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올림픽선 꼭 애국가 부를거예요” 값진 銀 허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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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의 후손 허미미(21·경북체육회)가 태극마크를 단 채 할아버지 허석 선생의 묘소에 올림픽 메달을 바치겠다는 꿈을 이뤘다.
8년간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한 한국 여자 유도계에는 더 없는 경사다.
김미정 유도 대표팀 감독은 "허미미는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꽃"이라며 "보완할 점이 보이긴 하지만 조금만 다듬어 나가면 다음 올림픽에선 금메달도 충분히 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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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의 후손 허미미(21·경북체육회)가 태극마크를 단 채 할아버지 허석 선생의 묘소에 올림픽 메달을 바치겠다는 꿈을 이뤘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 곧바로 시상대에 서며 침체기에 빠진 한국 여자 유도계에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허미미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에게 반칙패해 준우승을 거뒀다. 정규시간 안에 승부를 보지 못해 연장전(골든스코어)에 접어든 뒤 지도 3개 누적으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비록 메달 색을 금빛으로 물들이는 데엔 실패했지만 여러모로 값진 은메달이다. 이번 대회 한국 유도의 첫 메달로, 내달 3일까지 이어질 메달레이스에 불을 지폈다. 앞서 이틀간 한국 유도의 간판 안바울(30·남양주시청)을 포함해 체급별로 네 명의 선수가 출전했지만 줄줄이 탈락하며 ‘노메달’ 위기감이 고조되던 차였다.
8년간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한 한국 여자 유도계에는 더 없는 경사다. 한국 여자 유도는 2016 리우올림픽 -48㎏급 정보경 이후 아무도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금맥은 1996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28년째 끊겨있다. 이날 오랜만의 메달 수확에 성공한 허미미는 기대주에서 단숨에 여자 유도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올라섰다.
선수 개인사에도 뜻깊은 이정표다. 허미미는 재일동포 3세로 2022년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소속팀 경북체육회에 입단하는 과정에서는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이라는 점도 밝혀져 이목을 끌었다.
경기 후 다시 할머니를 떠올린 허미미는 “(할머니에게) 오늘까지 유도 열심히 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고 싶다”며 “애국가를 미리 외워왔는데 못 불러서 아쉽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꼭 부르고 싶다”고 4년 뒤를 기약했다.
4년 뒤 그의 활약을 기대하는 건 지도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김미정 유도 대표팀 감독은 “허미미는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꽃”이라며 “보완할 점이 보이긴 하지만 조금만 다듬어 나가면 다음 올림픽에선 금메달도 충분히 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타고난 골격과 근력이 가장 큰 강점이다. 동 체급 선수들보다 체구가 작지만 쉽게 지치지 않아 장기전에 접어들수록 유리하다. 이날 치른 4번의 경기 중 3차례나 연장전을 겪었음에도 허미미는 지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다른 선수들의 경우 골든스코어에 접어들면 숨이 헐떡헐떡 넘어가는데 미미는 그런 게 없다”며 “평소에 훈련량이 많은데도 잘 따라온다”고 말했다.
성격도 모난 곳이 없어 힘든 일은 훌훌 털어내고 좋은 건 빨리 흡수한다. 태극마크를 단 뒤 2년째 일본에 사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고 있지만 얼굴에 그늘 한 번 진 적 없다. 김 감독은 “올림픽에 오기 전에 선수들을 대상으로 자체 심리 검사를 진행했는데 미미는 불안, 우울 수치가 0이 나왔다. 의사도 ‘이런 사람이 없다’고 깜짝 놀랄 정도였다”며 “항상 밝고 무언가 성취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낼 줄 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유도를 즐긴다. 취미도 아닌 엘리트 체육을 ‘좋아서’ 하기란 쉽지 않은데도 허미미를 움직이게 하는 힘은 오직 그것뿐이다. 은메달을 따고 선수촌에 복귀하는 길, 김 감독은 허미미와 면담 중에 “다시 태어나면 무얼 하고 싶을 것 같냐”고 물었다고 했다. 허미미는 망설임 없이 “유도”라고 답했다. 이유는 멀리 있지 않았다. 그는 “유도가 정말 좋다”는 말만 거듭하며 은메달을 만지작거렸다.
파리=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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