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2조 '로또 분양' 터진다…이거 없으면 그림의 떡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안장원 2024. 7. 30.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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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연말까지 서울 강남 분양시장에 2조원 정도의 '로또'가 터진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최대 30억원가량 저렴한 새 아파트를 쏟아내는 강남 재건축 분양시장에서다. 청약 문이 넓어지고 문턱이 낮아져 청약점수(가점)가 낮은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도 당첨 기회가 열린다. 하지만 시세보다 싸더라도 분양가가 워낙 비싸 당첨보다 자금 마련이 관건이다.


강남3구서 잇단 분양…중대형도 나와


하반기 역대급 규모의 강남 재건축 분양시장의 스타트를 끊은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래미안원펜타스). 지난 6월 준공헤 바로 입주할 수 있는 후분양 단지다. 사진 삼성물산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분양이 확실시되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내 재건축 단지가 8곳이다. 조합원 몫을 제외한 일반분양분이 3166가구다. 2곳이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고 28일부터 청약 접수를 시작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2020년 부활한 도심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진 2019년(8곳, 1128가구)보다 많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강남 3구에서 골고루 나오고 대부분 조합원이 가져가 강남 재건축 분양에서 희귀한 85㎡(이하 전용면적) 초과 중대형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 연내 강남 재건축 8곳서 3100가구
공사비 갈등 등 해결, '지각' 분양
상한제로 시세보다 최대 30억 싸
대출 한도·거주의무 규제 살펴야

강남 재건축 분양 급증은 ‘지각생’이 몰려서다. 대개 착공과 함께 선분양하는데 이들 단지는 모두 이미 공사를 상당히 진행했다. 29일 1순위 청약 접수하는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래미안원펜타스)는 6월 준공까지 했다. 분양 발목을 잡았던 시공사와의 공사비 갈등 등이 해결되며 분양이 잇따르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 분양가는 규제가 풀린 다른 지역과 달리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다. 감정평가한 택지비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건축비를 합친 금액이다. 8개 단지 중 4곳이 구청의 심의를 거쳐 분양가를 확정했다. 3.3㎡당(공급면적 기준) 5409만~6736만원이다. 인근 새 아파트 시세는 3.3㎡당 7500만~1억2000만원 정도다. 가구당 분양가가 시세보다 평균 6억~7억원 저렴할 것으로 추정된다. 3166가구 전체의 시세차익이 2조원 정도인 셈이다.


시세보다 3.3㎡당 5000만원까지 저렴

하반기 강남 재건축 분양 릴레이의 스타트를 끊은 신반포15차는 역대급 로또다. 분양가가 3.3㎡당 6736만원이다. 84㎡가 22억23억원이다. 시세가 3.3㎡당 1억2000만원이 넘는 인근 래미안원베일리·아크로리버파크의 같은 크기 실거래가가 40억원을 넘겼고 래미안원베일리는 49억8000만원까지 거래됐다. 신반포15차 일반분양분 중 가장 큰 주택형이 191㎡다. 분양가가 52억원이다. 부동산 중개업계는 시세를 80억원 이상으로 본다.

낡은 단독주택 재건축이 활발한 서초구 방배동에서 방배5구역(디에이치방배)과 방배6구역(래미안원페를라)이 나온다. 방배5구역 분양가가 3.3㎡당 6496만원으로 정해졌다.

김영희 디자이너


강남구에서 3개 단지가 나온다. 도곡동 터줏대감인 도곡렉슬(3002가구) 옆 도곡삼호(래미안레벤투스), 대치동 구마을3지구(디에이치대치엘루이)와 초고가 빌라가 밀집한 청담동의 청담삼익(청담르엘)이다. 도곡삼호 분양가가 3.3㎡당 6480만원이다. 청담삼익 분양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3.3㎡당 7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송파구 잠실 일대에서 2005년 옛 주공·시영 재건축 단지 분양 이후 19년 만에 신천동에서 잠실진주(잠실래미안아이파크)·미성크로바(잠실르엘)가 분양한다. 잠실진주 분양가가 3.3㎡당 5409만원이다. 84㎡ 분양가가 18억~19억원선일텐데 인근 실거래가가 26억원까지 올랐다.

잠실에서 2005년 이후 19년만에 분양하는 잠실진주 재건축 단지. 사진 삼성물산

청약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만 당첨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강남 재건축 단지는 2주택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만 아니면 대부분 청약할 수 있다. 세 가지 길이 있다. 청약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는 가점제, 청약가점이 낮은 무주택자는 신혼부부 등 자격별로 나눈 특별공급, 1주택자는 추첨제다. 가점제(만점)로 당첨되려면 70점 이상이어야 할 것 같다. 지난 1월 평균 4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 가점제 당첨자 평균이 72.6점이었다. 주택형별 커트라인이 69~79점이었다. 69점은 4인 가족 만점이다.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각각 15년 이상으로 최고 점수(각 32점, 17점)를 받고 부양가족 수가 3명(20점)에 해당하는 점수다. 부양가족 1명당 5점이어서 79점은 6인 가족 만점이다.


주택자는 작은 집 청약이 유리

1주택자는 추첨제에 청약 기회가 있지만 '낙타 바늘귀'다. 추첨제 물량 중 75%가 무주택자 우선 물량이기 때문에 1주택자는 나머지 25%에 대해 무주택자 추첨 탈락자와 경쟁하게 된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가점제·추첨제 비중이 주택형별로 다른데 클수록 가점제 비중이 올라간다"며 "1주택자는 작은 주택형을 두드리는 게 그나마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청약가점이 낮은 무주택자는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특별공급에 신청하면 청약통장 1순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공급에도 신청할 수 있어 당첨 기회가 늘어난다. 신생아(2세 미만) 우선공급은 마지막 1주택자와 추첨까지 포함해 8차례나 당첨 기회를 갖는다. 신생아 우선공급은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에 들어있다.

강남이 규제지역이어서 세대주만 청약할 수 있지만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예외다. 부부 모두 청약하면 추첨에 좌우되는 당첨확률을 두 배로 높일 수 있다. 신생아를 둔 신혼부부가 둘 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신청하고 부부 중 세대주가 일반공급에 1순위로 청약하면 모두 13번의 당첨 기회를 가질 수 있다. '30억 로또'인 신반포15차 191㎡는 4가구 모두 가점제 물량이다.

문제는 자금이다. 단위면적당 분양가가 비싸 20평대 소형인 59㎡가 13억~17억원이고 30평대 국민주택 규모인 84㎡는 18억~23억원 정도다. 전세를 놓아 보증금으로 부족한 자금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잠깐이다. 거주의무 조건에 따라 준공 후 3년 이내에 들어가 2~3년 살아야 한다. 원리금을 연 소득의 40% 이하로 빌릴 수 있는 대출 규제 때문에 연봉 억대 고소득자라도 10억원 이상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가 전셋집에 사는 무주택자나 현금부자여야 하는 셈이다. 강남 로또 분양시장이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수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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