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국회의 ‘방송 4법’ 극한 대치

2024. 7. 3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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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송 4법' 중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 불참 속에 재적 300인 중 재석 187인, 찬성 187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뉴스1


방송법 ‘필리버스터-단독 처리’ 5박6일 악순환


집권 땐 가만 있던 야당, “방송 정치종속 끊겠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치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갈등이 연일 되풀이되자 생업에만도 힘든 국민의 피로감은 더욱 가중된다. 정치권은 녹음기 틀 듯 “국민 이익”을 앞세우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이전투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 4법 중 세 번째 법안인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법안 상정 직후 시작된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약 31시간 만에 강제 종결하고 야당 187명만의 전원 찬성표로 가결시켰다. 그 직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도 상정했다. 야권은 EBS법도 같은 절차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지난 25일 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을 시작으로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 EBS법에 이르기까지 ‘상정→필리버스터→강제 종료→단독 처리’의 악순환이 5박6일 내내 이어진 형국이다.

방송법 개정안은 KBS·MBC·EBS 이사 수를 현재의 9~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이사 추천 권한을 유관 학회, 시청자위원회, 방송기자·PD·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외부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종속 논란을 끊고, 언론 자유와 독립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그러나 민주당의 그런 주장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는 왜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부터 내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야당이 되자 ‘영구적 방송 장악을 위해 친야권·노조 인사로 지배구조를 재편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인 2016년에도 비슷한 취지의 방송법 개정을 추진했다가 막상 정권을 잡자 입장을 180도 바꿔 KBS, MBC 사장부터 교체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뽑는 게 도움이 되겠는가”라는 말을 했고, 개정안은 그 뒤 5년 내내 방치되다시피 했다.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한데도 야당이 방송법 밀어붙이기에 나서자 여권에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겨냥한 명분 축적의 일환”이라는 의심도 제기한다.

국내 공영방송은 정권의 향배에 따라 낙하산 인사, 노조 파업, 보도 편향성 시비 등 숱한 논란에 휩싸여 왔다. 내부 구성원 간 편가르기도 자연 치유가 곤란한 지경이다. 만약 야당이 방송법 개정 추진에 정략적 의도는 없다고 주장한다면, 소모적인 대치부터 종결시켜야 마땅하다. 그리고 공영방송을 개혁해 국민의 품으로 돌려줄 수 있는 진정한 방안이 무엇인지 국민 공청회와 함께 서로 머리를 맞대 숙고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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