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PICK] '텐텐텐텐텐텐' 2전 3기 끝에 금메달 목에 건 이우석
세상의 모든 역경이 그를 둘러싼 것 같았다. 이제는 그 아픔을 승리로 바꿨다. '미스터 텐' 이우석(27·코오롱엑스텐보이즈)이 마침내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우석은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김우진, 김제덕과 함께 홈 팀 프랑스를 꺾고 우승했다.
3번째 올림픽인 김우진, 2번째 올림픽인 김제덕과 달리 이우석은 이번이 첫 올림픽이었다. 랭킹라운드에선 5위에 그치며 1·2위를 휩쓴 김우진, 김제덕이 비해 흔들렸다. 하지만 단체전에선 자신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우석은 "첫 발을 쏠 때 긴장이 안 됐다. 결승전 첫 무대 들어가는 데 긴장이 안 되더라. '오늘은 날이구나. 나는 즐겁게 즐기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김우진, 김제덕 선수에게 '괜찮아, 우리것만 하면 돼. 내가 10점 쏠게'라고 자신있게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8강전 두 번째 엔드에서 실수를 한 번 했다. 그때 긴장감이 확 올라왔다. 그때 김제덕 선수를 따라서 목소리도 크게 내고, 무대를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우석은 무려 10년이 걸려서야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3장의 출전권이 걸린 2016년 리우 올림픽 선발전에서 4위를 했고, 2020 도쿄올림픽 땐 선발전을 통과했으나 코로나로 대회가 1년 미뤄졌고, 다시 열린 선발전에선 탈락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으로 출전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 2개(개인전, 단체전)를 따 조기 전역하지 못했다. 괴로운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단체전, 혼성전)에 오른 데 이어 파리올림픽 선발전을 당당히 통과했다. 기어이 선 무대에서 이우석은 마음껏 기량을 발휘했다. 결승전에선 6발 모두 10점에 쏘는 맹활약을 펼쳤다.
이우석은 "어떻게 보면 아시안게임이 더 떨렸다. 악몽이랄까,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는데 자카르타 때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생각들을 항저우 때 지우고, 좋은 기억으로 덮은 뒤 올림픽에 나와 홀가분하게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도쿄올림픽이 1년 미뤄져 나가지못했지만)사람 일이란게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때 김제덕이 나가서 2관왕을 했고, 나는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마지막 발을 쏘면서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우석은 "내가 올림픽 선발전에서 떨어지는 걸 보면서 많이 우셨다. 이 한 발로 끝낸다는 생각으로 들어가서 쐈다. 그게 10점에 맞아줘서 완벽한 경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렵게 따낸 메달이지만 이우석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김우진, 김제덕 선수 고생한 동료들에게 고맙다. 솔직히 말해 우리 세 선수의 힘으로만 딴 메달은 아니다. 대한양궁협회와 정의선 회장님, 현대이노션의 지원이 많았다"고 고마워했다.
소속팀이 만든 양궁화를 우승으로 꼽는 '애사심'도 빠지지 않았다. 이우석은 "올림픽을 치르기 전에 양궁화가 나왔다. 가만히 서 있을 때 바람의 저항을 잡아주고, 몸이 움직이는 걸 최대한 잡고 있게 해준다. 이 신발을 신고 나서 우리 셋의 점수가 실제로 올랐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써보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금메달을 따냈지만, 30일부터 시작되는 개인전에선 경쟁상대로 만난다. 이우석은 "공교롭게도 3관왕을 준비하는 김우진 선수와 같은 조다. 만나면 봐주지 않겠다"고 말한 그는 "장난이었다. 둘이 4강에서 붙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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