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유예? 시행?" 野 집안싸움에…한동훈 "시간 별로 없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금융투자소득세를 두고 백가쟁명이 펼쳐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금투세 폐지로 대동단결한 가운데, 민주당은 기존의 강경론(강행)과 온건론(완화 및 유예)의 목소리가 정리되지 않은 채 제각각 튀어나오는 중이다.
금투세는 주식, 채권 등 금융투자에서 발생한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연간 5000만원 이상 매매차익에 과세하는 것으로 2025년 1월 시행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마련된 이 법안은 당초 2023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주식 시장 침체와 반발 여론 등을 고려해 여야 합의로 2년 유예를 합의했다.
민주당 내 금투세 논쟁을 촉발한 것은 이재명 전 대표다. 지난 10일 당 대표 출마선언에서 ‘금투세 완화’를 언급하면서다. 이 전 대표는 한 발 나아가 24일 당 대표 후보자 TV 토론회에서는 “(과세 기준을) 연간 1억 정도로 올려서 5년간 5억원을 버는 것까지는 세금을 면제해주자”고 주장했다.
이전까지 민주당은 ‘2025년 1월 시행’을 주장해왔던 만큼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이 전 대표와 당 대표를 놓고 경쟁 중인 김두관 전 의원은 “(대상자가) 전체 주식투자자 1%인데, 서민을 대변하는 우리 당에서 그렇게 한다는 거에 동의할 수 없다” “정부 세수가 펑크난 상황에서 미룰 수 없다” 등의 논리를 들어 반박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뛰어들었다. 그는 26일 “국민이 우려하는 부분은 손질할 수 있지만, 예정한 대로 시행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여기에 당내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도 25일 성명서를 통해 “시장의 공포감을 조성하는 건 과세 대상인 극소수 초부자 자산소득자의 이해를 반영한 것이고 부자 감세의 핑계에 불과하다”며 “현재 유예론은 사실상 폐기론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친명계 이연희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세금 걷는 정당은 집권할 수 없다”며 이 전 대표를 거들었고,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김병주 의원도 “국민이 편하면 그런 정책도 받아들이는 융통성이 필요하다”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민주당에서 세수 논쟁은 셈법이 간단치 않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조세정의 실현’과 ‘부자 감세 반대’를 내걸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나 금투세에 찬성해왔다. 하지만 세금 징수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 이미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0.7% 차이의 석패 요인 중 하나가 세금 문제로 중도층이 이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지난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비공개로 금투세 난상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도 “예정대로 시행”을 주장하는 기재위원과 “여론에 안 좋은 세금을 굳이 왜 건드느냐”는 정무위원 간에 팽팽한 신경전이 연출됐다고 한다. 한 기재위원은 29일 통화에서 “모두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 일단은 예정대로 출발하자는 게 압도적 다수”라고 했다. 반면, 대선을 바라보는 이 전 대표 측은 “중도층 공략을 위해서는 금투세 등의 문제에서 유연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권은 이러한 지점을 파고들어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대표도 금투세 폐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한 적 있다”며 “테이블에 올리고 깊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금투세 폐지 문제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동참을 촉구했다. 정부·여당이 내놓은 금투세 폐지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170석을 쥔 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당내 의견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끌려들어 갈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8월 18일 전당대회 이후 본격적인 여론 수렴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며 “굳이 지금 당의 입장을 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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