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미 '억울한' 반칙패…유도 여자 57kg급 허탈한 은메달 [2024 파리]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아, 이게 왜 위장공격인가요?"
정말 석연치 않은 판정이었다. 해설자도 격분했다. 1996 애틀랜타 대회 조민선 이후 28년 만에 한국 여자 유도가 품었던 올림픽 금메달의 꿈이 심판 때문에 날아가 버렸다.
'독립운동가 후예' 허미미(21·경북체육회)가 열심히 싸우고도 마지막에 울었다. 값진 은메달이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컸다.
세계랭킹 3위 허미미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여자 57㎏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에 분전하고도 지도 3개를 받고 반칙패, 은메달을 차지했다.
허미미의 은메달은 내리막길 걷는다는 혹평을 받은 한국 유도가 대회 사흘 만에 받은 첫 메달이다. 앞서 이틀간 치러진 남녀 4개 체급에서는 메달이 나오지 않았다. 한국 여자 유도의 은메달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48kg급 정보경 이후 8년 만이다.
한국 유도는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선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 2020 도쿄 대회에선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에 그쳤다. 여자 유도로는 28년 만에, 남여 합치면 12년 만에 노골드 한을 풀 기회를 잡았으나 이해할 수 없는 반칙패 판정에 고개를 떨궜다.
허미미는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일본 국적으로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달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2021년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해 이듬해부터 한국 대표로 활약했다.
그는 특히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이라는 점에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허미미는 결승 오기 전까지 여러 고비를 불굴의 의지와 화려한 기술로 넘었다.
결승에서 허미미는 이 체급 최강자 데구치를 상대로 박빙의 경기를 펼쳤다. 둘은 경기 초반 별다른 공격 없이 탐색전을 벌이다가 경기 시작 56초에 나란히 지도를 받았다.
그러다가 허미미는 2분 4초에 위장 공격을 했다는 이유로 두 번째 지도를 받았다. 지도 3개를 받으면 반칙패가 선언되기 때문에 일찌감치 지도 2개를 받은 것은 좋은 신호는 아니었다.
열세에 몰린 허미미는 경기 종료 1분여를 앞두고 바닥에 웅크린 데구치를 뒤집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데구치가 허미미의 다리를 붙잡아 가까스로 방어해냈다.
둘은 결국 정규시간(4분) 안에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연장전 초반 허미미는 밀리지 않고 체력이 떨어진 데구치는 계속 밀어붙여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나가는 듯 헸다. 앞서 준결승에서도 브라질의 하파엘라 실바를 연장전에서 누르기 절반으로 이긴 적이 있었기 때문에 연장전에서의 좋은 기억을 되살리는 듯 했다.
이에 힘입어 데구치도 연장전 시작 1분 48초에 두 번째 지도를 받아 둘 모두 지도 2개가 됐다.
하지만 허미미는 데구치가 두 번째 지도를 받고 16초 뒤에 허무한 반칙패를 당했다. 메치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위장 공격 판정을 받았고 지도 3장이 쌓이면서 반칙패한 것이다.
그러나 데구치는 연장전 들어 공격 자체를 시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이었다. 3년 전 도쿄 올림픽 남자 100kg급 은메달리스트 조구함은 해설 도중 "허미미만 공격하고 있는데 이게 왜 위장 공격이냐"며 격분했다.
결국 허미미의 생애 첫 올림픽은 금메달 목전에서 허무하게 끝났다.
위장 공격이란 실제 공격할 의도가 없으면서도 그런 것처럼 거짓으로 꾸미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선수가 그 상황을 면피하고자 '방어를 위한 공격'을 했을 때 위장 공격 지도를 준다.
연장전에서 허미미의 공격만 막는데 급급하다가 반칙승을 거둔 데구치는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잠시 허공을 바라봤고, 매트에서 내려와 코치의 축하를 받고 나서야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데구치는 시상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다소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데구치는 지도 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말에 "어려운 질문이다"면서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지도에 대해 할 말은 없다. 더 나은 유도를 위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도 왜 우승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는 의미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이었다.
데구치는 이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바꿔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유도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던 김미정 감독은 "보는 관점이 다를 수는 있지만, (허)미미가 절대 위장 공격을 들어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며 "미미가 주저앉고 안 일어난 것도 아니고 계속 일어나서 공격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렇다고 캐나다 선수가 딱히 공격했던 것도 아니었다. 약간 유럽이라는 게 (판정에) 조금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허미미는 "위장 공격일 줄 몰랐는데 그래도 경기의 일부니까 어쩔 수 없다. 다음에는 그런 것을 잘 생각하고 유도를 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선택한 허미미는 "애국가 가사를 미리 외웠다"며 "못 불러서 아쉽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꼭 부르고 싶다"고 4년 뒤를 기약했다.
그러나 밤 늦은 시간 TV를 본 유도팬들과 국민들 입장에선 억울함에 밤잠 설치게 할 만한 판정이 나왔다.
한편, 앞서 허미미는 32강을 부전승으로 통과했고 16강에선 팀나 넬슨 레비(이스라엘·10위)에게 반칙승을 거뒀다. 레비와 대결에선 지도 2개를 받은 열세에서 연장전(골든스코어)에 접어들어 끊임없이 업어치기를 시도했고 움츠러든 상대가 소극적인 공격으로 지도 3개째를 받아 반칙패했다.
8강에선 엥흐릴렌 라그바토구(몽골·13위)에게 절반승을 거뒀는데 라그바토구는 허미미보다 세계랭킹은 낮아도 이전까지 허미미에게 3승 무패를 거둔 '천적'이다. 작년과 재작년 모두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 만나 패했고,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성사된 맞대결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허미미는 경기 종료 약 15초를 남겨두고 상대 안다리를 걸어 뒤로 쓰러트려 절반을 따내고 큰 고비를 넘겼다.
준결승에선 4위 하파엘라 실바(브라질)를 연장 접전 끝에 위고쳐누르기로 절반을 얻어 '골든스코어'로 이겼다.
비록 세계랭킹은 하나 차이지만 허미미는 실바와의 역대 전적에서 4승 무패로 앞서고 있었고 이날 경기를 통해 5전 전승을 만들었다.
허미미는 연장전에 접어든 뒤 자신감을 갖고 실바를 몰아붙인 끝에 웃었다. 연장전 50초 만에 실바가 두 번째 지도를 받으면서 유리한 고지에 오른 허미미는 연장 1분 57초 실바를 메치려 했다. 이 때 실바는 수비를 위해 바닥에 엎어졌다.
허미미는 여기서 초인 같은 힘으로 실바를 뒤집는 데 성공했고 그대로 누르기 절반을 따내 골든스코어 승리를 거뒀다.
이렇게 차곡차곡 난관을 헤쳐나가며 결승까지 올랐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 하나로 4년 뒤 다음 대회를 기약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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