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계인의 기대·우려 중첩된 미국 대선

2024. 7. 30. 00: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


‘사법리스크, 고령리스크, 총기 피격, 후보 교체.’

올해 미국 대선을 특징짓는 이슈들이다. 파괴력을 가진 일련의 사건이 동시다발로 발생하며 미국 정치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이란 극단적 정치 폭력은 미국 정치의 분열상이 매우 심각함을 보여준다. 정치적 양극화가 고착된 토양에서 2016년부터 부각된 백인 우월주의 및 이민자 혐오는 대선 불복, 의회 폭동, 동양인 혐오 등을 거치며 폭력적으로 발현했고 급기야 대선 후보 피격 사건으로 이어졌다. 정치적 극단주의가 정치 영역을 벗어나 폭력과 테러로 나타나는 상황은 미국 정치의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이런 이슈들은 선거 승리라는 목표에 매몰된 미국 정치의 민낯을 보여준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압승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 정치 테러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보다 대선에 미칠 영향에 집중하는 상황, 압도적 지지로 정당하게 선출된 대선 후보가 본선 패배 가능성에 사퇴를 종용받는 모습은 미국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게 한다.

대선을 불과 107일 남기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면서 변화가 일고 있다. 우선 바이드노믹스의 성과를 강조하며 트럼프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 주장하는 민주당과 높은 물가, 남부 국경 위기 등 바이든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고 대안으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공화당의 선거 프레임은 유지되고 있다. 대선을 100일 정도 남긴 상황에서 선거 캠페인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해리스 vs 트럼프’의 새로운 경쟁 구도를 고려한 공략 포인트가 추가됐다. ‘법조인, 비백인 여성, 59세’라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배경이 트럼프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데 활용되고 있다. 최근 해리스가 ‘검사 vs 피고인’ ‘낙태권 옹호 vs 반대’ ‘미래 vs 과거’ 등을 강조하는 것은 이런 전략적 고려를 반영한다. 이에 대응해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 2인자, 극단적 진보주의자’로 해리스를 낙인찍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는 후보 사퇴를 결심한 바이든을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 비난하는 동시에 해리스를 “끔찍하고 무능한 국경 차르”라고 공격하며 바이든 정부 국정에 공동 책임이 있음을 부각시켰다. 또 “마르크스주의 지방검사 해리스의 캘리포니아 사회주의는 아메리칸 드림을 말살할 것”이라고 색깔론을 띄우며 중도 확장성을 견제하고 있다.

해리스 사례는 “머리 좋고 세력이 강해도 운이 좋은 사람을 당할 수 없다”는 말이 미국 정치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치적 천운이 본선 승리로 이어질지는 전적으로 그의 정치 역량에 달렸다. TV토론을 필두로 트럼프 피격과 공화당 전당대회를 거치며 ‘트럼프 대세론’이 7월의 선거판을 좌우했다면,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8월은 ‘해리스의 시간’이다. 이 시간에 해리스가 민주당 지지층 결집에 성공하는지가 본선 경쟁력을 가늠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바이든 사퇴 직후 해리스에게 정치 기부금이 쇄도하고, 여론조사에서 전통적 민주당 지지기반인 젊은 층과 유색인종 유권자의 해리스 지지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 이후 해리스의 정치적 역량은 첫 시험 무대인 9월 TV토론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검증될 것이다. 트럼프라는 강력한 경쟁자에 맞서 미국의 최고 지도자에 걸맞은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고 미래 비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오는 11월 5일 미국 정치의 ‘유리천장’이 깨질 것인가. 아니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되돌아올 것인가. 흥미, 기대, 떨림, 우려 등이 중첩된 복잡한 감정 속에서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