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해리스 변수’ 돌출에… 자산시장도 롤러코스터
트럼프 후광에 비트코인 상승
정치 상황 불확실성 해소까진
실적·경제상황 감안 투자해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약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자산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탄 듯 급변해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자산 시장이 널뛰는 것은 익숙하지만 이번에는 여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TV 토론과 피격 사건을 거치며 당선 가능성을 높이자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수혜 기대 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 장세가 펼쳐졌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 급상승으로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 정세가 펼쳐졌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피벗) 시점이 대선 기간과 맞물린 점도 투자자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29일 증권가에서는 향후 미 대선 여론 조사 결과에 따라 ‘트럼프 트레이드’와 이를 되돌리기 위한 움직임이 반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현직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로 미국 대선 구도가 미지의 영역으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승 전망이 커지던 상황에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바짝 뒤쫓으며 대선 전망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6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45%로 트럼프 전 대통령(47%)에 2% 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여론조사기관 해리스엑스와 함께 22~24일(현지시간) 미 대선 유권자 등록을 마친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여론 조사 결과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주자이던 19~21일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8% 포인트로 뒤졌던 격차를 좁힌 것이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25일 유권자 1000명에게 물은 결과도 마찬가지로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2% 포인트로 줄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때문에 당분간 트럼프 트레이드에 과감하게 베팅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의회선거 결과 역시 예상하기 힘들어졌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거의 모든 시나리오를 저울질해야 하는 시장”이라며 “민주당 컨벤션 효과가 사라질 때까지 대선 불확실성이 가라앉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치적 불확실성과 실적 우려 등으로 하락했던 빅테크 기업 주가는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 상승과 함께 일부 만회에 성공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22일 뉴욕증시에서 4.76% 상승했는데 일각에서는 IT(정보기술) 산업 이해도가 높은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떠오르면서 주가를 상승시켰다는 분석을 내놨다. CNBC 간판 프로그램 ‘매드 머니’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이날 “해리스 부통령이 캘리포니아주에서 검사 생활을 했고 주 상원의원을 지낸 만큼 테크 산업에 대해 훨씬 정교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며 빅테크 주가 상승 이유를 해리스 지지율 상승에서 찾았다.
암호화폐도 대선 기간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자산 중 하나다.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27일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참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1개당 가격이 6만9000달러를 넘어 7만 달러선에 근접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6만9000달러를 재돌파한 것은 지난 6월 12일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거나 미래에 획득하게 될 비트코인을 100% 전량 보유하는 게 내 행정부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 상황이 요동치고 있지만 기업 실적과 경제 상황을 고려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상황에서 대선 결과를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어 어느 한 후보에 초점을 맞춘 포트폴리오 구성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에 한정할 경우 자동차 중공업 IT 금융 업종의 실적 상승 추세가 유지 중이다. 하지만 자동차와 IT는 실적 개선에도 최근 주가가 지지부진해 가격 이점이 높아졌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 결과에 따라 업황 변화가 크지 않을 산업을 투자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단기 업황과 실적이 개선되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간 국내 증시를 떠받쳐온 반도체 업종에서는 벗어날 때라는 분석이 나온다. 빅테크들이 어느 때보다 AI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전체 이익에서 AI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올라오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 상승이 22개월째 계속되고 있다”며 “8월에는 반도체에서 다른 업종들로 포트폴리오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재는 정치 이벤트보다 계절성과 기상이변에 주목할 때라는 조언이 나온다. 허리케인 발생 빈도가 8~10월이 절정인데, 이때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 하더라도 유가를 조기에 안정시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며 “공약으로 내세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법안 폐지를 위해서는 의회 동의 등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RA에는 유정과 가스전 개발에 이전보다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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