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이재용 회장에게 메일 보내기

박선미 2024. 7. 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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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한테 메일을 보내려고 합니다. 30여년간 회사에 몸담았던 퇴직 임원이 오죽 삼성전자의 미래가 답답하면 이런 메일을 보낼까 하면서 답을 주시지 않을까요."

전 직원이 회사에 충성해도 모자랄 시간에 노조가 생기고 무기한 파업까지 단행하는 지금의 이 상황은 퇴직 임원들도 상상하지도 못한 삼성전자의 미래 모습이었다.

다만 퇴직임원들이 왜 회사를 나가서도 삼성전자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곱씹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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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봉·워라밸 '단맛'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이재용 회장한테 메일을 보내려고 합니다. 30여년간 회사에 몸담았던 퇴직 임원이 오죽 삼성전자의 미래가 답답하면 이런 메일을 보낼까 하면서 답을 주시지 않을까요."

삼성전자 퇴직 임원들은 만나면 삼성전자 걱정을 한다. A 퇴직 임원도 며칠 전 동고동락했던 동료들과의 모임에 나갔다가 기승전결 ‘전(前) 회사 걱정’을 하다 모임을 파한 후 이 회장에게 메일을 보낼 생각을 했다. 회사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고 좋게 나왔든, 인사에 밀려 불명예 퇴진을 했든 한자리에 모인 퇴직자들이 하나같이 걱정해봐야 닿을 수 없는 전 회사 걱정을 한 후 내린 결론은 '직접 메일을 보내보자'는 것이었다.

과거에도 이 회장과 여러 차례 메일로 소통을 했다는(물론, 한방향 보고용 메일이었겠지만) A 퇴직 임원이 이 회장에게 꼭 전하고 싶은 얘기는 뼈를 갈아 넣어 한평생 일했던 삼성전자였는데, 지금 직원들은 그렇게 일을 안 하고 있는 것은 물론 위기의식조차 없어 보여 안타깝다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꼰대' 세대들의 전형적인 사고라 해도 할 말 없지만 최근 부장급 후배들과 얘기할 때마다 고연봉, 워라밸의 '단맛'에 빠져 행복한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 몹시 화가 난다고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퇴직 임원들이 삼성전자 허리라인 직급에서 일할 때는 '월화수목금금금' '가정보다는 직장'이 자연스러운 시절이었다. 이들의 눈에는 주 52시간 근무를 꼬박꼬박 지켜 일하는 것은 물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 없이 더 좋은 일터가 있으면 언제든 옮겨갈 수 있는 지금 세대들의 근무 태도가 열심히 일을 안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전 직원이 회사에 충성해도 모자랄 시간에 노조가 생기고 무기한 파업까지 단행하는 지금의 이 상황은 퇴직 임원들도 상상하지도 못한 삼성전자의 미래 모습이었다.

대한민국 1등 기업 자리를 지켜왔던 삼성전자는 현재 위기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면서 글로벌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 하면 '삼성전자'라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의 사기 저하 및 세대 간 갈등이 불만 고조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임금 및 성과급, 휴가 등 복지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사측과 충돌하며 지난 8일부터 총파업을 진행 중이다.

외부의 시선도 곱지 않다. 최근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위기의 삼성'을 다룬 기사에서 직원들 사기가 떨어졌고 엔지니어들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로 옮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FT는 "대표 교체 후에도 변화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익명의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 발언도 전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지금 한시가 급하다. 지난 5월 반도체 사업 수장을 교체한 데 이어 조직개편을 통해 HBM 개발팀을 꾸릴 정도로 변화의 의지도 강하다. '경쟁에서 밀렸다'는 평가를 받는 HBM 부문에서 전담 조직을 강화해 SK하이닉스가 선점한 시장 주도권을 빼앗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오는 31일에 있을 2분기 확정 실적 발표 및 콘퍼런스콜에서도 질의응답의 초점이 HBM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지금 불확실한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고 해도 요즘 세대들에게 과거 세대의 일하는 방식을 강요할 수는 없다. 다만 퇴직임원들이 왜 회사를 나가서도 삼성전자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곱씹어볼 만 하다.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 왕관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왕관의 무게 정도는 견뎌내야 하지 않을까.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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