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팬덤]⑦팬덤과 공생하며…'억' 소리 나는 정치 유튜브
슈퍼챗 등 수익과 바로 연결돼
성향 따라 캔슬컬처 대상 되기도
편집자주 - 한국 정치에서 '팬덤'은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팬덤이 정치를 지배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어 이재명 전 대표까지 팬덤이란 정치적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동훈 신임 국민의힘 대표 역시 팬덤을 중심으로 당권까지 잡았다. 다만 팬덤은 극단적인 행동을 보여서 정치 양극화를 초래하고 갈등을 확대 생산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팬덤 정치의 실태와 이유를 진단·분석하고 변화 가능성을 따져보았다. ①"한동훈은 도구" "이재명은 적격" ②온·오프 넘어 유튜브, 언론까지 활동 확산 ③책 사서 변호사비 모으고 SNS 릴레이 후원 ④숫자 많은 '재명이네 마을' vs 조회수 높은 '위드후니' ⑤ '팬덤 공포' 걱정하는 지지자들 ⑥팬덤에 몸살 앓는 정치인들 ⑦'억'소리 나는 정치 유튜브
팬덤들에게 편향적인 정치 관련 소식을 전달하는 정치 유튜브 채널들이 상당액의 후원금을 각 진영 지지자에게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덤들은 정치 유튜브 채널의 편향적인 정치 해석을 반기는 한편, 진영 갈라치기가 우려되면 구독을 취소하고 시청하지 않는 일명 '캔슬 컬처'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유튜브 집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슈퍼챗 순위 1~10위에 해당하는 뉴스·정치 분야 유튜브 채널의 올 상반기 슈퍼챗 총액은 약 8억1237만원으로 집계됐다. 각 진영의 지지자들이 매달 1억3539만원을 이들 정치 유튜브 채널에 송금하는 셈이다. 부가세 명목으로 과세가 가능한 슈퍼챗이 아닌 별도 계좌로 받는 후원금까지 고려한다면 정치 유튜브 채널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올 상반기 가장 많은 슈퍼챗을 받은 유튜브 채널은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뉴스공장)으로 약 1억5236만원을 벌었다. 가장 많은 돈을 받은 시기는 5669만원을 받은 올 4월이다. 뉴스공장뿐만 아니라 다른 정치 유튜브 채널에게도 선거철은 '대목'으로, 벌어들이는 액수가 많이 늘어난다. 올 3월과 4월의 슈퍼챗 순위 1~10위에 해당하는 정치 유튜브 채널의 슈퍼챗 총액은 각각 약 1억7387만원, 1억7025만원으로 올 상반기 평균 슈퍼챗 액수보다 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급성장하는 정치 유튜브 채널도 눈에 띈다. '윤PD TV'의 경우 지난달 슈퍼챗 약 646만원을 받으면서 정치 유튜브 채널 가운데 6위에 올랐다. 이 채널은 지난 4월 국회 인근에 한 대표를 응원하는 화환을 설치하는 화환 응원을 주도하기도 했다. 윤 PD TV는 한 대표와 함께 총선을 앞두고 팬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2, 3, 4월 윤 PD TV가 받은 슈퍼챗은 각각 161만원, 463만원, 482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만 해도 70만원도 후원을 받지 못해 10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지난해 7월 1만3000명 수준이던 구독자도 올 7월 약 6만4000명까지 치솟았다.
이들은 전형적으로 '팬덤'이 원하는 콘텐츠를 생산 중이다. 친 민주당 성향의 정치 유튜브 채널은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반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에는 친화적인 콘텐츠를 제작했다. 뉴스공장은 지난 5월30일 22대 국회 개원 이후 이달 15일까지 내보낸 방송 33회 가운데 22회에서 채 상병 순직 사건을 다뤘다. 아울러 검찰 등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련 콘텐츠는 같은 기간 14회, 김건희 여사와 방송통신위원회 관련 이슈는 각각 7회 다뤘다.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련 콘텐츠의 경우 재판부가 이화영 전 경기평화부지사의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고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진술만을 편향적으로 신뢰한다는 주장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원하는 정보만을 들을 수 있는 유튜브에서 극단적 지지자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고 있다"며 "기존의 언론과 달리 실시간 방송의 형태로 양방향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정치적 효능감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정치 유튜브 채널은 '캔슬 컬처'(Cancel Culture)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캔슬 컬처란 자기 생각과 맞지 않은 구독형 콘텐츠의 구독을 취소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연예인 대상으로 이뤄졌던 캔슬 컬처가 정치 유튜브 영역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
진보 성향 정치 유튜브 채널 '롯폰기 김 교수'가 한 예다. 해당 채널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한패라고 주장하는 등 비 이재명계 정치인을 계속 비난했다. 지난해 9월 이 전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불거진 '수박 논란'과 함께 구독자 수가 6000명 늘어 32만2000명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롯폰기 김 교수가 진영 분열을 일으킨다는 내부 의견이 계속 제기되자 재명이네 마을 운영자는 해당 유튜브 채널을 옹호하는 가입자를 강제로 퇴출했다. 지난달 12일에는 공지를 통해 롯폰기 김 교수를 비롯해 14개 정치 유튜브 채널과 관련된 글을 게시하는 것 자체를 금지했다.
유튜브가 이미 정치적 공론장으로서 자리를 잡은 만큼 순기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교수는 "확증 편향이나 가짜뉴스 등이 정치 유튜브의 문제점인 건 사실"이라며 "기성 언론과는 다른 형태의 공론장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공적 책임을 부여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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