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카멀라, 트럼프 겨냥 ‘美연방대법원 개혁카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법관 임기를 제한하는 연방대법원 개혁 카드를 전면에 꺼내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형성된 보수 우위 대법원 구조가 대통령 면책특권 확대, 낙태권 폐지 등 극단적인 조치로 이어졌음을 강조하고, 트럼프식 독재 우려와 민주주의 위협을 대선 쟁점으로 끌어올리려는 목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린든 B 존슨 대통령 도서관에서 민권법 제정 60주년 기념 연설을 통해 “이 나라는 왕이 없다는 원칙 하에 설립됐고, 그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며 “그러나 이제 우리는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연방대법원이 내린 극단적인 결정이 오랫동안 확립된 시민권 원칙과 보호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가장 충격적인 건 트럼프 사건에서 대법원이 (광범위한 면책특권을) 설립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더 이상 법에 구속되지 않고, 권력 남용에 대한 제한은 대통령 스스로 부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관점이자 위험한 원칙이며, 이런 극단적인 결정에 더해 대법원은 윤리 위기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우리 기관과 헌법에 명시된 권력분립에 대해 큰 존경심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권력분립의 교리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극단주의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종신제인 연방대법관 임기를 제한하고 윤리강령을 의무화하는 대법원 개혁을 역설했다. 그는 “대통령이 2년마다 18년 임기의 대법관을 1명씩 임명하는 제도를 지지한다”며 “이는 국가가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대법원을 갖지 않도록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나는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는 헌법 개정안 발의를 촉구한다”며 “이는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 어떤 면책 특권도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법관 임기 제한이 도입되면 당장 클래런스 토머스(33년 재직), 존 로버츠(19년), 새뮤얼 얼리토(18년) 등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이 교체 대상이 된다.
그러나 대법원 개혁안이나 개헌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의회를 양분한 상황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개헌은 상·하원에서 각 3분의 2 이상 찬성, 전체 주(州)의 4분의 3 이상 비준이 있어야 한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의회에 도착하자마자 죽을 위험한 도박”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이 개혁안을 꺼내든 데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시 연방대법원 보수화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대법관들이 대통령에 대한 광범위한 면책특권 인정, 낙태권 폐지 등 조치를 취했음을 부각해 대선에서 지지층 결집을 촉구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보수 싱크탱크의 집권 의제 ‘프로젝트 2025’를 언급하며 “미국 삶의 모든 측면에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공격할 것을 요구하는 극단적인 운동과 의제가 있다. 그들은 미국 시민권을 공격하는 또 다른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을 언급하며 “미래의 대통령이 폭력적인 군중을 선동해 국회의사당을 습격하고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막는다면 법적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별도 성명을 통해 “오랜 판례를 반복적으로 뒤집는 결정과 수많은 윤리적 논란으로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오늘날 대법원은 신뢰 위기에 직면했다”며 “이것이 내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대법관 임기 제한, 연방판사와 같은 구속력 있는 윤리 규정 준수 등의 개혁을 통과시킬 것을 의회에 촉구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주의에서는 누구도 법 위에 있어서는 안 되고,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 면책특권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런 개혁은 법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의 임신 6주 후 낙태 금지 시행과 관련한 별도 성명을 내고 “가임기 미국 여성 3명 중 1명이 트럼프 낙태금지법 아래 살게 됐다”고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내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생식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론도 대법원 개혁에 우호적이다. 대법원이 이달 초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면책특권을 인정한 결정 이후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대법원 신뢰도는 역대 최저치인 38%에 그쳤다. 당시 응답자 75%는 대법관 임기를 18년으로 제한하는 개혁안에 지지한다고 답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르헨 선수에 中국기 ‘또 실수’…엉망진창 파리올림픽
- 할머니 유언에 日국적 버리고 한국행…허미미 값진 銀
- 적중률 90% 美대선 족집게 역사학자 “해리스가 우세”
- “여자들이…” 운운한 올림픽 수영 해설위원 하차
- ‘연애 못하는 시대’…中서 ‘여친 대행 노점’ 논란
- “명품 가치 폭락 중”… ‘중국 큰손들’ 주춤하자 ‘흔들’
- “고마워서 살짝” 군 동기 엉덩이 ‘1초’ 터치 “성추행”
- 구영배 “보유한 큐텐 지분 매각해 사태 수습에 쓸 것”
- 트럼프 “전략 자산으로 비트코인 비축할 것…친비트코인 대통령 약속”
- 日 언론 “파리올림픽은 침몰하는 한국 상징” 조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