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헤맸던 한국 사격, 어떻게 반등했나[파리올림픽]

이종길 2024. 7. 30.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흘 동안 금메달 두 개, 은메달 두 개 수확
리우데자네이루·도쿄 부진 훌훌 털어내
선발 시스템부터 바꿔, '녹다운' 결선 추가
현지 사격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연습

지난 두 차례 올림픽에서 부진했던 한국 사격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반등했다. 사격 종목 일정을 사흘 치른 29일(현지시간)까지 금메달 두 개와 은메달 두 개를 수확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금메달 한 개, 은메달 한 개)과 2020 도쿄 올림픽(은메달 한 개)에서 거둔 성과를 이미 뛰어넘었다. 사상 최고 성적을 낸 2012 런던 올림픽 기록(금메달 세 개, 은메달 두 개)에 근접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출발부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지난 27일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서 스물네 살 동갑내기 박하준(KT)과 금지현(경기도청)이 은메달을 합작했다. 금지현은 "워낙 쟁쟁한 나라들이 많아서 동메달만 따도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이튿날에는 공기권총 10m에서 오예진(IBK기업은행)과 김예지(임실군청)가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 런던올림픽 50m 권총 진종오(금메달)와 최영래(은메달) 뒤 12년 만에 금메달과 은메달을 함께 수확했다.

29일에는 한국 사격 역사상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 기록(만 16세 10개월 18일)이 나왔다. 반효진(대구체고)이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슛오프 끝에 황위팅(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우리나라 역대 하계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격이 효자 종목으로 돌아온 배경에는 달라진 선발전 방식이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대한사격연맹은 국가대표 시스템부터 뜯어고쳤다. 이전까지 본선만 다섯 차례 진행했다. 선수들은 가장 낮은 점수를 제외한 점수들을 합산해 우위를 가렸다. 이번에는 본선 뒤 한 명씩 탈락하는 '녹다운' 방식의 결선도 치렀다.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느낄 법한 긴장감을 이겨내야 했다.

단순히 높은 점수보다 어떤 점수를 만드느냐에 주안점을 두고 개선한 결과다. 사격은 본선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도 결선에서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다. 담대함과 위기관리까지 겸비해야 메달에 다가갈 수 있다. 대한사격연맹은 이를 고려해 종목별로 위원회를 꾸렸다. 각 소속 코치들의 의견을 두루 취합하고, 결승 점수를 선발전에 반영할 적정선을 마련했다.

한편으로는 대표팀 감독에게 선발 조합을 과감히 바꿀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선수들 사이에서 공정 시비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달에 근접하려면 감독의 판단을 전적으로 믿을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여 제한을 풀었다. 실제로 대표팀은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 이틀을 앞두고 박하준과 반효진에서 박하준과 금지현으로 조합을 바꿔 은메달을 따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선수들이 현지 사격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연습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인이다. 대한사격연맹은 지난 4월 지도자 세 명을 샤토루 슈팅센터에 파견했다. 구조, 환경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가상현실(VR) 기술 등을 접목해 훈련장을 최대한 비슷한 환경으로 조성했다. 장갑석 총감독은 "다소 험난하게 분위기를 꾸며 어려운 조건도 이겨내도록 훈련했다"고 말했다.

정교하고 섬세한 지원에 선수들은 위기감을 인식하고 훈련에 전념해왔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이번만큼은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초반에 좋은 성적이 나오다 보니 다른 선수들도 흐름에 편승한 듯하다. 런던 올림픽 때와 흡사하다"고 전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대표팀은 진종오가 공기권총 10m와 50m 권총에서 2관왕에 올랐다. 여자 전용 종목인 25m 권총에서는 김장미가 금메달을 쐈다. 50m 권총의 최영래와 50m 소총 복사의 김종현은 은메달을 보탰다.

이번 대회도 추가 메달 가능성은 큰 편이다. 오는 31일 여자 50m 소총 3자세에 나서는 이은서(서산시청)가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한다. 이튿날 여자 25m 권총에 참가하는 양지인(한국체대)과 김예지도 메달권에 근접했다고 평가된다. 이 밖에 공기권총 혼성과 남자 속사권총도 수준급 실력을 인정받아 또 한 번 금빛 총성을 기대해볼 만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