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수업하고, 잘 하는 교수 전진배치…'학과 벽' 사라지는 대학
" 살아남는 종은 강하거나 똑똑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이다. "
지난 19일 열린 ‘한양대학교 자율전공과 교육혁신 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선 최지웅 에리카캠퍼스 교육혁신처장이 한 말이다. 그가 진화론자인 찰스 다윈의 어록을 인용한 건 학생의 선택에 따라 전공별로 학생 수가 정해지는 전공자율선택제(무전공)의 취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무전공 운영 방침, 철학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한 시간 넘게 오갔다.
교육부가 확대를 추진한 전공자율선택제 적용을 앞두고 각 대학이 준비에 한창이다. 전공자율선택제는 특정 학과를 정하지 않은 채로 입학한 학생들이 일정 기간 진로를 탐색한 후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다. 교육부가 올 초 “무전공 확대 비율에 따라 대학별 인센티브 차등 지급하겠다”며 불을 붙였고, 지난해 9894명에 불과했던 무전공 모집인원은 2025학년도에 3만 7270명으로 대폭 늘었다.
깊이 있는 전공 탐색으로 쏠림 막는다
대학들이 가장 주력하는 건 특정 학과에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한 대응책이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학생들이 깊이 있게 진로를 탐색해 적성과 흥미에 맞는 전공을 찾으면 자연스럽게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는 원칙에서 해법을 찾았다. 황승준 라이언스칼리지 학장은 “기존 학과당 교수 한 분씩 자율전공제가 도입되는 라이언스칼리지의 담임 교수를 맡아 본인의 전공과 관련한 과제를 던지고 이를 해결하는 형식의 프로젝트성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충북대는 학과 수요 예측을 정밀화하고 이를 위한 조직과 인프라를 확충한다. 이정미 충북대 재정사업기획부처장은 “그간 각 건물에 흩어져있던 학생 진로, 취업 지원 부서들을 ‘학생성공지원센터’로 통합하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오가는 도서관 1, 2층에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며 “기존 교직원뿐 아니라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을 위한 상담 인력(아카데믹 어드바이저)도 상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쏠림이 예상되는 학과의 대형 강의를 위한 지침을 만든다. 가천대는 학년제에 따라 1학기에만 개설 가능했던 각종 개론 수업을 2학기에도 중복 개설할 방침이다.
“학생 잡으려면 잘 가르쳐야 한다”
무전공 확대에 맞춰 수업을 혁신하고 전공 간에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대학들도 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무전공 확대와 함께) 대학은 학생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최대한 고려해 가르치는 방식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천대는 지난해부터 모집 단위를 광역화하면서 학과 커리큘럼에 대폭 변화를 준다. 예를 들어 한국어문학과 등 5개 학과는 내년 AI(인공지능)인문대학으로 통합되며 수업 커리큘럼 3분의 1을 AI 기반 수업으로 바꾼다. 정한데로 가천대 교무부처장은 “무전공 1학년에 편성되는 각 계열 기초과목 수업에 강의 잘하는 교수들을 전진 배치하고, 챗GPT 등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수업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며 “이제는 어느 대학, 학과든 수업 콘텐트가 경쟁력이 없으면 학생들을 잡아둘 수 없다”고 말했다.
강의 콘텐트 뿐 아니라 형식도 다양해진다. 권경미 숙명여대 기획팀장은 “가장 많은 학생이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 1, 2학년 기초과목은 대형강의뿐 아니라 온라인 수업까지 병행될 것”이라며 “이미 경제, IT, 소프트웨어 등 학생들이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 학과의 교수는 선제적으로 추가 채용도 했다”고 말했다.
학생 이탈, 교수·학생 밀착 멘토링으로 이탈 막는다
대학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건 학생들의 이탈이다. 동국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임교수, 아카데믹 어드바이저 외에도 선배 멘토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동국대 학생 동아리 ‘108리더스’가 멘토 역할을 맡았다.
이 학교 3학년이자 108리더스 소속인 김은진씨는 “새 기수를 뽑는 시기를 올해 11월로 당겨서 열린전공 학생들을 위한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할 계획”이라며 “새내기 배움터를 주최하는 것을 시작으로 각종 봉사활동 등을 함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본인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진로를 탐색하고 전공을 선택하는 데 있어 대학의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다양한 우수 사례들을 적극 발굴·공유해 대학들이 이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민지·서지원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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