명은 여전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피해자 5명은 앞서 초복이었던 지난 15일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 회원들과 함께 인근 식당에서 보양식을 먹은 뒤 경로당에 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중 A씨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경로당에서 커피를 마시고, A씨는 마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평소에도 경로당에 있는 커피를 마셔온 만큼 사건 당일에도 별다른 의심 없이 이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A씨를 제외한 피해자 4명은 15~16일 살충제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안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A씨는 초복 사흘 뒤인 18일 같은 증상을 보여 안동병원으로 이송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 피해자들의 위세척액에서는 동일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 에토펜프록스와 터부포스 성분이다. 에토펜프록스는 모기·파리 등 해충 퇴치용으로 가정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살충제지만 독성은 낮다. 하지만 바나나와 콩류, 커피 재배 등에 쓰이는 터부포스는 독성이 강한 살충제다. 다만 A씨에게서는 이들 성분 외에 또 다른 살충제·살균제 성분 등이 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1명 숨지며 수사 더욱 난항
경찰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A씨가 숨지면서 수사는 더 난항에 빠지게 됐다. 특히 A씨는 피해자 중 유일하게 커피를 마시지 않았던 만큼 본인 진술이 중요했던 상황이다. 또 A씨가 다른 피해자들보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쓰러진 이유도 미궁에 빠지게 됐다.
한편 경북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한 57명 규모의 수사팀은 현재까지 주변 폐쇄회로TV(CCTV)와 블랙박스 등 86개 자료, 현장감식을 통해 채취한 감정물 총 311점을 분석하는 한편 관련자 56명을 면담 또는 조사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앞서 9년 전에 발생했던 경북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과 마찬가지로 주민 간 원한이나 갈등에 의한 ‘독극물 테러’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살충제 성분이 든 음식물을 섭취하고 쓰러진 주민들과 관련한 원한이나 갈등 관계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다각도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단서를 다량 확보해 수사가 상당히 진척된 상황”이라며 “용의자를 특정하는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수사망을 좁힌 상태에서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확인 검증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봉화=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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