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잘했던 한국 양궁, 어떻게 유지했나[파리올림픽]
대한양궁협회 세밀한 지원에 경기력 향상
현대차그룹, 1985년부터 40년간 후원
진천선수촌에 레쟁발리드 그대로 옮겨놓아
한국 양궁이 올림픽 단체전 남녀 동반 3연패를 달성했다. 김우진(청주시청), 김제덕(예천군청), 이우석(코오롱)으로 구성된 남자 대표팀은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프랑스를 5-1(57-57 59-58 59-56)로 이겼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와 2021년 도쿄 대회에서 이 종목을 우승한 한국 남자 양궁은 이로써 올림픽 3연패를 이뤘다.
전날 임시현(한국체대), 전훈영(인천시청), 남수현(순천시청)으로 이뤄진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이 채택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이어진 연패 기록을 10회로 늘렸다. 이날 남자 대표팀까지 정상에 올라 한국 양궁은 세계 최강의 위용을 또 한 번 과시했다.
금자탑의 배경에는 대한양궁협회의 세밀한 지원이 있었다. 선수 명단이 구성된 건 지난 4월이다. 선수들은 5월부터 진천선수촌에서 집중훈련을 시작했다. 하나같이 쾌조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금빛 과녁을 정조준했다. 대한양궁협회가 지난해부터 세밀하게 훈련 환경을 조성한 덕이다. 이번 대회 일정, 장소, 시간 등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맞춤형 지원에 총력을 기울였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경기 일정이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선 랭킹 라운드를 치른 다음 날부터 사흘 연속으로 혼성 단체전과 여자 단체전, 남자 단체전이 치러졌다. 이번 대회에선 랭킹 라운드를 진행하고 사흘 뒤인 28일에야 여자 단체전이 열렸다. 이튿날에는 남자 단체전이 치러졌다.
양궁은 랭킹 라운드에서 대진이 정해진다. 상대가 확정되면 선수들은 긴장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대한양궁협회는 랭킹 라운드 뒤 휴식일인 이틀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경기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했다. 이에 레쟁발리드보다 편안하게 기량을 점검할 수 있는 별도 전용 훈련장을 통째로 빌렸다. 일 드 프랑스에 있는 140년 전통의 종합 스포츠클럽인 스타드 프랑쉐다. 일반인 접근이 불가한 회원제 클럽이라서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판단했다.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레쟁발리드에서 2분 거리에 있는 호텔에 휴게공간도 마련했다. 방 여섯 개와 2층 라운지를 대표팀 전용으로 빌렸다.
통 큰 대여는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의 후원이 있어 가능했다. 1985년부터 40년간 한국 양궁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온 기업이다. 이번에도 대한양궁협회와 함께 지원 방안을 긴밀히 논의하고, 선수들의 현지 적응을 도왔다. 정의선 회장이 지난해 대통령 프랑스 순방길에 동행하면서 시간을 쪼개 선수 지원 시설들을 확인하고 동선 등에 문제가 없는지 파악했을 정도다.
파리에서만 신경 쓴 게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진천선수촌에 레쟁발리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세트를 설치했다. 간판, 전광판 등 구조물을 대회 상징색까지 반영해 경기장에 구현했다. 출입구에서 사대, 인터뷰 공간으로 가는 동선도 실제와 똑같이 조성했다. 훈련을 시작할 때는 장내 아나운서 인사말, 관중 환호성, 소음 등을 프랑스어와 영어로 틀었다.
그 덕에 선수들은 자체 연습경기를 진행하며 '파리 적응력'을 키울 수 있었다. 홍승진 대표팀 총감독은 "선수들이 실제 경기장을 미리 경험한 덕에 환경 적응력을 높이고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을 개발해 1:1 대결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전북현대모터스와 협의해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소음 적응 훈련을 진행했다. 센강에 인접해 강풍을 마주하기 쉬운 레쟁발리드 특성을 고려해 경기도 여주 남한 강변에서 환경적응 훈련도 실시했다.
자동차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해 개발한 훈련 장비와 기법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인이다. 슈팅 자세를 분석하는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와 활 장비 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활 검증 장비가 대표적인 예다. 3D 프린터로 선수 손에 최적화한 맞춤형 그립을 제작하고,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 긴장도를 파악하는 심박수 측정 장치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첨단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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