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장비발’

고승욱 2024. 7. 30.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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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한계와의 싸움이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라는 꿈을 이루려면 중력을 극복하고 공기와 물의 저항을 이겨내야 한다.

시속 50㎞로 달리는 사이클 선수는 들이는 힘의 90%를 공기저항을 극복하는 데 사용한다.

공기보다 훨씬 강한 물의 저항에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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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욱 수석논설위원


스포츠는 한계와의 싸움이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라는 꿈을 이루려면 중력을 극복하고 공기와 물의 저항을 이겨내야 한다. 당연히 골격과 근육을 단련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정신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결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올림픽에 참가한 고대 그리스인들과는 달리 현대 스포츠는 맨몸으로 도전하지 않는다. ‘장비발’이 성적을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896년 1회 아테네올림픽 때부터 정식 종목이었던 요트와 사이클은 장비의 비중이 높은 스포츠다. 그래서 요트 선수에게 동일한 모양의 배가 지급된다. 장비의 우열을 최소화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과 파도, 조류에 대처하는 능력을 겨루기 위해서다. 개인 장비를 사용하는 사이클은 공기역학이 매우 중요하다. 시속 50㎞로 달리는 사이클 선수는 들이는 힘의 90%를 공기저항을 극복하는 데 사용한다. 속도를 시속 30㎞에서 60㎞로 2배 올리면 공기의 저항은 8배 늘어난다. 사이클 성능에 따라 선수의 능력이 배가될 수도, 반감될 수도 있다. 1984년 LA올림픽에서 미국 대표팀은 프레임을 물방울 모양으로 만든 사이클로 금메달 4개를 모두 차지했다. 국제사이클연맹은 올림픽을 포함한 모든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자전거의 재질과 디자인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옷 한 벌만 걸치고 겨루는 수영도 장비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공기보다 훨씬 강한 물의 저항에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피부보다 저항을 덜 받는 소재로 만든 수영복을 착용한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이 소재가 적용된 전신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메달을 휩쓸었다. 결국 세계수영연맹은 2010년 전신수영복을 금지했다. 그런데 2008년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 선수가 400m 개인혼영에서 전신수영복을 입고 세운 신기록이 드디어 16년 만에 깨졌다. 프랑스의 레옹 마르샹 선수가 0.89초 차이로 ‘장비발’을 극복했다. 올림픽은 역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능력을 확인시켜주는 묘미가 있다.

고승욱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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