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캣 보낸 두산에너빌리티 전망은…체코 원전 수주가 성장 마중물
체코 신규 원전 건설은 두코바니와 테멜린 지역에 1.2GW 이하의 원전 4기를 짓는 사업이다. 사업비 규모만 최소 24조원대로 추정된다. 한국전력기술·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등이 ‘팀코리아’를 꾸렸는데 팀코리아의 체코 원전 수출이 최종 확정될 경우 원자로·증기발생기 등 1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하게 된다.
한때 주력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가 자금난으로 채권단 관리 체제까지 감수해야 했던 만큼 이번 체코 원전 수주는 두산에너빌리티에 의미 있는 성과가 될 전망이다.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체코 원전 수출은 슬로바키아·폴란드·스웨덴·튀르키예 등의 신규 원전 수주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사업 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면 연결 재무제표에 두산퓨얼셀만 종속기업으로 남는다. 실적 규모가 사실상 사업부 수준이어서 연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전체 매출에서 두산퓨얼셀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5%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3대 핵심 부문 가운데 ‘클린에너지’ 분야에서 공통점이 많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퓨얼셀이 원팀을 이루면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있다. 두산 관계자는 “무탄소 관련 사업으로 양 사의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퓨얼셀은 수소 밸류체인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설계·조달·시공(EPC)을 맡은 창원 액화수소 플랜트는 연간 약 1800t 액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발전소다. 향후 수소버스가 도입되면 액화수소를 보급하게 된다. 또 제주에서 풍력을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 국책과제에 참여해 상업 운전에 들어갔으며 400㎿급 초대형 수소전소터빈도 개발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생산단을 담당한다면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점유율 1위인 두산퓨얼셀은 수소를 활용하는 쪽으로 수소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두산퓨얼셀 수소연료전지 중에서도 발전용으로 쓰이는 인산형 연료전지(PAFC)가 주요 수익원이다.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차세대 연료전지로 불리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도 상업화를 앞뒀다. 또 선박에 쓰이는 SOFC가 셀스택 환경 테스트를 통과해 연내 시제품을 납품할 계획이다. 모빌리티 사업을 목적으로 자회사를 설립해 연내 저상수소버스도 출시한다.
다만 수소연료전지 사업이 미래 먹거리임은 분명하나 아직은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투자비가 더 많다. 특히 연료전지 시장은 수소경제 로드맵,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등 정책과 관련이 깊은 만큼 정부의 육성 의지도 중요하다. 청정수소 입찰 시장이 열리면서 기대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나, 이르면 오는 2025년부터 수주 실적이 매출에 본격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의 2025년 예상 매출은 전년 대비 133% 증가한 7262억원이며, 연료전지(5881억원)가 외형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핵심은 두산테스나
반도체 종합 OSAT 목표
반도체·첨단소재 사업은 기존대로 두산테스나 중심으로 진행된다. 테스나를 중심으로 반도체, 휴대폰,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전자소재 생산 등을 하는 그룹 내 첨단소재 사업이 이 부문에 자리 잡게 된다. 두산그룹은 반도체 후공정 사업에도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다. 두산테스나는 시스템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분야 국내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두산그룹은 이번 사업 구조 개편으로 두산테스나를 ‘반도체 종합 OSAT’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OSAT 기업이란 반도체 제조 과정 중 후공정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말한다.
반도체 산업은 최근 전공정 한계 임박으로 패키징, 테스트 등 OSAT 기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테스트 사업은 고객사인 반도체 기업 물량을 장비를 통해 검사하는 만큼 별도 재고 물량 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시스템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1위 업체 두산테스나는 삼성전자를 주요 고객사로 두며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실적도 나쁘지 않다. 두산테스나는 지난해 매출 3387억원, 영업이익 60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18%에 달했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는 매출이 4048억원, 내년은 4756억원, 2026년에는 532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박준영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테스나는 2025~2026년 전장용 시스템온칩(SoC) 부문에서 추가 수주가 기대되고 이미지센서(CIS) 부문에서도 신규 물량을 수주할 가능성이 점쳐진다”며 “반도체 업황과 무관하게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두산테스나가 종합 OSAT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범핑(Bumping·반도체 칩 외부 단자에 돌기 형태의 범프를 만드는 공정)’ 등 추가 공정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내다본다. 지난 1월 후공정 기업 엔지온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2200억원을 들여 경기 평택에 제2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의했다. 엔지온이 후공정 턴키 서비스를 구축하려면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두산그룹은 인수합병(M&A)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관계자는 “첨단 파운드리 사업에서 패키지가 중요한데 아직 국내에는 이를 충족시키는 OSAT 기업이 없다. 국내 파운드리 생태계가 잘되기 위해선 대만처럼 글로벌 수준의 OSAT 기업이 필요하다”며 “인수 대상으로 국내외 다양한 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상장 자회사 역할은
물류 자동화 DLS·모빌리티 DMI 눈길
물류 자동화 솔루션 사업을 하는 DLS는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수요가 확산한 2022년 1000억원에 가까운 수주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적이 좋지는 않다. 2020년 143억원이던 매출은 2022년 732억원까지 확대되며 외형 성장을 기록했지만 이마저도 지난해에는 179억원으로 급감했다. 2020~2023년 4년간 실적을 살펴보면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지속적인 손실 여파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도 빠지게 됐다.
㈜두산은 자본잠식에 빠진 DLS를 구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해 자본을 늘리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택했다. 앞서 DLS는 2022년 2월과 11월에도 ㈜두산을 대상으로 각각 49억원,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금을 수혈받은 바 있다. DLS의 자본잠식에도 ㈜두산이 꾸준히 자금을 수혈하는 이유는 향후 두산로보틱스의 로봇과 물류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군용·민간용 드론을 만드는 DMI는 두산퓨얼셀과의 시너지를 노리는 회사다.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기반으로 비행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린 드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선보였다.
다만 DMI 역시 아직 규모가 작고 수익성도 좋지 않다. 2016년 말 설립 후 2022년까지 한 번도 이익을 거두지 못한 채 적자를 이어갔다. 2022년 매출 33억원에 영업손실 159억원, 순손실 172억원을 냈다. 지난해도 매출액이 36억원에 못 미쳤고, 12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드론은 규제 문제로 인해 사업 규모를 키우는 데 시간이 걸린다. DMI는 두산퓨얼셀과 합작을 통해 수소연료전지 기반 모빌리티 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수소연료전지 활용 오토바이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게 대표 사례다. 이런 모빌리티 사업 육성을 통해 자립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DMI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DMI는 수소 드론 외에 물류용 수소 로봇 생산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김경민·배준희·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9호 (2024.07.24~2024.07.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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