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욱의 슬기로운 금융] 외국인 근로자 유치, 단순 노동서 우수 인력으로 전환해야

2024. 7. 3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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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인력난 겪는 여러 선진국
개도국 잉여 인력 확보 나섰지만
경제 성장엔 기술·제도 개선 주효
우수 해외 인력 유입 땐 금상첨화

다음 달 필리핀에서 가사관리사 100명이 입국한다는 소식이다. 소정의 교육을 거쳐 9월부터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된다고 하는데, 제도의 필요성에서부터 급여 수준에 이르기까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실 우리는 진작부터 외국인 노동력을 이용하고 있었다. 특히 내국인이 일하기 꺼리는, 힘들고 위험해 보이는 사업장은 거의 이들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들로 인해 우리가 좀 더 생산적인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로 여겨진다.

다만 세상일이란 게 긍정과 부정적인 부분이 공존한다는 점은 생각해 둘 일이다. 현재 세계가 앓고 있는 사회적 혼란의 한가운데에 이민자가 있다는 것도 그렇고, 경제적으로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을 존속시키는 효과 또한 무시할 순 없다. 그런 점에서 외국인 근로자 유치 전략은 단순 노동력에서 고급 인력 중심으로 바뀔 때가 됐다고 본다.

비전문 외국인력 유입이 크게 늘었다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나라에 본격 유입된 것은 30년쯤 전이다. 1980년대 후반 3저 호황기를 맞아 경제가 크게 성장하면서 늘어난 일자리를 채울 길이 없자 산업연수생이란 이름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불러들였다. 그러다 2004년 고용허가제라는 정식 이민 제도가 등장했다. 정부가 국내에 취업하려는 외국인에게 정식으로 비자를 발급한 것이다.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은 내국인이 취업을 꺼리는 중소 제조업으로 국한했다.

이후 이 범주가 조금씩 확대돼 왔고,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현재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은 30만명을 넘는다. 여기에 선원과 같이 고용허가제와 비슷하게 운영되는 취업근로자가 13만명이고, 농·어번기 일손 부족을 메우기 위한 계절근로자도 3만명을 넘는다. 이들과 종사 영역이 겹치는 외국 국적 동포(73만5000명)까지 합한다면 국내에 취업 중인 저생산성 외국 인력은 10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불법체류자(41만7000명)까지 포함한다면 150만명 넘는 비전문 외국 인력이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외국 인력 확보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다


이는 저출산·고령화로 국내에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환경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매우 낮고, 작년에는 70대 이상 인구(632만명)가 20대(620만명)를 추월하는 등 심각한 인구 문제를 앓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력 생산연령인 25~49세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한참 일해야 할 사람이 줄게 되면 경제 성장이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줄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부터 경제성장률이 2% 중반으로 떨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나마 외국인 근로자가 있었기에 그 정도로 버틸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여러 선진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1차산업과 단순 서비스업이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노동시장 개방 같은 이민 정책으로 이를 해결하려 한다. 개도국의 잉여 인력을 두고 국가 간 각축전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이들의 노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저성장은 물론이고 높은 기초생활 비용에 시달릴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인력 문제를 생산성 향상으로 접근할 필요

그렇다고 국내 노동 환경을 외국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더욱 곤란하다. 적어도 경쟁력을 잃어버린 국내 기업이 이 저임금·저숙련 노동력을 이용해 존속하는 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 하겠다. 경제 성장의 핵심 요소는 노동의 양이라기보다 기술이나 제도와 같은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이라는 것이 경제학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요인을 분석했더니 총요소생산성이 전체 경제 성장의 50% 이상 기여한 반면 외국인 노동력은 6% 정도에 불과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당면한 인구 문제를 생산성 향상으로 풀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부족한 인력을 기술과 제도 개선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사람들이 기피하는 현장일수록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원을 강화한다면 인력 공급이 늘 수도 있다. 그래도 부족한 인력은 외국 인력으로 충당하더라도 이러한 방법은 균형적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됨과 동시에 기술 중심의 경제 고도화라는 그간의 노력과도 궤를 같이한다. 더구나 서구사회에서 보듯 외국 인력 대량 유입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당장은 외국 인력 이용이라는 쉬운 길을 놔두고 왜 힘든 길로 가느냐는 비판을 받겠지만 종래에는 우리 경제를 위한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저급 외국 인력 충원보다 고급 인력 유치가 더 중요

거기다가 우수 외국 인력 유입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바야흐로 세계는 고급인력 유치 전쟁 중이다. 생산성의 핵심인 기술, 그리고 그 기술을 보유한 인력을 확보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기업의 성공 열쇠이고, 국가의 핵심 성장동력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라면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능력과 성과에 상응하는 대우를 보장하고, 이들이 흔쾌히 동참할 수 있도록 사회적·구조적 포용을 넓힌다. 여기에 가장 열심인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저급한 이민자 유입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하지만 이를 훨씬 능가할 정도로 고급 인력이 모여들고 있다. 청문회 등에서 보이는 우리 사회지도층 인사의 자제들이 대부분 미국에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들이 모두 우수 인재는 아니겠지만 똑똑하다는 사람들은 죄다 미국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도 이를 멀뚱히 지켜볼 일이 아니다. 이제라도 본격적으로 우수 해외 인력 유치에 나서야 할 때다. 단순 노동력은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고급 인력은 가급적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인이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고, 그들의 2세, 3세가 우리 사회에 충분히 동화돼 고급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마태복음 20장 16절)

LUX경제그룹대표·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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