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이야기]"실수는 없다" 막강 UDT 훈련 체험기 [양낙규의 Defence Club]

양낙규 2024. 7. 3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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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동해1함대 특전대대 해상훈련 동행 취재
"인질 구출은 은밀성과 신속성이 가장 중요"

올해는 청해부대가 ‘아덴만 여명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한 지 13년째 되는 해다. 여명작전은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 해상에서 해적에 나포돼 있던 삼호해운 소속 선박 삼호주얼리호 선원 21명을 전원 안전하게 구출한 작전을 말한다. 이 작전으로 해군뿐만 아니라 한국군의 위상이 세계에 알려졌다. 지금도 ‘제2의 여명작전’을 위해 땀을 흘리는 해군 특수전여단(UDT/SEAL)을 만나기 위해 동해 1함대 3특전대대를 찾았다.

방탄조끼와 권총, MP5 기관단총까지 착용하니 무게는 족히 8kg을 넘겼다. (사진제공=해군)

하늘은 흐릿했다. 먹구름만 가득하고 찬 바람이 불었다. 빗방울이 곧 쏟아질 듯했다. UDT 대대본부 맞은편 장병들의 훈련장인 암벽이 눈에 들어왔다. 10m는 족히 넘어 보였다. 암벽 반대편에는 헬기 레펠을 할 수 있는 훈련장도 있었다. 컴컴한 회의실에 들어가니 브리핑이 한창이었다. 어둠 속에서도 특유의 복장을 착용한 UDT 장병 20여명의 눈빛이 살아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함정에 테러범 3명이 인질 3명을 피랍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었다. 공격팀장은 테러범들과 인질범들의 인적 사항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온몸에 착용하는 특수장비 무게만 8kg

브리핑이 끝나고 바다에서 뜰 수 있는 특수튜브가 장착된 허리띠를 둘러매니 묵직함이 느껴졌다. 방탄조끼와 권총, MP5 기관단총까지 착용하니 무게가 8kg을 넘겼다. 헬멧에 헤드폰을 쓰니 온몸에 쇳덩이를 착용한듯했다. 버스를 타고 고무보트(RIB)가 대기 중인 장소로 이동했다. K6 중기관총을 장착한 걸 보니 특수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헤드폰에서는 영화에서나 듣던 음성이 묘한 잡음과 함께 흘러나왔다. “두꺼비, 두꺼비. 개구리 탑승 완료!” 지휘부에 UDT 16명이 탑승했다는 것을 보고하고 작전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사다리는 일반사다리와 달리 막대기에 손바닥만한 발판이 달린 모양이다.(사진제공=해군)

고무보트는 후진하더니 서서히 속도를 높여 함정과 함정 사이를 빠져나갔다. 옆에 있던 장병이 가운데 자리를 양보해줬다.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30노트까지 속도를 내자, 마치 놀이기구를 타듯 보트는 파도를 밀어내며 물 위를 내달렸다. 두 손 모두 손잡이를 쥐고 있어 소총을 쥘 여유도 없었다. 바닷바람이 매섭게 얼굴을 때렸다. 10여분 달려가니 울산급 4번 함인 신형 호위함 동해함(FFG-Ⅱ, 2800t)이 바다 위에 버티고 서 있었다. 고무보트가 나포된 선박에 다가서자 "경계"라고 외쳤다. 2개 팀으로 나뉜 UDT 대원들은 근접 100m부터 경계 자세를 취했다. 함정 갑판 위에서 테러범들이 금방이라도 총을 겨눌 듯했다. 장병들과 달리 기자는 흔들리는 고무보트에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다.

갑판 위 스네이크 대열 진입해 순식간 진압

함미에 도착하자 장병들은 진압용 사다리를 갑판과 연결했다. 사다리 끝부분은 땅에 고정된 것이 아니었기에 장병이 온몸으로 고정했다. 사다리는 일반사다리와 달리 막대기에 손바닥만 한 발판이 달린 모양새다. 바다로 떨어질까 불안한 마음에 양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힘을 줬다. 선박 위는 고요했다. 장병들이 모두 갑판에 오르자 벽에 붙어 스네이크 대형(뱀 몸통 모양으로 길게 늘어선 대형)을 갖췄다. 팀장을 선두로 3번 사수를 맡아 뒤를 쫓았다. 1개 조는 조정실(함교)로, 1개 조는 엔진실(기관실)로 향했다. 테러범에게 노출되지 않기 위해 발소리를 최대한 줄였다. 뒤꿈치로 걸었다. 방탄모를 썼지만 좁은 복도에 부딪혀 소리를 낼까 봐 주변도 살펴야 했다. 그때야 장병들이 장비를 끈으로 온몸에 고정한 이유를 알았다. 한 장병은 MP5 소총을 등 뒤로 돌려 어깨에 멘 뒤 휴대용 권총으로 정면을 겨누며 계단을 올랐다. 통로가 좁으면 조심스럽게 침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보트가 30노트까지 속도를 내가 마치 놀이기구를 타듯 파도를 밀어내며 물 위를 내달렸다. (사진제공=해군)

김모 대테러공격 팀장은 “인질 구출 작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은밀성과 신속성”이라며 “한 번의 실수로 모든 장병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김 팀장은 1, 2번 사수와 함께 옆 식당에 경계를 세웠다. 나머지 장병들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경계를 세운 것이다. 김 팀장은 “경계를 설 때 적이 나타나면 온몸으로 나머지 대원들을 보호한다는 생각으로 임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정 내부는 들어갈수록 복잡했다. 마치 미로 같았다. 하지만 UDT 대원들은 내 집에 들어온 듯 길을 꿰뚫고 있었다.

임동일 대대장(중령)은 “UDT 장병들은 평상시에도 상선, 여객선 등을 대상으로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면서 “의심 선박이 있을 경우에 대비해 함정 내부를 손바닥 보듯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덴만 여명작전 등 국내·외서 활약

선두로 함교에 진입한 장병들이 순식간에 테러범을 장악했다는 교신이 들려왔다. 장병들은 대기했다. 인질범들의 신원 확인이 이어졌다. 무전을 통해 "클리어"라는 송신이 왔다. 임무에 성공했다.

UDT 장병들이 탑승한 청해부대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 2012년 제미니호 피랍선원 구출 작전, 2015년 예멘 우리 국민 철수 지원 작전, 2018년 가나 해역 피랍선원 구출 작전 등 임무를 완수한 바 있다. 현재 청해부대 43진인 왕건함(DD-Ⅱ, 4400t급)이 지난 6월 아덴만 해역으로 출항했다. 대조영함은 지난 2009년 청해부대 2진으로 임무를 시작한 이래 8번째로 해외파병 임무를 수행 중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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