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따른 경찰관 비극, 지휘부와 정치권 책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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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폭증 호소 속 숨지는 일선 경찰 속출
졸속 수사권 조정에 대공 부담까지 떠안아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라 발생했다. 열흘 새 관악경찰서 경위가 숨졌고, 충남 예산경찰서 경사도 자살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아무리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 글로벌 문화 강국으로 도약했다고 해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하지 않다면 국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자살 예방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보건복지부·소방청과 함께 자살 예방 업무를 하는 핵심 기관이 경찰청이다. 그런 경찰이 스스로는 내부의 비극을 막지 못하고 있다.
최근 숨진 경찰관들은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한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초임 수사관은 발령과 동시에 40~50건의 사건을 배당받으며 압박을 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업무가 폭증했다. 검사 지휘를 받으며 수사하던 경찰이 갑자기 수사종결권을 부여받고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면서 전 경찰서에 부담이 늘었다. 특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까지 강행해 경찰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당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검찰 무력화에만 몰두했을 뿐 그 짐을 떠안는 경찰이 어떻게 이를 감당해야 할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검찰과 경찰이 서로 사건을 떠넘기고 있지만 이를 조율할 시스템은 없다. 피해자는 한없이 늘어지는 처리에 분통을 터뜨린다. 민원인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경찰관에게 쏟아지는 구조다. 오죽하면 경찰 내부에서 “수사 부서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이 나올까.
이런 일선의 고충을 외면한 채 권한 늘리기에만 관심을 쏟는 경찰 지휘부의 책임도 크다.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와중에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나자 경찰은 내근 직원 등 2900여 명을 기동순찰대로 발령해 치안 현장에 투입했다. 수사 업무가 과중한 상황에 현장 부담까지 늘었다는 불만이 분출했다. 지난 정부에서 강행한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폐지로 올해부턴 간첩 수사까지 경찰이 전담하게 됐다. 경찰 안보수사 인력과 역량으론 애당초 무리라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지휘부에선 “경찰은 본래 안보 수사 기관”이라고 주장했다. 간첩 검거가 부진해지면 이 역시 고스란히 일선 경찰관의 책임이 될 게 분명하다.
경찰관의 잇따른 비극은 오래전부터 울린 경고음을 무시한 지휘부 책임이 작지 않다. 무엇보다 막무가내식 수사권 조정으로 혼란을 야기한 정치권도 반성이 필요하다. 정치적 목적으로 헝클어트린 수사 구조를 신속히 보완하는 것만이 경찰의 비극을 막을 예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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