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우의 시시각각]편파적일수록 정당하다는 뇌구조
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겨냥해 ‘뇌구조’를 언급한 건 26일 청문회장만이 아니었다. 같은 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일본 정부 대변인 같은 뇌구조, 극우적 뇌구조”라고 했다. 이 후보자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수로 칭해서다. 사상관 혹은 가치관이라고 해도 되는데 굳이 뇌구조라는 용어를 반복한 건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정신세계나 지능’을 강조하기 위해서일 듯싶다. 최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또 “이 후보자는 능구렁이같이 이랬다저랬다 하고, 거짓 답변을 사실처럼 얘기한다”고 했다. 인사청문회 와중에 국회 청문위원장이 방송에 나와 청문 대상자를 이렇게 난도질한 적이 있었던가. 앞서 최 위원장은 청문회장에서 “살다 살다 저런 궤변 처음 들어본다” “나이가 몇 살이냐”고도 했다. 참고로 최 위원장은 1960년생, 이 후보자는 61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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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청래, 최민희 등 상임위 폭주
유시민 '언론의 편향성' 부추겨
중립의 미덕, 뿌리채 흔들리나
」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국회 상임위 진행? 솔직히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과거 상당수 상임위원장도 암암리에 자당(自黨) 편을 들곤 했다. 다만 선이란 걸 지켰다. 뒷말 안 나오게 구색도 맞추려 했다. 왜? 눈치가 보여서다. 염치란 게 있어서다. 그런데 최근엔 막무가내다. 낯뜨거울 만큼 노골적이다. 편파적으로 몰아붙이고도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그렇게 꼬우면 선거를 이기든지’란 태도다.
그 압권은 물론 정청래 법사위원장이다. 이미 증인을 향해 “위원장이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토 달지 말라” “어디서 그런 버릇을 배웠냐” 등의 막말을 퍼부은 그다. 증인에게 회의실 밖 10분간 퇴장 명령도 내렸다. 누군가는 교사가 초등학생 벌주는 모습이라지만, 요즘 어떤 간 큰 교사가 이런 갑질을 하나.
급기야 26일 법사위에선 성희롱성 발언도 나왔다. 김건희 여사에게 디올백을 건넨 친북 성향의 최재영 목사는 “부부생활이 없는 것 같다. 한 침대를 쓰는 분이 외간 남자들과 통화하거나 카톡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와의 심야 카톡을 거론하며 부부생활, 침대, 외간 남자 등의 단어를 국회 공개회의에서 발설한 것이다. 대통령 부부가 아니라 일반인을 향해서도 이런 언사를 한다면 말리고 제지해야 하건만 정 위원장은 외려 부추겼다. 그는 “야밤에 대통령 부인의 카톡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횟수에 대해서 정말 경악할 정도”라며 “옆에 있는 윤 대통령은 뭐하고 있었나”라고 했다.
정청래·최민희 위원장은 항의가 들어올 때마다 국회법을 성경 문구처럼 꺼내든다. 책자를 들고서 몇 조 몇 항에 이렇게 돼 있으니 문제없다고 뭉개기 일쑤다. 대신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국회 안으로 들어와 이진숙 후보자를 가로막고 겁박하는 건 눈감는다. 우리 편이 하는 모욕적 표현은 의견 개진이지만, 상대편의 반박은 법 위반이다. ‘사법부도 썩었고, 언론사도 정파적인데 무슨 얼어죽을 중립? 그게 더 위선 아니냐. 우리가 차라리 솔직한 거지’라는 속마음일지 모르겠다.
한발 더 나아간 인사가 있으니 바로 유시민씨다. ‘편파적인 게 문제가 아니라 편파적이지 않아서 문제’란다. 그는 최근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나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반헌법적이며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면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백히 선언했지만, 한국 언론은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둘 사이의 중계방송을 한다”며 “누군가 반칙하고 있는데 중간을 지키면 한패 되는 것”이라고 했다.
유씨는 과거 정경심씨의 PC 은닉을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전이라고 했다.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사찰했다는 허위 주장으로 벌금형을 받고도 사과는커녕 “네 팔뚝 굵다”고 조롱했다. 궤변과 거짓을 일삼던 그가 이제 버젓이 지상파에 나와 ‘우리 편으로 안 오면 재미없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중립이라는 미덕이 위태롭다. 국가기관도, 공론장도 악당에게 잠식당하고 있다.
최민우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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