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8시까지' 퇴근하고 주식투자 가능해진다[복수거래소 시대]
코스피·코스닥 800여 종목 거래
수수료도 인하
직장인 이혜정씨(41·가명)는 서울 마포에 있는 집에서 직장이 있는 여의도까지 자차로 출퇴근하며 짬짬이 주식 관련 유튜브를 듣는다. 유튜브를 통해 어떤 종목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지만 바쁜 일과에 쫓기다 보면 번번이 매수 타이밍을 놓쳐 허탈할 때가 많았다. 이씨는 대체거래소(ATS)가 출범한다는 소식에 "예전에는 점찍어둔 종목이 있어도 매수를 못 하거나 이미 오른 가격에 추격 매수해 찜찜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 퇴근 후에 자유롭게 주식투자를 할 수 있게 돼 반갑다"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프리마켓·애프터 마켓 도입으로 거래시간 총 5시간 30분 늘 것…중간가호가·스톱지정호가 도입
내년 3월4일 ATS인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 주식시장에 몰고 올 가장 큰 변화는 거래 시간이다. 대체거래소가 운영되면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20분까지 운영되는 정규 시장 시간에서 △오전 8시~8시50분까지의 프리마켓 △오후 3시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되는 애프터마켓이 추가된다. 거래시간이 총 5시간30분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한국거래소(KRX)의 단일가매매 시간인 오전 8시30분~9시, 오후 3시20분~3시30분에도 ATS를 통하면 즉시 매매를 체결할 수 있다. 저녁 8시까지 주식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직장에서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투자했던 직장인 투자자들이 퇴근 후 자유롭게 주식 투자를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호가 종류도 다양해진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호가는 시장가와 일반·최우선·최유리·조건부 등 4가지 지정가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 중간가호가와 스톱지정가호가 유형이 새롭게 도입될 예정이다. 새 호가 유형은 ATS뿐 아니라 KRX에도 적용된다. 중간가호가는 최우선 매수-최우선 매도 호가의 중간가격으로 가격이 조정되는 방식을 말한다. 즉 매도하고 싶은 투자자와 매수하고 싶은 투자자 호가를 기준으로 중심값이 표기되는 것이다. 예컨대 기관이 삼성전자 2000주에 대한 지정가 매도 주문을 7만9800원에 냈고 투자자들의 최우선 매수호가가 7만9700원이라면 중간값인 7만9750원에 주문이 체결되는 식이다. 중간가호가 도입을 통해 투자자들은 매매체결 가능성을 높이고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톱지정호가는 현재 주가가 특정 가격이 되면 투자자가 원하는 지정가로 주문을 넣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현재 주가가 2만원인 주식에 대해 시장 가격이 2만1000원에 도달할 경우 2만1500원에 지정가로 매수한다는 주문을 넣을 수 있다. 시장 가격과 연동되는 호가인 셈인데 손절매와 분할매수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매매체결 수수료도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ATS는 매매체결 수수료를 KRX 대비 20~40% 인하할 계획이다. 다만 ATS 개장 직후에는 코스피·코스닥에서 유동성이 높은 종목 800여개만 거래할 수 있다. 정부는 복수거래소 체제를 운영하면서 거래소 간 수수료 경쟁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개인투자자가 이를 체감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KRX의 거래수수료(0.0027%)도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를 통해 금융사의 수수료 정책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증권 업계에선 대체거래소 도입이 한국 증시의 부양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시간 확대와 새 유형의 호가 도입이 꼭 거래량 증가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6년 8월에도 한국 증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거래시간을 오후 3시에서 3시30분으로 늘렸지만 거래시간 연장 이후 시장 거래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당시 코스피는 거래시간 연장 이전 대비 연간 일평균 거래량이 17.5% 감소했고, 코스닥 또한 1.15% 줄었다.
2001년 12월 국제적 추세에 맞춰 장외전자거래 시장으로 설립된 한국ECN증권 역시 당초 기대와 달리 거래부진 속에 2005년 5월 결국 문을 닫았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ECN증권은 일반적으로 가격 발견 기능이 있었던 미국의 ECN과 달리 정규 거래 시간이 끝난 오후 4시30분에서 저녁 9시 사이 정규 거래시장의 종가로만 매매가 가능한 야간 시장으로 영업이 허가됐다"며 "정규 거래 시장과의 경쟁이 이루어지기보다는 보조적 위치에 머물러야 했고 결국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하면서 매매체결 서비스의 혁신을 도모하지 못했다"고 했다.
복수거래 시장 체제가 정착되면 투자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고 거래비용 감소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는 시각도 있다. 김남종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수의 거래시설들 간 경쟁이 강화되면 증권매매 거래비용이 낮아지고, 거래체결 확률 및 속도, 호가방식 등 가격 외 다양한 측면에서 주문 집행의 질적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며 "ATS들은 주식 외에도 다양한 유형의 증권매매와 정규거래소와 차별화되는 매매방식 등을 통해 투자자들의 수요를 폭넓게 충족시키고 있다"고 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100명에 알렸는데 달랑 5명 참석…결혼식하다 인생 되돌아본 부부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황정음처럼 헤어지면 큰일"…이혼전문 변호사 뜯어 말리는 이유 - 아시아경제
- "언니들 이러려고 돈 벌었다"…동덕여대 졸업생들, 트럭 시위 동참 - 아시아경제
- "번호 몰라도 근처에 있으면 단톡방 초대"…카톡 신기능 뭐지? - 아시아경제
- "'김 시장' 불렀다고 욕 하다니"…의왕시장에 뿔난 시의원들 - 아시아경제
- "평일 1000만원 매출에도 나가는 돈에 먹튀도 많아"…정준하 웃픈 사연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