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재연될라…'경영난' 패션플랫폼, 어디?

이민지 2024. 7. 3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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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플랫폼, 금융당국에 대금 정산 점검 받아
대부분 에스크로 두고 월 1회 이상 정산 진행

티몬·위메프의 정산·환불 지연 사태가 패션플랫폼 업계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몸집을 키운 e커머스 기업 대부분이 만성 적자에 시달려온 데다, 소비 위축에 직면한 일부 패션플랫폼들이 경영난에 직면하면서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패션플랫폼은 정산주기가 제각각이었다. 티몬과 위메프 사태를 촉발한 것은 긴 정산 주기로, 티몬은 상품이 팔린 달의 마지말 날부터 40일 이내에서 정산했다. 위메프는 판매월 기준 두달 후 7일에 대금을 지급하며 최대 70일까지 정산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제대금을 예치하는 제3의 에스크로 시스템이 없어 판매대금을 유용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최근 금감원은 패션 버티컬 플랫폼에 대한 대금 정산현황 등을 긴급 점검하기도 했다.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W컨셉 유일

대기업유통사나 온라인쇼핑몰 중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되는 업체들은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직매입은 60일, 위수탁물품은 40일 이내에 정산을 끝마쳐야 한다. 패션플랫폼 중 이러한 규정을 적용받는 업체는 SSG닷컴의 자회사인 W컨셉이 유일했다. W 컨셉은 매달 28일을 정산일로 두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은 통신판매중개업으로 분류돼 대규모유통업법 규정을 받고 있지 않다. 패션 플랫폼 중 매출이 가장 큰 무신사의 경우 매달 10일 월1회 정산을 실시하고 있다. 최대 40일 정도가 걸리는 셈이다. 우리은행과 채무지급보증계약도 체결해 거래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대기업유통업법을 적용받고 있지 않지만, 거래 안정성을 위해 선제적으로 법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블리는 2주간 구매 확정된 주문건을 기준으로 월 2회 정산을 하고 있다. 예컨대 1일부터 15일까지 구매가 확정된 주문은 당월 25일에, 16일 이후부터 말일까지 구매가 확정된 주문은 다음달 10일에 정산하는 구조다. 지그재그와 포스티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은 구매 확정된 주문 건에 대해 5영업일째에 정산한다. 브랜디와 하이버를 운영하는 뉴넥스는 10일과 25일을 정산일로 두고 있다.

명품 플랫폼 3사 경우 발란은 1주일과 15일, 30일 중 판매자가 선택할 수 있다. 머스트잇은 판매자 등급별로 정산일을 다르게 두고 있다. 판매 실적에 따라 신용등급을 부여해 1~5등급과 F등급으로 나누고 있는데, 1등급 판매자는 구매 결정 후 3영업일을 F등급 판매자는 9영업일에 정산을 받는 방식이다. 신한은행과 채무지급보증도 맺고 있다. 중고 명품 플랫폼으로 전환한 트렌비는 위탁판매 기준 최대 7일 즈음에 정산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에스크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도입할 계획이다.

영세 패션플랫폼 누적 적자 자금난 우려

다만 일부 패션플랫폼은 누적된 적자로 인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점은 소비자 우려를 키우고 있다. 패션플랫폼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5년째 자본잠식을 기록 중이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초기 투자금(자본금)을 모두 까먹은 상태라는 의미이다. 지난해 기준 누적적자인 미처리결손금은 2042억원에 달했다.

다만 이 회사는 그동안 꾸준히 투자를 유치하면서 결손금 보전 처리가 가능한 자본잉여금 1500억원을 보유 중이다. 또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 531억원과 단기금융상품 261억원 등 1년안에 현금화가 가능한 자금이 10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하면서 당기순이익이 500만원을 거뒀지만, 결손금을 크게 줄이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 총연합회 등 티몬과 위메프 사태로 피해를 입은 입점업체 대표들이 29일 서울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사례를 발표했다. 참석 대표들이 대책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명품플랫폼 발란도 지난해 미처리결손금 규모가 784억원으로 불어나면서 자본잠식에 빠졌다. 또 1년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 56억원을 비롯해 총자산은 76억원에 그친다. 여기에 발란은 온라인 명품 소비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매출액이 392억원으로 전년대비 59%나 줄었다. 한 명품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소비가 줄어드는 경기침체 기간이 길어지면서 명품 플랫폼들 모두 어렵다"고 설명했다.

자본잠식 상태는 아니지만, 결손금이 급격하게 늘어난 곳들도 있다. 누적된 적자가 반영된 탓이다. 패션플랫폼 브랜디와 하이버를 운영하는 유넥스는 지난해 500억원가량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탓에 결손금은 1460억원에서 1920억원대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카카오스타일도 지난해 결손금은 1160억원을 기록하며 1000억원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84억원이다.

결손금이 아닌 이익잉여금을 쌓고 있는 기업은 무신사와 신세계 계열의 W컨셉 두 곳이다. 두 곳 모두 지난해 당기순손실로 각각 116억원, 1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무신사는 2년 연속 이익잉여금으로 2000억원을, W 컨셉은 200억원대의 이익잉여금을 유지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수년간 적자가 누적되는 등 재무 안정성이 낮은 기업에 대해 판매자들과 소비자 모두 신뢰를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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